보건의료인들도 함께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지지합니다!
- 박근혜 정부는 국립대병원 상업화와 공공의료 말살 정책을 중단하라.
-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은 불법적 취업규칙 개악과 노동조합 파괴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노동자들이 오늘(23일) 파업에 돌입했다. 박근혜 정부는 ‘국립대병원 정상화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국립대병원 영리화·상업화 조치인 경영평가제, 전 직원 성과급제, 성과급에 따른 퇴출제와 임금피크제 등을 도입하는 한편, 이와 연동한 취업규칙 개악과 단체협약 해지 등으로 노동조합 파괴에 나서고 있다. 의료민영화를 추진해온 박근혜 정부가 이제 국립대병원의 공공성마저 철저히 파괴하고 의료민영화 저지에 앞장서 싸워온 노동조합을 탄압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병원노조의 파업은 의료공공성을 지켜온 노동조합의 존재를 지키려는 싸움이자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의 공공성을 지키는 싸움이며 나아가 한국의 공공의료를 지키려는 싸움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그 길에 기꺼이 나선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보건의료인의 이름으로 파업을 적극 지지한다.
정부의 이른바 ‘공공기관 정상화’ 관련 조치는 국립대병원의 수익성을 강조하여 현재도 문제가 되고 있는 국립대병원의 상업화를 더욱 부채질할 조치다. 의료기관이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환자에게서 의료비를 더 받아내거나 인건비와 재료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병원비 상승과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들이 바라는 국립대병원의 평가 기준은 첫째가 의료의 질이고 둘째가 저렴한 진료비였으며, 수익성을 주된 평가기준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60% 이상이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국민들은 돈 잘 버는 병원이 아닌 저렴한 양질의 진료를 하는 국립대병원을 원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은 국민이 바라는 제대로 된 공공병원으로의 서울대병원을 만들기 위한 투쟁이다.
무엇보다도 보건의료인으로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정부가 추진하는 병원 내 전 직원 성과급제 도입이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지금도 의사성과급제는 과잉진료의 원인이 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선택진료비와 검사비를 교수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면서 의사들은 더 많은 환자를 보기 위해 채 1분도 안되는 진료를 하고 있으며, 야간과 공휴일을 가리지 않고 검사와 수술을 늘려가고 있다. 결국 의사성과급 도입은 불필요한 의료행위 증가와 병원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의 원인이 되고 있고, 환자들에게는 병원비 증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밤낮을가리지 않고 늘어나는 검사는 환자 안전까지 위협하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의사성과급의 폐해를 전 직원에게 확대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일하고 있는 모든 노동자들을 돈벌이 기계로, 병원을 공장으로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병원 전직원이 진료량을 늘리고 검사량을 늘려 돈을 더 벌어오라는 지시인 것이다. 제조업에서 상품을 찍어내듯이 ‘진료량’ 으로 보수가 결정되는 병원 성과급이 도입된다면 서울대병원은 더 이상 교육 수련병원으로의 기능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병원 종사자들의 임금이 환자에게 얻는 돈과 연동되는 성과급제 도입은 비의료적이며 비윤리적인 정책이며, 국립대병원의 공공적 기능을 말살하는 정책이다.
더 큰 문제는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의 태도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서울대병원 오병희 병원장은 박근혜정부의 이런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노동조합에 대한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취업규칙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변경될 취업규칙의 핵심 내용은 성과급제 도입을 비롯하여 야간·초과근무 수당 삭감, 퇴직수당 폐지, 휴가 축소 등으로 전반적인 노동조건 후퇴와 인건비 절감을 골자로 하고 있다.
병원 노동자들의 처우 악화와 인력 충원 저하는 그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의료의 질을 떨어뜨린다. 사측은 동의 서명을 전 직원의 과반에게 받아내기 위해 서명 여부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고 협박하고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계약 연장을 볼모로 서명을 강요했다. 야간근무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요구에 서명할 때까지 퇴근시키지 않는 부당 노동 행위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병희 병원장이 행한 이러한 불법·부당한 취업규칙 개악절차는 법에 따라 공개적으로 조사되어야 하고, 노동조합에 공식 사과해야 하며,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작년 정부의 의료민영화 저지를 전면에 걸고 3차례 전면 파업에 돌입하는 등 가장 앞장서서 투쟁해 왔다. 2013년 서울대병원이 대형병원들을 대표하여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상업화에 나섰을 때도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저질 의료재료 사용을 언론에 폭로해내고 의료공공성에 대한 투쟁을 전개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는 국민의 편에서 투쟁하는 서울대병원과 같은 노동조합을 말살하고 싶어한다. 환자 안전과 생명보다 돈을 우선하라는 정부의 협박에 가장 단호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해 함께 싸워온 국민들은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의 정당한 투쟁을 탄압하려는 정권을 결코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이 무려 13조원이나 남은 상황에서도 환자들의 입원료를 더욱 인상하고, 의료급여 환자들의 의료이용을 제한하려 하고 있다. 한 해 이자만으로도 진주의료원을 5개씩이나 지을 수 있는 건강보험 흑자를 쌓아두고도 공공병원에 돈벌이를 강요하고 있으며 대표적 공공병원인 서울대병원을 돈벌이 공장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공공병원의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두산재벌과 함께 대규모 부대사업 쇼핑몰을 건설하고, 환자 개인정보를 팔아 SK텔레콤과 불법적 영리자회사를 만들어 돈벌이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은 이러한 부패한 정권과 결탁한 사측에 맞선 투쟁이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공공의료를 지키기 위한 서울대병원의 투쟁에 적극 연대할 것이며, 더 많은 이들에게 노동조합의 투쟁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는 일에 함께 할 것이다. 지금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의 파업투쟁은 우리 모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기 때문이다. (끝)
2015.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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