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법 개정안 전면 철회를 촉구하는 보건의료단체연합 의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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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금융위원회가 2008년 11월 4일 입법예고한 보험업법개정안의 전면철회를 요구하며, 다음과 같은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밝힙니다.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민영보험회사에게 건강보험공단의 개인질병정보를 누출하는 개인정보유출의 위헌적 소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보험상품을 정부의 감독없이 기업이 자율적으로 개발하고 판매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어 현 정부가 밝혀온 보험상품 표준화 방침과 모순될 뿐만 아니라 보험소비자들의 권익보호와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또한 최근 전세계 보험회사들의 구제금융제공의 원인이 파생상품이나 부동산 투자 등 위험상품에 대한 투자였던 상황임을 직시할 때, 금융위의 보험업법 개정안은 위험상품에 대한 규제강화가 아니라 규제완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보험소비자들의 피해를 불러올 가능성이 큰 법안입니다. 이 때문에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이 전면철회되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1. 보험업법 개정안은 개인질병정보를 보험회사에 유출시키는 명백한 반 인권법안입니다.

  이번 보험업법은 이른바 ‘보험사기방지’를 위해 보험회사가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가) 사생활보호의 헌법원칙에 정면으로 위배
  건강보험공단이 집적한 개인질병정보는 개인의 가장 민감한 정보입니다. 이를 기업에 유출하는 것은 사생활보호의 헌법적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입니다. 세계의 어떤 정부도 국가가 모은 개인정보 그것도 가장 민감한 개인질병정보를 사기업에게 제공하는 예가 없습니다. 사기업이 모은 의료정보나 질병정보도 공적인 성격의 것으로 취급되어 다른 기업에 넘기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보험업법의 내용은 명백하게 반인권적이며 위헌적 내용입니다.  

  나) 질병사실 확인권은 사실상 개인질병정보 열람권
  보험업법 개정안은 개인질병의 ‘사실확인권한’만을 보험조사협의회에 부여하겠다고 하였으나 실제 이 권한은 개인질병정보 열람권과 다르지 않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예시한 보도자료에 표현된 난청만 하더라도 난청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은 귀와 관련된 질환뿐만 아니라 당뇨 등 대사성질환, 뇌졸중 등 혈관성 질환, 메니에르병 등 신경성 질환 등 전신성질환의 상당수를 확인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질환이 있다 하더라도 이것이 난청을 초래했는지 아닌지는 결국 개인질병정보를 자세히 알아야만 합니다. 사실확인권이라 하지만 이는 결국 개인질병정보 열람권한과 동일한 것이며 결국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사기업이 국가가 집적한 개인질병정보를 열람하겠다는 것입니다.

  다) 전체 보험가입자를 보험사기혐의자로 간주
  현재 보험회사는 보험사기의 범위를 지나치게 과장하여 전체 보험가입자를 보험사기혐의자로 가정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의 입법예고 보도자료로만 보아도 1년에 3만명 규모의 보험사기범죄자는 실제 보험사기자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어, 보험가입자들 중 최소 30만 명 이상이 보험사기혐의자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또한 보험사기 추정규모를 2.2조로 보고 있어 전체 지급보험료인 15.5조(한국금융연구원 2007 지급보험료)의 14.2%를 보험사기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금융위원회가 보험사기혐의자로 예를 든 ‘3년에 180일 이상 입원환자나 5000만원 이상 청구환자’는 현재 대부분의 보험가입 고액청구자들로, 이들에 대한 불필요한 개인질병정보 열람은 보험가입자들의 기본적 사생활침해는 물론 보험금 지급 지연, 부적절한 이유로 보험금 지급 거절, 보험가입 시 차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라) 보험사기를 위한 수사나 방지방법은 현행 제도로도 가능
   현재도 수사기관을 통해 ‘보험사기’ 수사나 방지를 위한 개인질병정보 열람방법이 있고 이와 같은 방법을 갖추어 놓은 것은 개인질병정보를 열람하려면 최소한 범죄 구성 요건이 성립될 때에만 개인질병정보 열람을 가능하게 한 것입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을 통한 협조요청에 의한 개인질병정보 열람도 인권침해소지가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국가인권위의 판단이었습니다. 현재제도도 인권침해소지가 있다는 것인데 이를 더욱 완화하여 광범위한 개인질병정보 열람을 하겠다는 것은 사기업의 이익을 위한 공익의 침해입니다.

