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제자리찾기 공동대책위 발족 기자회견문>
박용현 서울대병원장은 간병인 문제를 환자입장에서 해결하고
국민과 환자의 이익에 반하는 의료행위를 중단하라
서울대학교병원은 명실공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공병원이다. 그러나 오늘날 국립서울대병원이 벌이는 진료와 병원운영이 서울대병원의 위상과 목적에서 너무나 멀어져있음을 보며 우리는 놀라움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 “교육ㆍ연구와 진료를 통하여 의학발전을 도모하고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서울대학교병원의 목적은 어디로 갔는가? 오로지 수익만을 목적으로 의학적 근거도 없이 350만원 짜리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검진센터를 건립하고, 수익에 의거하여 교수들의 월급을 책정하는가하면, 6인 병실을 50% 이상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법정 기준보다도 모자라는 병상운영으로 환자에게서 병실차액료를 챙기는 것이 오늘날의 서울대학교병원의 현실이다. 이런 서울대학교병원이 연 2400만원의 예산이면 운영하는 무료간병인소개소를 사설인력 파견업체에 넘겨 환자편의를 외면하고 간병인들의 안정적인 간병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를 포기하는 것은 하등 놀랄 일도 아니다.
이외에도 사립병원들이 기피하는 SARS 지정병원 지정을 서울대학교병원이 거부하고 산재지정병원마저도 거부하는 등 서울대학교병원의 공공병원으로서의 자격미달행태와 국민보건향상에 반하는 행위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우리 사회단체들은 서울대병원의 이 같은 국민건강에 반하는 행동을 안타깝게 여기고 수차례 이를 지적하여 왔다. 이번 간병인 문제만 하더라도 보건의료노동조합은 여러차례 문제제기를 해온바 있다. 그러나 병원측은 문제제기를 무시할 뿐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는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들에게 경찰을 동원하여 폭력을 행사하고, 합법적인 노사협의회를 중단하고,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노조원들을 고소고발하며, 출입금지가처분신청을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태도로 일관하였다.
이제 서울대병원의 공공병원으로서의 위상에 반하는 행태는 그 정도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서울대병원이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고액건강검진이 불필요하다고 국민에게 설득을 해도 모자랄 판에 국민들에게 “서울대학교병원”의 이름으로 권유를 하며 노골적으로 돈벌이에 나서고 간병인들을 거리로 내쫓는 행위는 정도를 지나친 것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서울대병원이 국가중앙의료기관으로서의 위치와 그 상징성으로 국가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본다. 이러한 서울대병원이 노골적인 돈벌이에 나서고 환자권익을 무시할 때 이는 우리사회의 보건의료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이에 우리는 이 시점에서 서울대병원이 더 자신의 제자리에서 멀리 일탈하기 이전에 국가중앙병원으로, 그리고 대표적인 공공병원으로서의 자신의 제자리를 찾아가는 일이 우리사회의 보건의료체계의 올바른 정립과 국민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이를 위한 서울대병원 제자리찾기 공대위를 구성하게되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요구사항으로 다음의 사항을 서울대병원당국과 관리감독을 맡은 교육부, 보건복지부가 실행해줄 것을 촉구한다. 이는 서울대병원이 공공병원으로서 최소한 지키지 않으면 안될 최소한의 의무사항이다.
1. 일부 부유층만을 위한, 의학적 근거가 없는 고액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중단하라.
서울대병원은 이번달 15일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빌딩 38, 39층에 “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시스템 강남센터” 라는 이름의 건강검진센터를 세웠다. 보건소에 신고된 공식적 이름이 “서울대병원 강남의원”인 이 검진센터는 말로는 “질병예방 및 조기발견으로의 의료패러다임 변화”라는 거창한 목표를 내걸었다. 그러나 월 임대료만 2억이고 관리비만 8천만원이며 온갖 첨단 의학장비를 오로지 건강검진 목적으로 들여놓은 이 검진센터는 사실상 누가 보아도 일부 부유층을 위한 돈벌이용 검진센터이다.
주력상품인 ’50대 헬스케어 건강검진’의 비용이 88만원에서 140만원이다. 한번의 건강진단에 120만원이라는 돈을 쓸 수 있는 서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여기에 일류호텔에서 숙식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건강검진은 60대 남성의 경우 320만원 이상이고 여성은 350만원 이상이다. 한마디로 극소수부유층을 위한 검진센터이다.
