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참여수석비서관실에서 발표한 “현장에서 듣는다 ⑦-보건·의료단체간담회” 내용과 관련한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논평 및 청와대에 전달한 자료내용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의료단체연합) 소속 6단체와 건강세상네트워크의 대표진은 국민참여수석실의 요청에 따라 지난 11월 7일 간담회를 가졌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실에서 발표한 내용이 간담회 내용의 일부를 소개하기는 하였으나 전체적으로 간담회 때 진행된 대화의 전체적인 내용을 요약하기에는 대화의 맥락이 생략되어 있고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간담회 내용을 밝히고 간담회 때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실에 제출한 자료를 공개한다.
대표진은 우선 참여정부의 보건의료공약사항 중 핵심적인 부분 즉 의료보장의 강화와 공공의료강화 공약이 전혀 실행되지 않고 있으며 내년 예산에도 이를 실행할 예산이 거의 전액이 삭감되어 있음을 지적하였다. 또한 공약사항에 대한 보건의료개혁의 실행은커녕 개혁과 역행하는 경제자유지역내 내국인 진료허용 및 민간의보도입 시도 등 개혁에 역행할 뿐 아니라 공약에도 정면으로 역행하는 내용이 진행되고 있음을 볼 때 “지금까지의 참여정부의 보건의료부문의 정책 및 그 집행은 전혀 기대를 걸 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앞으로 참여정부에 개혁을 실천할 의지가 있는가를 집중적으로 질의하였다.
이에 국민참여수석실 측은 현재 정치상황을 설명하면서 간담회 자리는 ‘법을 개정할 필요가 없고 예산이 적게드는’ 개혁과제에 대한 제안이 주로 있었으면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 이에 대해 대표진은 보건의료개혁을 포함한 사회복지개혁은 정부의 총괄적인 정책의지와 예산확보가 핵심이며 이것이 없이는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면서도 국민참여수석실의 의사를 존중하여 지엽적인 ‘돈이 안 들거나 적게 들면서도’ 필요한 일부 지엽적인 개혁과제를 이러한 개혁도 있을 수 있다는 형식으로 제기하였다.
이러한 제안내용 중에서도 일부분 예를 들어 약의 소포장 문제는 의약분업취지와 연관되어 있음을 같이 지적한 내용이 빠져 있어 청와대 보도자료에만 의하면 오해될 소지가 있으며 다른 부문의 지적 내용도 전체적인 대화의 맥락속에서 이해될 때 보다 정확한 대화의 이해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다음은 보건의료단체연합에서 준비한 보건의료단체 청와대 비서실 간담회 자료 전문이다.
<자료 : 청와대 비서실-보건의료단체 간담회 자료>
보건의료단체들은 집권 후 노무현 정부 집권시 노무현 정부의 보건의료분야 공약이행여부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특히 공공의료강화와 의료보장의 보장성 강화에 대한 공약은 우리 사회의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바꿀 수 있는 내용이어서 그 이행여부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컸습니다. 그러나 지금 집권 1년이 가까워 오는 시기에 노무현 정부의 보건의료분야정책을 바라보는 보건의료단체들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정부에 기대할 것이 있겠는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무현 정부가 스스로의 공약에 대한 실천은커녕 그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의 보건의료제도의 문제는 의료의 공공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입니다.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46%(OECD 2003)에 머무르고 있어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고 OECD 국가의 공공의료기관비율 평균이 75%임에 비해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의 비율은 10%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의료보장의 강화와 공공의료기관의 강화가 우리나라의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과제입니다. 이 때문에 임기 중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80%까지 확대하고 공공의료기관의 비율을 30%까지 늘리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대선공약은 이 점에서 상당히 환영할만한 공약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소액진료비 본인부담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하여 본인부담률을 오히려 높이는 제도의 도입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기초생활보장 중 의료급여부분은 그 대상이 늘어나지 않아 절대빈곤층에 대한 지원책도 매우 미미한 증가만을 보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올해 건강보험재정 흑자가 1조원이 넘게 발생할 것이 분명함에도 정부는 보험료인상과 수가인상만을 계획하고 있을 뿐 보장성 강화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신의 딸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참극이 벌어지고 있고 이것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가 하는 일은 국민의 부담증가를 높이고 일부 의료계 이해집단의 이익을 배려하는 것일 뿐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실질적 조치는 거의 전무하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와 관련한 내년 예산의 거의 전액이 삭감되었습니다.
