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대규모 해고는 경제위기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담시키는 살인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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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자동차의 2,600여명에 이르는 대량 정리해고조치에 맞선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의 점거파업이 이제 12일째가 되었다. 우리는 쌍용자동차 전체 직원의 36%, 생산직 노동자의 45%에 해당하는 이러한 대량해고조치는 경제위기로 인한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담시키는 조치로서 이에 대한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의 투쟁이 정당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또한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건설회사나 금융회사 등의 투기로 인한 부실에는 수 십 조원의 공적자금을 동원하면서도 대량해고사태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말로는 고통분담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노동자 서민에게 경제위기의 고통을 전담시키는 정책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판단한다.

  경제위기시기의 노동자 대량해고는 노동자들에 대한 살인과 같다. 이는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죽음으로 분명하게 증명되고 있다. 5월 27일 쌍용자동차 조립4팀 엄인섭씨가 끝내 사망하였다. 5월 23일 두통으로 침을 맞겠다며 집을 나섰던 그는 집 주차장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서울 아산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대량 뇌출혈로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4일 만에 숨을 거두었다.
  가족들의 증언에 의하면 엄씨는 작년 가을 건강검진에서도 별 다른 이상이 없을 정도로 건강했다. 고혈압도 없었던 그가 왜 쓰러졌을까? 4살, 7살의 두 어린 자녀를 둔 42세 가장의 목숨을 앗아간 대량의 뇌출혈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것이 “더 이상 버텨내기 힘든 내 온 몸을 짓누르는 스트레스” 때문이고, 이는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기도 하면서 의학적으로도 명백한 사실이다.
  가족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는 “사고 1주일 전부터 두통을 호소하여 두통약을 복용”하고 있었으며, 임금체불과 임금저하로 인한 생활비 걱정에 식사를 거르고 잠을 설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못했다고 한다. 특히, 최근 대량 정리해고와 관련해 “회사와 전화통화 횟수가 빈번하였으며, 그 이후 증세가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쌍용자동차 사측은 지난 4월 8일 대량의 정리해고를 통해 경영을 정상화시키겠다고 발표하였다. 이후 쌍용자동차 사측은 한달 한달 빠듯한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있지도 않은 가짜 해고 명단을 들이대며 희망퇴직을 하도록 노동자들에게 “협박, 회유, 종용”을 했고 ‘너도 해고 대상자다’라며 임금체불로 생활이 어려워진 현장조합원과 그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불안을 조성했다. 故 엄인섭 조합원의 뇌출혈은 너 아니면 내가, 두 명 중 한명은 짤려야 한다는 사측의 정리해고 압박과 생계에 대한 위협이 가져다 준,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故 엄인섭 조합원이 겪었을 삶의 고통은 쌍용자동차 조합원 모두가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였다. 올해 4월 노동조합에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생활고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90%에 육박하는 노동자들이 은행에 빚을 지고 있었고, 이를 갚기 위해 매달 71만원을 지출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임금체불과 복지중단, 근무형태 변경 후 절반으로 줄어든 월급에 대해 “적금을 깨거나 다른 지출을 줄여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였지만, “아무런 대책도 없다”는 노동자도 50%에 육박했다. 올해 1월 법정관리 이후 “신용이 안 좋아졌다”고 응답한 노동자도 75%나 됐다. 고 엄인섭씨의 일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는 특별한 예외상황이 아니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의료진들이 지난 5월 31일(일) 평택공장에서 현지 진료를 한 결과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에 대한 불안, 사측의 무책임에 대한 분노 등으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었고 여러 급성 및 만성질환 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이 많아 매우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위기를 겪고 있음이 드러났다.

  너무나 쉽고 간편해 보이는 노동자의 대량해고를 통한 기업 회생 방안은 노동자들의 가정파괴행위이고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행위다. 지금 현 정부와 쌍용자동차 사측은 경영파탄의 모든 책임이 정작 상하이 투기 자본과 경영진들, 그리고 자본 투기의 길을 열어 준 정부에 있음에도 노동자에게만 그 책임을 다 떠안으라고 강요하면서 공장폐쇄, 해고자통보 등으로 지금까지 자동차를 생산해온 것 외에는 아무 죄가 없는 노동자들을 폐기해야 할 부실자산처럼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다. 현재의 쌍용자동차 사태와 故 엄인섭 조합원의 사망의 책임은 자신들이 마땅히 책임져야 할 몫을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가시킨 쌍용자동차 사측과 정부에 있음을 우리는 분명히 밝힌다.
  우리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대량해고 구조조정’을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이명박 정부는 건설투기업자들과 금융투기업자들에게는 수십조원을 들여 구제하고 있다. 그러나 구제할 것은 그들이 아니라 노동자와 서민이다. 당장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대량해고를 중단하고 고용을 보장하라. 우리는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의 고용보장을 정당한 투쟁을 지지하며 경제위기시기의 경제적 부담을 노동자 서민에게만 전가하는 이명박 정부의 반서민정책을 규탄하며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완전한 고용보장을 요구한다.(끝)

2009. 6. 2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