더욱이 적정진료를 통해 타 의료기관의 전범이 되어야 할 서울대병원이 하는 검사항목을 보면 한마디로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거나 매우 희박한 “비싸지만 실효성은 의문인” 검사항목 투성이이다. 암의 조기발견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종양표지자검사를 실시하고 발생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20대에 대장경을 실시하며 가족중에 뇌졸중 환자가 있다고 뇌 자기공명영상(MRI)를 쵤영하고 암을 조기 발견하겠다고 건강한 사람에 대해 동시에 대장/복부/흉부/골반 컴퓨터 단층 쵤영을 한다. 이러한 검사가 도대체 어떤 의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더욱이 여러 부위의 CT 촬영은 질병의 조기발견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적은 반면 방사선 노출로 인한 암 발생에 기여할 수도 있다. 서울대병원측은 이를 의학적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할 것인가?
일부 극소수 부유층을 위해 검진센터를 설립하고, 비용-효과적 근거가 없는 것은 물론 임상의학적 근거마저 희박하거나 없는 검사를 무더기로 실시하는 행위는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사립병원에서조차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물며 국민의 세금을 일년에 수백억원씩 지원받는(참고자료 표 1) 대표적 공공의료기관인 서울대병원이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서울대병원은 소수 부유층을 위한 의학적 근거도 희박한 고액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즉각 중단하고 강남 건강검진센터를 운영할 돈으로 서민을 위한 건강프로그램을 운영하여야 한다.
2. 환자들에게 높은 의료비를 부담시키는 병실을 줄이고 다인용 병실을 확충하라
서울대병원은 현재 건강보험급여기준으로 별도의 병실료를 받지 못하게 되어 있는 6인실 이상의 병상이 전체 1404병상 중 601병상으로 전체 중 비중이 42.8%에 불과하다. 이는 법정기준인 50%에도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전체 국립대 중 최하의 비율이고 일부 사립대병원 보다도 그 비율이 낮다(참고자료 표 2). 더욱이 3,4인실 병실료가 다른 국립대병원에 비해 가장 높다.
이러한 사실은 타 병원의 모범이 되어야 할 서울대 병원이 오히려 다른 국립대병원에 비해 가장 높은 병실료와 가장 낮은 다인용병실비율을 통해 환자에게 부당하게 많은 의료비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자료 표 2,3) 서울대 병원은 진료에 필요한 5인미만병실을 제외한 병실을 다인실 병실로 바꾸어야 하고 최소한 다른 국립대병원 수준의 병실료를 부과하여 환자에 대한 부당한 의료비징수를 중단하여야 한다. 서울대병원이 일부 부유층을 위한 병원이 아니려면 이러한 조치가 필수적이며 그것이 최소한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하는 전제이다.
3. 불필요한 의료비부담을 초래하는 선택진료제와 의사 성과급제도를 철폐하라.
선택진료제도, 즉 특진제도는 그 출발이 1967년 “국립의료기관의 의료진이 다른 병원에서 겸업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료진의 상대적 저임금을 보전하기 위한 제도”로 출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특진제도는 사립병원에서도 도입되었고 이후 국립병원과 사립병원의 임금격차가 없거나 역전된 이후에도 병원의 소득과 의사들의 수익을 위해 보존되어왔고 2000년에는 의료법으로 합법화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환자의 진료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명분과는 달리 이 조항은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환자의 진료선택권을 제한하고 또한 환자가 원하지 않아도 불가피하게 특진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하는 대표적인 불합리한 제도이다. 특히 선택진료에 의한 수익에 따라 의사의 월급을 차등화하는 현재 서울대병원의 제도는 이러한 불합리를 더욱 증폭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특진제도로 인한 260억원(2002년)의 수익은 고스란히 환자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특진항목 중 검사료와 방사선 진단 및 치료비용, 마취료는 환자가 선택진료외에 대안이 없어 불가피하게 받는 ‘선택’진료로서 환자들의 선택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다. 또한 상당부분의 진찰료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진료비는 서울대병원이 환자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부당하게 징수하는 의료비이다. 환자의 의료에 대한 접근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할 공공병원에서 이른바 선택진료제를 실시하여 비용부담을 유발하는 것은 그 자체로 환자의 접근권을 제한하는 조치로 철회되어야 한다. 더욱이 이 선택진료에 의한 수익을 의사의 월급과 연계시키는 것은 선택진료에 대한 과잉유발의 동기를 의료진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적정진료에 도움이 되지 못한 제도이다. 진료수익에 따른 의사의 성과급제도는 그 자체가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제도로서 철폐되어야 하며 특히 적정진료를 제공하여야 할 공공병원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4. 무료간병인소개소 폐쇄조치를 철회하고 환자를 위한 간병제도를 도입하라.
