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아들ㆍ측근 비리와 총체적 국정 난맥상을 개탄한다
오늘 우리는 4년 전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집권한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가 연이은 권력형 비리와 총체적 국정 혼란의 늪에 빠져 국민 대다수의 비난과 외면 속에 침몰해 가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며 참담한 심정으로 현 시국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우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임기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아들 김현철의 국정 농단과 이권개입으로 대통령은 국민 앞에 공개 사과해야만 했다.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현철씨를 비롯한 숱한 정치인들이 연루된 한보비리는 결국 외환위기의 도화선이 되었고 지도력을 상실한 김영삼 대통령은 끝내 이 위기를 수습하지 못하고 국민 모두에게 IMF의 시련을 떠 안기고 말았다. 사상 최초의 정권교체에는 이러한 불행한 역사가 재현되지 말아야 한다는 간절한 국민염원이 담겨 있었다. 그로부터 4년, 국민 저마다의 가슴 속에 맺힌 상처와 응어리가 채 아물지도 않았건만 이 정권은 추악한 권력형 비리의 커넥션을 답습하고 재연하여 애써 일어선 국민을 다시 좌절하게 하고 있다.
보라.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삼형제가 하나 같이 권력주변에 모여드는 더러운 손들과 결탁하여 온갖 권력형비리의 몸통으로, 각종 이권개입의 배후로 행세해 왔음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가신 중의 가신을 자처한 자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국정원으로부터 국정을 보고 받고 금품까지 수수하여 그 떡고물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행사에 이용해왔다는 혐의로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대통령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과거 현철씨와 관련하여 김영삼 전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던 야당 총재 김대중은 어디로 갔는가?
우리는 정권교체 이후에도 계속 터져나오는 권력형 비리를 대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태도와 처신이 과거의 어느 정권보다도 고압적이고 미온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옷로비 사건때도 ‘국민의 정부는 과거정권과 다르다’는 말로 현실에 눈감았고, 4대 게이트 사건이 터지고 나서도 ‘이는 벤처비리일 뿐 국민의 정부에서 권력형 비리는 없다’고 단정하였다. 결국 아들 문제가 터져 나오기에 이르자, 청와대 비서진과 대변인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유감을 표시하는 것으로 대국민 사과를 대신하는가 하면 아들의 처리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닫아걸어 김영삼 전대통령과 비교되었다.
권력형 비리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혁은 어떠한가? 대전법조비리, 옷로비 등 숱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정부 검찰은 다르다’는 이유로 검찰개혁에는 손도 대지 않았으며, 안기부는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꾸었으되 경제단이라는 이권개입부서까지 거느리게 함으로써 모든 권력형 비리의 중개자로 활개치도록 방임하였다. 김대중 정부가 내세우는 부패방지법은 어떠한가? 온 국민의 요구에 등 떠밀려 뒤늦게 제정했으나 핵심 내용을 거세한 빈껍데기 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권력형 부정비리의 척결에 총체적으로 실패했음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특히, 아들 3형제를 비롯한 친인척의 비리연루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여야 한다. 홍걸씨를 비롯한 아들의 귀국과 검찰수사 요구 등 국민이 납득할만한 후속조치를 병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것이 대통령과 정부가 최소한이나마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며, 과거 독재에 앞장섰거나 부패에 연루되었던 자들이 버젓이 국회의원으로 있는 야당이 이를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현실에 종지부를 찍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의 반부패정책과 친인척 관리의 총체적 실패와 함께 임기말을 맞아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국정운영의 난맥상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문제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합리적인 근거를 대며 요구해도 전혀 변화되지 않고 막무가내로 강행하는 이 정부의 국정운영방식에 국민들은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발전산업의 해외매각 등 민영화 문제는 국민 대다수의 생활과 직결된 국가 중대사로서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경찰력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나서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와 재검토의 시간을 갖자고 여러 차례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모든 논의를 거부한 채 일방적으로 발전소매각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민영화에 반대하여 파업을 벌인 발전노동자들에 대한 가혹한 보복탄압을 가하고 있다. 무려 3백48명을 대량해고한 것도 모자라 1천여명에 대한 추가징계를 추진하고 있고, 또 파업에 단순가담한 평조합원들에게까지 천문학적인 숫자의 손해배상청구와 급여 가압류 조치를 남발하고 있으며, 양심의 자유에 반하는 서약서강요나 노조활동방해 등 극심한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과연 이러고도 산업현장에 평화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가 성안한 최악의 반인권적 법안인 테러방지법은 인권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의 정당한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그 입법이 강행되고 있다. 국민의 소리에 빗장을 굳게 닫아 건 청와대의 담장 바깥에서는 낡은 독재시절 공권력의 횡포가 부활하고 있다. 평화롭고 합법적인 시위마저 테러진압식 경찰병력의 투입으로 봉쇄되거나 강제해산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있다. 월드컵을 명분으로 한 경찰권 남용은 과거 독재시절 올림픽을 앞둔 과잉진압을 연상케 하고 있다.
국민의 요구에는 이렇듯 고압적인 대통령과 정부가 9.11 테러를 빌미로 더욱 그 공격성을 노골화하고 있는 미국의 압력에는 나약하기 그지없다. 다른 기종보다 성능이 뒤떨어질 뿐만아니라 향후의 안정적 부품수급마저도 우려되는 F-15K의 구매 강행은 국민 대다수의 반발은 물론, 수요군인 공군내부에서조차 무언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온갖 외압과 조작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세금 6조를 쏟아 부어 낡은 미국전투기를 구입함으로써 남북관계에 대한 미국의 협조를 구하려 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이런 저자세가 자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은 차치하더라도 남북관계와 주변국 관계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 자주적 외교역량을 배가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철칙에도 위배되는 일이다.
