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기업 노바티스에 대한 글리벡 약가인하 요구 환자 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문입니다.
기자회견 원문은 자료실에 있습니다.
노바티스의 글리벡 약가고수는 환자들에게는 곧 죽음입니다.
노바티스는 최근 열린 건정심산하 글리벡협상소위에서 글리벡 한캡슐당 23,045이 최종가격이라고 못박고 이에 대한 어떠한 협상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노바티스는 이 자리에서 이 약값이 안 받아들여질 경우 글리벡 판매를 중단하고 철수할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노바티스의 주장대로 글리벡 약값이 한 캡슐당 23,045원으로 결정되면 환자 1인당 약값은 276만원에서 553만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이것은 보험적용을 해도 월 83만원에 해당하고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만성기환자들은 약값 전체를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이것은 환자들이 부담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닙니다. 더욱이 글리벡은 치료약제가 아니라 유지약제이므로 약 복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그 기간이 언제까지 일지 알 수 없습니다. 선진국과 동일한 약가를 고집하는 것은 소득수준이 낮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재앙입니다. 투병 때문에 직업을 가질 수 없는 환자에게 이러한 약값을 강요한다는 것은 많은 환자들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상황임은 너무도 분명합니다. 우리가 노바티스를 살인기업이라 부르는 것은 표현상의 과장법이거나 지나친 주장이 아닙니다. 말 뜻 그대로 현실적인 의미에서 노바티스는 글리벡이라는 약을 두고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노바티스는 국내의 모든 법률을 무시하고 말을 바꾸며 죽음의 흥정을 벌여왔습니다.
글리벡은 환자들의 노력으로 임상시험의 대부분이 면제된 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었고 이례적으로 작년 6월 조기에 도입되었습니다. 그리고 약제전문위원회에서 1차적으로 약가를 잠정적으로 결정한 것이 작년 8월입니다. 정부는 작년 11월에 글리벡 1캡슐당 약가를 17,862원에 고시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노바티스에게는 한국정부의 행정명령이나 법률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노바티스는 작년 8월부터 10개월동안 약값을 한푼도 깎을 수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물론 시시때때로 글리벡 판매중단 철수 등의 협박을 곁들이기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작년 11월경에는 약 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었습니다. 환자들은 약 공급에 대해 10개월 동안 내내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더욱이 노바티스의 주장에 분노를 느끼는 것은 그들의 흥정조건이 갈면 갈수록 환자들에게 불리해진다는 것입니다. 작년 11월에 노바티스는 1캡슐당 25,000원을 주장하면서 환자본인부담금 모두를 노바티스가 대신 내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노바티스는 자신이 보도자료를 돌리기까지 한 이 주장을 아무런 설명도 없이 철회하고 이번 약가협상에서는 약값의 10%만을 부담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나아가서 지금은 이것도 철회하고서는 무상공급 10%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국적 제약회사는 국내법률을 완전히 무시해도 되는 것입니까? 다국적 제약회사는 무지렁이 한국민들에게는 자신의 입장을 아무런 설명없이 몇 번이나 바꾸어도 된다는 것입니까? 지금까지의 약값결정과정에서 노바티스가 우리에게 보여준 태도는 이윤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무시해도 상관없다는 오만한 국제자본의 횡포 이상이 아니었습니다.
노바티스는 글리벡 개발비를 이미 회수했고 WTO는 의약품 특허권을 제한했습니다.
노바티스는 지적재산권을 주장합니다. 지적재산권을 보장해주어야 글리벡과 같은 신약에 투자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글리벡이 노바티스의 노력만으로 생산된 것입니까? 연구당시부터 미국 백혈병환자들의 노력에 의해 공적자금이 투자되었고 세금혜택이 주어져 연구기간을 유례없이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백혈병환자들의 노력으로 대부분의 임상실험이 면제되고 판매 후 시험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이러한 공공적 도움을 통해 노바티스는 전세계 글리벡시판 8개월만에 투자비를 모두 회수했습니다(노바티스 경영보고서 참고). 그리고도 노바티스에게는 앞으로 20년 동안의 지적재산권 기간이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바티스는 지적재산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환자들에게 죽음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이윤추구 때문에 국민건강이 희생되는 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다국적 제약회사의 지적재산권활용 탓에 발생하는 공중보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도하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는 각 회원국이 공공적 목적을 위해 강제실시를 집행할 수 있도록 한바 있습니다(Declaration on the TRIPs agreement and public health). 미국은 작년 돌지도 않은 탄저병을 이유로 Ciprofloxacin에 대한 강제실시를 한바 있습니다. 당시 탄저병으로 사망한 사람은 4명이었습니다. 한국정부는 수백명의 백혈병환자들이 지적재산권의 횡포 아래 죽음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도 강제실시를 집행할 생각이 없습니다. 노바티스의 지적재산권은 신성불가침이 아니며 우리가 무엇보다도 지켜야 할 것은 재산권보호에 집착하고 있는 WTO 각료회의조차 인정했듯이 “공공의 건강”이며 “약품에 대한 모든 사람의 접근권”입니다.
노바티스의 지적재산권에 근거한 고가약가고수는 국제자본의 횡포이상이 아닙니다. 더욱이 노바티스는 한국에서 유독 횡포를 부리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정부와 노바티스가 협상을 통해 작년 9월에 6개월간 무상공급과 글리벡 1캡슐당 16,000원에 합의를 한 바 있습니다.
글리벡이 필요한 모든 환자에 대한 보험적용과 본인부담금인하가 필요합니다.