서울대병원은 지난 9월 1일 15년간 무료로 운영해오던 간병인소개소를 폐쇄하고 대신 사설 유료 간병인 파견업체를 선정하려고 시도하였고 이미 두 사설업체를 선정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서울대병원당국이 지금까지 무료소개소 소속 간병인들에게 ‘여러분들은 사실상 서울대병원 직원이므로 자부심을 가지고 환자들에게 열성을 다하여 간병을 해야한다’고 교육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사실상의 ‘특수고용노동자’를 해고한 조치이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간병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첫째 간병인이 불안정하고 불리한 조건으로 사설 유료업체에서 파견이 되면 첫째 간병인의 직무만족도가 현저히 덜어지게 된다. 유료파견업체의 알선료 때문에 임금이 하락하고 직업안정도도 크게 나빠진다. 이는 곧바로 간병의 질의 하락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둘째 유료 사설 간병인 파견업자가 환자와 간병인 사이에 개입하게 되면 이는 사설업체의 이윤추구로 말미암아 간병인에게는 물론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게된다. 이미 사설간병인 파견업체가 8개 이상 서울대병원에 들어오게 된 이상 병원측의 가격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서울대병원측이 간병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의 의무와 기회를 완전히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무료소개소는 최소 1주일간의 교육을 거친 사람들을 간병인으로 채용해왔으며 또 이들에 대한 직무교육은 병원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가능하였다. 그러나 사설파견업체들이 간병인 문제를 맡게되면 병원측의 간병인에 대한 교육과 훈련의 기회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사실 간병이라는 개념은 서구에서는 간호와 구별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의료기관에서는 대부분 법정간호인력도 채우지 못하고 있고 간호인력이 간병까지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우리는 간호인력이 간병까지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간병인이 필요하다면 중간단계로 우리는 환자의 간병을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원칙속에서 간병인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즉 정부가 건강보험에서 이를 보험급여항목으로 채택하거나 아니면 보건사업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병원도 간병이 원래 병원에서 해야할 일을 명확히 인식하고 간호인력을 확충하거나 현재 간병인을 정식직원으로 채택하여 이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해야만 한다. 더욱 책임져도 모자랄 판에 공공병원이 연 2400만원의 저렴한 예산이 드는 무료소개소마저 폐쇄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환자를 위한 의료기관의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서울대학교병원이 공공병원으로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몇 가지 대표적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돈벌이만을 위한 검진센터 설립이나 다인실 병실의 낮은 비율, 의사성과급제, 무료간병인 소개소 폐쇄는 서울대병원이 공공병원으로서의 자기역할을 완전히 포기한 상태임을 분명히 드러내는 사실들이다.
서울대병원의 위상과 상징성을 볼 때 이러한 부정적인 행태는 사회전체적으로 부정적인 파급력이 매우 크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 전체 의료기관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고 환자와 국민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에 위 4가지 사항을 서울대학교병원이 우선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것으로 서울대병원 제자리찾기 운동의 활동을 시작하려고 한다. 서울대병원이 제자리를 찾아야 우리사회의 공공의료기관이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본적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서울대 병원당국은 이제부터라도 시민들이 아무도 돈벌이를 위한 사립병원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현실을 통감하고 공공병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데 열심히 노력하여야만 한다. 우리는 우선 4가지 문제에 대해 서울대병원 당국이 성의있게 대응할 것을 촉구하며 이를 관철하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우리의 요구
1. 부유층을 위한 고액건강검진 중단하고 검진센터를 서민들을 위한 의료지원센터로 재개설하라
2. 환자에게 불필요한 의료비부담을 전가하는 다인실병실비율을 최소한 ‘국립대병원 평균수준’ 으로 확층하고 고액입원병실료를 낮추라
3. 환자에게 불필요한 의료비부담을 증가시키는 선택진료제와 교수성과급제도를 폐지하라
4. 간병인 무료소개소 폐지를 철회하라. 안정적 간병인 확보 및 훈련을 위해 간병인을 정규직화하고 간병인에 대한 병원책임을 강화하라
2003. 10. 28(화)
서울대병원 간병인문제 해결과 공공병원으로서의 제자리찾기를 위한 공동대책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