공공의료기관강화와 관련한 사항 또한 절망적입니다. 공공의료기관강화와 관련된 내년의 예산은 거의 전액이 삭감되었습니다. 그나마 몇 개안되는 공공의료기관조차 민영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 시립동부병원의 민영화 시도가 그것입니다. 또한 공공병원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고 있으며 예를 들어 서울대병원이 의학적 근거도 없는 350만원 짜리 건강검진을 위한 검진센터 건립을 하는 등 적정진료의 모범이 되어야 할 공공의료기관이 오히려 재벌병원이 무색한 이윤추구행위에 나서는 것이 현실입니다. 주무부서장관인 행자부와 복지부장관이 합의한 지방공사의료원의 주무부서 복지부 일원화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역주민들이 도산한 병원을 공공병원화 하겠다는 운동을 전국적으로 여러 지역에서 벌이고 있지만 이에 대한 아무런 반응도 없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당시 민간의보는 절대로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재경부는 여러 차례 민간의보도입 추진방안을 밝혔고 최근에는 복지부장관까지 나서 민간의보도입 추진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민간의보도입은 주지하다시피 의료를 완전히 시장화하는 조치로 현재의 반쪽 짜리 건강보험체계마저 완전히 붕괴시킬 것임이 너무나도 명확한 제도입니다. 노무현 정부아래서 공공의료강화와 의료보장의 보장성 강화가 이루어지기는커녕 그나마 존재하던 의료보장체계를 무너뜨리는 민간의보도입 마저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시장개방조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최근 경제자유지역의 외국병원의 허용과 관련하여 영리법인 허용, 과실송금허용, 내국인진료허용 등의 조치를 취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완곡하게 말하여 얻는 이득은 애매모호하고 확정할 수 없는데 반해 그 손실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국내의료법의 치외법권지역을 만들고 그곳에서 의료의 완전한 상품화를 허용하는 것은 일부 부유층이 외국에 가서 받을 진료를 국내에서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료이용의 빈부격차를 넓히고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에 대한 동기를 약화시키며 민간보험도입주장의 현실적 근거를 제공하게 됩니다. 결국 경제자유지역내의 내국인 진료허용/영리법인허용 조치는 민간보험도입과 마찬가지로 국가의료제도의 근간을 붕괴시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조치입니다.
노동자 건강문제에 핵심적인 산재보상문제나 산재판정문제에 대한 아무런 개선책이 없었습니다. 노동강도 강화에 의해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병이 수십배 증가해도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강구하기는커녕 산재인정기준에 대한 개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노무현 정부의 보건의료부문의 실정은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수가제도개선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공약은 의사협회의 압력에 밀려 포기되었으며 병원평가와 관련한 공약도 병원협회의 압력에 밀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는 식으로 병원협회가 스스로 평가를 하도록 맡겨졌습니다. 보험료와 수가에 대한 결정은 가입자단체를 배제한 채 아예 정부와 이익단체간에 결정하도록 추진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가 이러한 복지부의 행태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을 정부에 대한 월권적 간섭행위라고 매도까지 합니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의 지지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보건의료부문에서 국민들을 위한 개혁이 단 하나라도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아니 의료개혁을 논하기 이전에 보건의료부문에 대한 스스로의 공약을 되돌아보고 무엇 하나라도 스스로의 공약을 이루었는지, 또는 이루려는 의지를 보였는지를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
2003.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