노바티스의 횡포에 맞서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는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는 고시가 1캡슐당 17,862원을 던져놓은 채 노바티스가 이를 거부하건 약 공급이 중단되건 간에 아무런 행동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노바티스를 압박하여 무상공급범위를 확대한 것도, 글리벡 공급을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안정화시킨 것도 시민사회단체와 환자들이었습니다. 엄연히 정부가 가지는 권리인 강제실시를 청구한 것도 환자들과 시민사회단체였습니다. 노바티스가 고시가를 거부해도 아무런 제재조치도 취하지 않고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정부에게 자국민의 보호를 바라는 것이 무리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것이 대한민국 헌법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애초에 모든 환자에게 보험적용을 한다는 입장에서도 후퇴하여 일본과 스위스의 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바티스의 보험적용범위에서 만성기환자를 제외하였고 이제까지 노바티스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변명만 하고 있습니다. 그뿐입니까? 중증환자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부 스스로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극소수의 희귀난치병 환자들에게 본인부담금 20% 경감조치를 취하면서 부담이 더욱 큰 성인백혈병환자들과 다른 환자들에게는 전혀 본인부담금 경감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차별조치에 대한 환자들과 시민사회단체의 국가인권위진정에 대해 정부는 반성의 계기로 삼기보다는 이에 맞선 언론플레이를 벌이기까지 했습니다.
백혈병환자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정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합니다. 설사 정부가 제시한 17,862원이 받아들여지더라도 보험적용이 안되고 현재처럼 본인부담율이 높은 상태에서는 환자본인부담금은 최저 월 64만원에서 최고 월 428만원에 이릅니다. 글리벡 도입이후 정부가 한 행동은 근거없이 높은 고시가 17.862원을 제시하고 그 외의 환자들을 위한 다른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은 무능력과 무사안일의 극치를 보여준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정부는 백혈병환자들의 죽음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현정부는 헌법을 위배하고 있고 정부로서의 자격이 없습니다. 지난 10개월동안의 정부의 행동은 살인정부라고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선진7개국 약가대로 신약약값을 산정하는 현행약가제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황당함은 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고시가가 일개제약회사에 의해 6개월동안 거부되는데도 아무런 제재조치도 없었고 이를 강제할 만한 법적조치가 없음이 여러차례 지적되었는데도 시정에 나서는 시늉조차 하지 않은 것이 우리 정부입니다. 의약품 주권의 수호에 대해서는 아예 우리 정부에게 기대할 수 없는 것입니까? 그뿐이 아닙니다. 정부는 신약에 대해서는 선진 7개국 약가를 기준으로 약값을 책정하도록 규정을 바꾸었습니다. 선진7개국을 기준으로 약값을 책정하면 약값은 당연히 국민소득차이에 의해 매우 높게 책정될 수 밖에 없습니다.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재정을 그토록 걱정하여 의료보호환자의 식대까지 새롭게 징수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병원에서 몰아낼 정도로 재정절감에 혈안이 되어 있는 정부가 다국적 제약회사들에게는 곳간 열쇠를 맡기고 자동으로 선진7개국 약값으로 지불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제도 아래서에서는 글리벡은 글리벡만의 문제가 아니고 백혈병 환자들의 문제는 백혈병환자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앞으로 계속 등장할 신약의 약값은 우리 국민소득의 3-4배가 되는 선진국 약값을 기준으로 책정될 것이고 환자들은 약을 눈앞에 둔채 죽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일이 속출할 것입니다.
국민에게 호소합니다. 백혈병환자들의 목숨을 살려주십시오
이제 백혈병환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해볼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약가인하에 대한 정부의 항의, 노바티스에 대한 호소, 국가인권위제소, 헌법재판소제소, 거리시위, 심평원앞 시위, 정부종합청사시위, 서명운동 등 지난 10개월간은 시민사회단체들은 둘째 치고라도 투병에 전념해야 할 환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목숨을 건 강행군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환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노바티스가 내세우는 지적재산권과 정부의 완강한 보험재정절감정책, 결국 도저히 부담할 수 없는 가격의 ‘기적의 약’ 글리벡 뿐입니다.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백혈병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환자들이 죽어야 합니까? 오늘 우리는 백혈병환자들의 이 땅에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위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노바티스를 찾아왔습니다. 환자들은 여기서 죽으나 글리벡 약값이 높게 결정되어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나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판단합니다. 우리는 오늘 환자가 글리벡을 구입할 수 있는 노바티스와 정부의 조치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 자리에서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또한 국민여러분께 호소합니다. 국민여러분 이제 약값이 비싸서 사먹을 수 없는 백혈병환자들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은 국민여러분 밖에 없습니다. 환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것이 분명한 약값을 강요하는 살인기업 노바티스와 무책임과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정부를 성토하여 주십시오. 이 땅에서 태어나 목숨을 부지할 권리를 위한 저희들의 힘겨운 싸움을 지원하여 주십시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는 백혈병 환우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더 이상 무서울 것도 없습니다. 우리들은 백혈병 환우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람 앞에 촛불로 서 있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물러설 곳이 없는 우리들은 목숨을 걸고 노바티스와 무능력한 정부와 계속 싸워 나갈 수밖에 없음을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힙니다.
2002. 6. 27
글리벡 문제 해결과 의약품의 공공성 확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경인지역의학과학생회협회·민중의료연합·정보공유연대IPLeft·참여연대·사회보험노동조합·사회진보연대
인권운동사랑방
한국 만성백혈병 환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