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질병정보 유출을 합법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
재정경제부는 지난 7월 17일 보험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보험업법내에 공공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질병에 관한 개인정보’를 민간보험회사들이 만드는 민간기구에 넘겨줄 수 있도록 근거조항을 마련하였고 이 민간기구가 의료기관의 진료내용을 심사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적 근거를 함께 마련하였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는 민간의료보험 도입 방안 마련을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였으나 보험업계를 제외한 절대다수 국민들의 반대로 공식적으로 중단되었다. 당시 태스크포스팀에 속해 있던 민간보험업계가 손해보지 않는 보험상품을 개발하기위해 요구한 것이 바로 공적 건강보험의 개인질병보를 민간보험업계에 넘겨 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정부는 민영건강보험은 공적건강보험 재정이 안정되는 2006년 이후에나 고려해 볼 수 있다고 국민들에게 밝힌바 있다.
현재 여전히 건강보험재정안정화는 불투명하고 민간보험업계의 요구는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닌 기업이윤을 위한 업계의 민원사항 이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합법화시켜주겠다는 재경부의 이번 시도는 전혀 납득할 수 없는 행위이다. 사회복지 주무부서가 합의를 이룰 수 없어 수년후로 논의를 미루어 놓은 과제를 재정부서에서 추구한다는 것은 현 정부가 과연 제대로된 정부인지를 묻게 만든다.
재정경제부가 입법예고한 보험업법 개정안의 개인의 질병정보를 민간기구에 넘기고 ‘민간의료보험 활성화’하는 방안은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재경부의 방안은 사생활릐 비밀과 자유를 매우 심각하게 침해하는 반인권적 방안이다. 개인의 질병에 대한 정보는 개인정보 중 보호되어야 할 사생활 정보 중 가장 민감한 정보이다. 현재 공적기관이 엄격하게 보호하여 관리하는 질병정보조차 그 누출과 악용을 막고 있지 못한 것이 우리 사회의 사생활 보호의 현실이다. 근로복지공단이 관리하고 있는 산재환자의 개인질병정보가 산재환자블랙리스트로 만들어져 돌아다니고 운전면허시험대상자들의 정신과병력이 경찰에게 공공연히 넘겨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질병정보를 공공기관도 아닌 민간기구에 제공하게 되면 그 폐해의 범위는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것은 물론이고 간염보균자조차 취업을 제한받는 상황에서 사회적 편견에 의해 혐오질환으로 분류되는 병력이나 장애의 소유자들이 받을 취업이나 결혼 등 일상생활에서 받을 피해는 이루 말 할 수가 없을 것이다. 현재 건강보험의 질병정보는 의료기관에서 청구를 위해 작성한 것이므로 다소 과장된 질병명이 기재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엉뚱한 국민들의 피해까지 예상된다. 게다가 우리나라 민간보험회사들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개인의 신용정보를 아예 리스트까지 작성하여 ‘부당한 목적을 위하여’ 영업에 사용하였던 전력이 여러차례있다.
재경부는 보험계약자의 사전 동의를 전제로 개인의 질병정보를 제공하게 되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가입을 위한 전제조건이 될 것이므로 질병정보제공 조항은 ‘사실상의 강제조항’이 될 것이며 현실적으로는 민간보험회사들의 횡포를 막을 아무런 방지조치가 없다.
둘째, 재경부가 추진하는 민간의료보험도입은 별도의 요양급여 적정평가기관까지 상정하는 것을 보아 보충적 민간의료보험의 형태가 아니라 공적 건강보험의 경쟁적인 형태를 의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민간의료보험도입은 여러차례 지적하여 왔듯이 취약한 공적건강보험을 뿌리에서부터 뒤흔들 것이며, 이는 결국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현재 우리의 공적건강보험의 보장성은 50%수준에 불과하며, 의료대란의 여파에 따라 재정까지 파탄난 상태이다. 이런 상태에서 민영건강보험을 도입하면 칠레와 같은 남미 여러나라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결국 공적 건강보험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셋째, 재정경제부는 국민들의 생활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민영건강보험을 도입하면서 사회적 합의는 물론 정부 내의 의견조율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밀어부치고 있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커녕 역으로 민간의료보험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는 상황이다. 오직 민간보험회사들만이 민간의료보험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재경부는 도대체 누구의 이해를 대변하는 부서인가?
우리는 그동안 보험업계가 포화상태인 국내 보험시장 조건 때문에 보험금 지급을 부당하게 줄이기 위해 개인의 질병정보를 조직적으로 요구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이런 보험업계의 요구만을 전적으로 수용하여 모든 국민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사회적 약자의 생존을 뒤흔들 위험이 있는 질병정보 유출과 민간의료보험도입에 앞장선다면 그러한 시도는 국민적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해 둔다.
우리의 요구
1. 재경부는 개인질병정보 민간기업 유출을 합법화하는 인권침해악법 보험업법 개정을 즉각 중단하라
2. 재정경제부는 사회적 약자의 생존과 건강권을 위협하는 민간의료보험도입기도를 즉각 철회하라
3. 재경부는 사회적 합의 없이 진행되는 보험업법 개정을 즉각 중단하라
4. 김대중 정부는 보험업법개정을 즉각 중단하고 공보험강화와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즉각 마련하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건강연대·경인지역의학과학생회협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녹색소비자연대·민주노동당·민중복지연대·민중의료연합·사회당·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서울YMCA·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시민의모임·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인권운동사랑방·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애인이동권연대회의·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정보공유연대IPLeft·진보네트워트센터·사회진보연대·참여연대·한국노총·한국만성백혈병환우회·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한국장애인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