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노사 간접고용 노동자 직접고용 합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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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

2019.09.05

 

지난 3일 서울대병원 노사가 합의함으로써 서울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 614명이 서울대병원에 직접고용될 길이 열렸다. 향후 보라매병원 파견·용역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800여명에 가까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직접고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한국 병원 특히 국립대병원의 간접고용 노동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병원 간 경쟁이 격화함에 따라 의료서비스 질 향상 경쟁이 이뤄지기보다는 설비투자와 인력 비용절감을 위한 경쟁이 이뤄짐으로써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요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국민이 져야 했다. 병원 특성상 업무 영역이 칼로 무 베듯 나뉘지 않는다. 병원 업무는 환자 질병을 낫게 하기 위한 다양한 노동의 총합이다. 병원에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많아지면 업무 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해 전체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 특히 현대 병원은 의사뿐 아니라 다양한 직종의 협력과 의사소통이 중요한 공간이다. 그런데 이러한 업무에 비정규직 사용이 늘어나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긴다. 병원 내 인력 간 의사소통은 그 언어와 뉘앙스를 익히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관련 인력이 자주 바뀌면 어떻게 될까? 하나의 팀으로서의 진료 역량에 결손이 생기게 되고 이는 의사소통 오류로 인한 사고나 오류로 연결된다.

서울대병원 노사합의는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결정이다.

첫째, 서울대병원의 환자안전 수준과 의료의 질을 높일 것이다. 다양한 파견·용역 노동자들이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청소·급식·시설관리·환자이송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병원의 모든 업무는 환자 치료와 안전을 위해 상호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다. 어느 하나도 따로 떼어 낼 수 없다. 모든 업무가 환자안전 및 의료서비스 질과 직결돼 있다. 분절화된 업무 통제관리와 의사소통 체계를 갖고 있는 외주업체가 병원 내 존재하면 필연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결정으로 병원이 병원 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를 직접고용해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둘째, 위험의 외주화 경향에 제동을 건 결정이다. 병원의 파견·용역 노동자들은 대표적 위험 직종이다. 병원의 청소·급식·시설관리·환자이송 등의 업무는 각종 사고 위험과 질병 위험에 노출돼 있다. 병원 외주업체 노동자들은 병원 감염에 의한 감염병, 근골격계질환, 과로와 야간노동으로 인한 심혈관계질환 등의 직업적 위험에 처해 있음에도 영세한 외주업체 소속이었기에 제대로 된 예방관리를 받지 못해 왔다. 이제 이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돌볼 수 있을 가능성이 생겼다. 병원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수준이 향상되면 의료서비스 질도 향상된다는 측면에서 이 역시 서울대병원 의료서비스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셋째, 공공부문이 ‘바람직한 고용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공공부문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바람직한 고용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 국립대병원에서, 공공병원에서 이러한 의무 중 하나인 간접고용 노동자 직접고용 의무를 지키기 위한 결정을 했다는 것은 향후 다른 공공병원 및 공공기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넷째, 언젠가부터 사회적 논의의 장에서 횡행하기 시작한 ‘필수·부수’ 업무와 ‘본질적·부차적’ 노동을 나눠 접근하는 경향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병원의 경우 직접 의료를 제공하는 의사·간호사 등의 업무는 필수적·본질적인 것이고, 청소·급식 등의 업무는 부수·부차적 업무라는 식으로 나눠 노동의 필요성과 가치를 임의적으로 판단을 하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인지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여지가 생겼다.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먼저 이러한 결정이 서울대병원만의 예외적 결정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른 국립대병원·공공병원이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다른 공공기관도 위험의 외주화 경향을 끊고 바람직한 고용자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한 서울대병원 노사의 결정에 함께해야 한다. 더 나아가 민간병원 및 민간기업들이 일자리 질을 높이고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흐름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이상윤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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