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전투병 파병을 반대하는 보건의료인 선언
이라크인들은 경제봉쇄와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이 폭격을 퍼부은 땅은 평범한 이라크인들이 아이들을 키우고 미래의 행복을 꿈꾸었던 곳입니다. 유엔의 이름으로 행해진 경제봉쇄와 이번 침략전쟁으로 그들의 꿈은 파괴되었습니다. 91년 걸프전 이후 13년의 경제봉쇄기간 동안 매달 5000명의 어린이가 죽었고 100만명이 넘는 이라크인들이 사망했습니다. 이번 전쟁으로 사회기간시설이 또 파괴되었습니다. 현재 사회기간시설복구에 전혀 관심이 없는 미군정에 의해 이라크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이라크 현지조사는 이라크인들의 건강과 생활의 피해가 심각하고 광범위함을 보여줍니다. 이라크에는 현재 석유가 없고 전기가 없으며 깨끗한 물이 없고 의약품이 없습니다.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의약품이 없어 단순한 감기로도, 단순한 설사병으로도 죽어갑니다. 84%의 어린이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미국 대 이라크 국민간의 전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전쟁은 후세인 정부 대 부시정부의 전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지를 다녀온 우리 단체 소속 의료진들과 평화활동가들은 이제 전쟁이 미군 대 이라크 전체 민중의 전쟁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애초에 정당성이 없는 침략전쟁으로부터 출발한 이번 전쟁은 미군의 사회복지에 대한 무시와 치안유지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미군의 비인간적인 처우 등으로 인해 겉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과잉방어는 역사적으로 모든 점령군이 피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고 미국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 수많은 목격자들이 증언하는 내용입니다. 평범한 이라크인들도 미군에 대한 저항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라크 민중에게 미국은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일 뿐입니다.
허구적인 ‘국익’이 침략전쟁의 동참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의 전투병 파병 요청에 국익을 위해, 한반도의 전쟁 위협을 막기 위해서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우리는 무고한 이라크 민중과 어린이들에게 총부리를 들이대면서 ‘국익’을 운운하는 정부가 부끄럽습니다. 설사 국익을 따진다 해도 이번 전쟁은 한반도 평화에 위협이 되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미국은 여전히 이란과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식 해법을 지원하면서 미국이 똑 같은 무력적 해결을 한반도에 적용하려할 때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또한 아랍과 아시아의 무슬림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 어떻게 국익이 되며 젊은이들을 살인의 당사자로 만들고 죽음과 질병의 위험속으로 내모는 것이 무슨 국익이 되겠습니까?
이라크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군대가 아니라 우유와 의약품
지금 이라크에서는 몇몇 테러리스트들이 미군에 대한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다수의 이라크인들이 미국의 점령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라크인들은 그들의 가족을 위해, 그들의 행복을 위해 침략군에 대해 정당한 저항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이라크에 필요한 것은 경제봉쇄와 전쟁으로 망가진 그들의 피폐한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도주의적 도움의 손길이지 군대가 아닙니다.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총부리를 들이대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미군을 비롯한 외국군대는 이라크에서 즉각 철수해야 합니다. 한국의 전투병 파병은 어떤 일이 있어도 안됩니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국내외 양심세력과 함께 미군의 이라크 철수와 한국군 전투병 파병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투쟁할 것을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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