  2.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회사 규제가 필요한 때 보험규제를 완화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1위 보험사인 AIG와 5위 보험사인 ING가 사실상 도산하거나 도산 위기에 몰린 상태입니다. 이들은 파생상품이나 부동산투자에 대한 위험한 투자를 규제 없이 과도하게 하여 도산위기에 내몰려 정부의 국민세금을 바탕으로 한 구제금융을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정부가 포함된 G20 정상회담에서는 금융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합의하였습니다. 지금 보험가입자들은 보험회사들의 재정 상태를 묻고 있으며 기업의 재정투명성과 규제강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험업법 개정안은 금융기업에 대한 규제강화는커녕 보험시장을 무규제시장으로 만들기 위한 법안으로 현재 금융위기 상황에 역행하고, 경제위기를 악화사키는 법안입니다.

  가) 보험상품 표준화에 역행하는 보험상품 자율출시 허용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현 정부도 밝힌 바 있는 보험회사의 보험상품 표준화는커녕 네거티브리스트제도를 도입하여 금융감독의 감독없이 기업이 보험상품을 마음대로 개발하여 출시토록 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민영의료보험의 보험료대비 지급률은 유럽은 대체로 80-85%이고 규제가 완화된 미국도 의료보험의 경우 미국도 70%이상으로 되어있는데 반해 한국은  지금도 60% 정도의 지급률정도를 보여 사실상 보험회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현 정부도 보험상품의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금융상품자율화 조치는 보험상품 표준화에 정면으로 반하는 조치로 보험가입자들의 피해를 불러올 조치일 뿐입니다.

  나) 파생상품규제완화는 AIG나 ING 도산위기의 원인
  부동의 전세계 1위의 보험사인 AIG를 미국정부가 8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통해 79.9%의 주식을 인수하여 사실상국유화조치를 취했습니다. 전세계 5위의 보험사인 네덜란드의 ING도 주식폭락으로 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등의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로 인해 부실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정부는 보험회사에 대해 파생상품 투자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 올바른 조치입니까? 지금은 규제를 완화할 때가 아니라 강화할 때입니다.

  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보험업법 개정안
  현재 부동산 거품이 언제 꺼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건설회사들이 도산 위기에 처해있고 이에 대한 보험회사들의 대출규모가 얼마인지 또 그 손실액이 얼마인지 보험가입자들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보험회사들의 주택담보 가계대출로 인한 손실이 얼마일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아예 보험회사가 부동산 투기를 더욱 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거품을 연착륙시키기는 커녕 부동산 거품을 더욱 조장시키며 보험회사들의 자산운용의 위험성을 더욱 커지게 만듦으로서 보험가입자들의 피해를 불러일으킬 내용입니다.

3. 지금 정부가 할 일은 보험회사 종합선물세트 법안개정이 아니라 보험회사 규제강화.

가) 사실상 전면개정안을 사회적 공론화나 공청회도 없이 추진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업종의 자본시장통합법에 해당하는 보험업법의 전면개정안입니다. 그리고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우리나라의 보험업의 대부분의 규제를 없애는 사실상의 전면개정안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중대한 개정안임에도 정부는 공청회나 사회적 공론화의 과정도 없이 심지어 정부부서내 의견조율조차 거치지 않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나) 정부가 해야할일은 보험회사에 대한 규제강화로 보험가입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일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2007년 각각 12조 7천억원, 1조 2천억원의 이익을 낸 생명보험사들과 손해보험사 들에게 국민의 개인질병정보를 넘겨주고 온갖 특혜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장 전세계 1위와 5위 보험사가 망하는 상황에서 국내보험회사의 기업투명성을 밝히는 일입니다. 9월까지의 생명보험사들의 지급여력이 급락하였고 상위 5개 생명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이 160%대까지 떨어져있으며 3개회사는 140%로서 자산학충권고를 받은 상황에서, 그리고 10월 이후의 손실을 보면 상당수의 보험회사들이 지급여력비율이 100% 이하로 떨어져 있을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할 일이 보험회사에 대한 보험상품 유형 및 출시절차 규제완화, 파생상품 및 부동산 투자자산 운용 규제완화, 지급결제 업무 허용, 보험판매전문회사 설립, 부수업무의 포괄적 허용 등 10가지도 넘는 지금까지 보험회사가 요구해온 사실상의 모든 민원을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보험회사 종합선물세트를 주는 일이어선 안됩니다. 이는 보험회사의 부실을 더욱 키우고 보험회사의 부실을 보험가입자에게 고스란히 떠 넘기는 일이상이 아닙니다.

  정부가 해야할 일은 보험회사들에게 개인질병정보를 넘겨주고 온갖 특혜조치를 취해주는 것이 아니라 보험회사들의 재정손실액을 밝히고 국민의 대다수인 보험가입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보험회사들의 위험자산투자를 막고 이들의 재정건전성을 담보하는 것입니다.
  또한 정부가 해야할 일은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을 강화하여 국민의 건강과 노후를 책임지는 것이지 보험회사에 대한 ‘묻지마 규제완화’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보건의료단체연합에 속한 5개 단체들은 보험업법 개정안의 전면철회를 촉구합니다.

2008.11.24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