이 모든 무리하고도 일방적인 국정운영태도는 근시안적인 성과주의 앞에 국가의 장래이익과 자주적 발전,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내던진 오만과 독선의 발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로 인한 민심이반과 국민불신은 전적으로 국민의 소리에 눈과 귀를 닫은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이다. 국정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일방적 조치들을 전면 재검토하여 국민적 동의가 부족한 부분은 응당 유보하거나 차기정부로 이월해야 하다. 이제라도 대통령이 국민합의 없는 독단적 국정운영의 담장 밖으로 나와 국민의 목소리에 새롭게 귀를 기울일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이것이 국민의 정부를 자처한 김대중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할 최소한의 책무이다.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이 명예로운 대통령으로 퇴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과 단호한 결단을 촉구한다.
아울러 우리는 이 엄중한 시국을 바라보며 나라꼴이 이 지경이 되도록 스스로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심각히 자성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오늘 우리 사회가 위기를 겪을 때마다 거대한 힘을 발휘하며 역사의 물줄기를 바로잡아온 민심을 하나로 결집하여 민주주의와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엄숙히 선언한다. 오늘 우리의 선언은 이런 노력의 첫 출발점이 될 것이며, 대통령의 결단이 있을 때까지, 또 총체적 국정쇄신이 이루어질 때까지 국민적 의지를 모으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다.
2002년 5월 6일
현 시국에 대한 각계대표 1백인 선언 참가자 일동
「현시국에 대한 각계대표 100인 선언」 참가자 명단
여성(10명) – 김상희(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김선실(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회장) 이강실(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이김현숙(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 이문자(한국여성의전화연합 공동대표) 이오경숙(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이윤경(한국보육교사회 공동대표) 정강자(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정현백(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지은희(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한국염(한국여신학자협의회 총무)
종교(10명) – 김거성(목사, 반부패국민연대 사무총장) 김근상(신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장) 나핵집(목사,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상임의장) 박창일(신부, 정의구현전국사제단 통일위원장) 법안(스님, 실천불교승가회 종책위원장) 성해용(목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 오충일(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정택(원불교사회개벽교무원 교무단장) 정진우(목사,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총무) 효림(스님,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지도위원)
언론(4명) – 김용백(언론노조 위원장) 성유보(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 장기랑(한국프로듀서연합회 회장) 정상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부이사장)
학계(10명) – 강남훈(한신대 교수) 강내희(중앙대 교수) 김인재(상지대 교수) 김윤자(민주사회를위한교수협의회 공동대표) 김상곤(교수노조 사무총장) 박영근(중앙대 교수) 손호철(서강대 교수) 신광영(민교협 교육정책위원장) 정대화(교수노조 조직실장) 황상익(교수노조 위원장)
보건의료(8명) – 김용익(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고문) 김정범(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집행위원장) 리병도(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회장) 서홍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이회 공동대표) 송학선(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공동대표) 신동근(보건의료단체연합 집행위원장) 양길승(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고문) 최문석(청년한의사회 회장)
시민ㆍ민중운동(18명) – 권영길(민주노동당 대표) 김세균(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소장) 김진균(전국민중연대 공동대표) 노수희(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공동의장) 문성현(6월사랑방 운영위원) 박상증(참여연대 공동대표) 박석운(전국민중연대 상임집행위원장) 박순희(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대표) 박진석(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손혁재(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신철영(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오세철(전국민중연대 공동대표) 오종렬(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상임의장) 이상희(참여연대 공동대표) 이종회(노동자의힘 대표) 최열(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최영도(참여연대 공동대표) 홍근수(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상임고문)
법조ㆍ인권(6명) – 백승헌(민변국가보안법연구위원회 위원장) 송두환(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윤기원(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 이석태(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 조순덕(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상임의장) 조찬배(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
문화예술(10명) – 강형철(문학인) 김상철(연극인) 김영수(사진가) 김용태(화가) 김인순(화가) 박인배(연출가) 이기택(문화기획자) 정남준(민예총 사무총장) 정지영(영화감독) 현기영(소설가)
평화ㆍ통일(5명) – 한상렬(통일연대 상임대표) 이종린(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의장) 문정현(불평등한소파개정국민행동 상임대표) 신창균(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명예의장) 박순경(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상임고문)
노동(10명) – 강승규(민주노총민주택시연맹 위원장) 김용백(민주노총대학노조 위원장) 김형근(민주노총서비스연맹 위원장) 김형탁(민주노총사무금융노련 위원장) 백순환(민주노총금속산업연맹 위원장) 양한웅(민주노총공공연맹 수석부위원장) 오길성(민주노총화학섬유노련 위원장) 이수호(민주노총전국교직워노조 위원장) 이용식(민주노총건설산업연맹 위원장) 차수련(민주노총병원노조 위원장)
농민(4명) – 정현찬(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문경식(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서정길(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이승열(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빈민(3명) – 김흥현(전국노점상연합 의장) 김인수(전국노점상연합 수석부의장) 장봉주(전국노점상연합 부의장)
민족(4명) – 곽태영(박정희기념관반대국민연대 상임대표) 이관복(박정희기념관반대국민연대 상임대표) 이수갑(민족정기수호협의회 의장) 주종환(민족화합운동연합 대표의장) 청년(2명) 박홍근(KYC 회장) 전상봉(한국청년단체협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