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 파병철회를 위한 보건의료인 521명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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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철회를 위한 보건의료인 선언>
  의료인의 이름으로 파병 철회를 요구한다.

  우리는 6월 23일 “나는 살고 싶다! 고 외치는 우리의 한 젊은이가 머나먼 이국에서 살해당하는 것을 목도하였다.
  당신의 생명이 중요하듯이 나의 생명도 중요하다, 나는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하던 한 젋은이의 절박함에 그의 고국, 한국정부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노무현 정권의 대응은 죽일 테면 죽여보라는 파병강행 발표였다. 파병강행 발표는 한 가난한 집안의 희망이었던 젊은 청년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이제 한국인은 아랍권은 물론 우리나라 땅에서도 또 세계 어느 곳에서도 그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묻는다. 정부는 왜 존재하는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정부가 과연 정부로서의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가? 도대체 노무현 정부는 누구의 정부인가? 국민의 생명와 안전을 포기하며 얻을 국익은 도대체 누구의 국익인가? 국민의 것인가 아니면 부시와 노무현의 자신의 것인가?    
  
  지금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 민중의 저항은 한국의 추가파병이 미국과 영국이 말하는 테러와의 전쟁이나 이라크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확립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임을 너무나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작년 4월부터 8월까지 이라크 의료지원활동을 통해 우리가 확인한 것은 인간 생명의 소중함은 인종과 종교를 초월하는 것이라는 사실이었으며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한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이라크에서 만난 어린이들은 어른이 될 때까지 살수 있을 것인가라는 물음에 84%가 그럴 수 없을까봐 걱정이 된다고 대답했던, 전쟁의 위협에 떨고 있는 어린이들일 뿐이었다. 우리가 이라크에서 만난 미군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말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자신의 땅과 가족을 외국의 침략군으로부터 지키겠다는 평범한 민중들이었다.  

  애초 미군당국이 침략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량살상무기와 이라크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회복이라는 명분은 사라진지 오래다. 인권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의 아부그라이브에서의 고문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성적학대, 팔루자에서의 무고한 시민들의 학살은 미국과 영국군의 진실을 낱낱이 드러내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침략군에 의해 살해된 민간인들은 1만명이 넘으며 4만명이 넘는 민간인들이 부상을 입었다. 이중 반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이런 침략전쟁으로 얻어진 것은 무엇인가? 세계는 더 안전해졌는가? 2003년과 2004년은 세계사에서 가장 불안정한 한해가 되었다.
이라크에서는 그들이 말한 민주주의가 확립되었는가? 아무도 이라크에서의 주권이양이 진정한 주권이양이라고 믿지 않는다. 이른바 미 행정장관 폴 브레머가 군정기간동안 이라크에서 했던 일들은 이라크의 국유산업을 은행을 포함하여 모두 미국과 영국기업에 팔아치운 것이었으며, 이른바 이라크 재건사업에서 이라크 기업을 배제하고 미영기업에 넘긴 조치를 내린 것이었을 뿐이다. 또한 이라크의 석유자원을 팔아 얻은 240조원에 달하는 돈은 그 행방을 모른다.
  6월 28일 이른바 ‘주권이양’을 통해 만들어진 정부는 선거가 아니라 미국이 임명한 자들이며 지금까지 미국을 위해 일해오던 인사들이다. 이라크 임시정부는 16만명에 달하는 점령군에 대한 아무런 권한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미국이 내린 100개에 가까운 포고령을 고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그것도 모자라 폴 브레머는 ‘주권이양’ 직전 무더기로 인사조치와 행정조치를 내려 내년 초로 예정된 임시총선에 출마할 정당과 인사의 자격을 심사하는 정당심사위원회와 언론의 정간과 폐간의 권한을 가진 언론위원회의 인사들을 새롭게 임명하고 그들의 임기를 5년간 보장하였다. 국가안보보좌관과 정보기관책임자를 임명하고 또한 그들의 임기를 보장하였다. 이로서 유엔결의에 의한 2006년 총선에 의한 이라크의 민주화계획은 말로만의 민주화가 되었다. 누구도 이라크의 ‘주권이양’이 진정한 주권의 회복이라고 믿지 않는다. 바그다드 그린존에 세계최대의 미 대사관이 지어졌고 새로 부임한 미 대사 네그로폰테가 새로운 이라크 총독이 되었을 분이다. 한마디로 이라크에서의 주권이양은 사기극일 뿐이다.

  모든 외국의 점령군이 이라크를 떠나고 이라크를 이라크인들에게 돌려주지 않는 한 이라크의 평화와 민주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은 이제 너무나도 명백하다. 현대사에서의 민주주의의 확립은 미국과 영국, 폴란드등의 파병국들의 역사에서 너무나도 잘 확인되듯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민중의 저항에 의해, 그리고 외국군의 침략에 대한 저항을 통해 이루어졌다. 바로 이것이 민주주의이며 이러한 점에서 이라크 민중의 침략군과 꼭두각시 정권에 대한 저항은 정당하다.
더욱이 일본 침략에 대한 저항과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저항을 민주주의의 정통성으로 갖고 있는 한국이,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헌법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 아무런 명분도, 아무런 근거도 가지고 있지 않은 침략전쟁에 참가한다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다는 말인가?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을 소명으로 삼는 우리 의료인들은 수많은 희생을 초래할 이번 전쟁의 부도덕함을 이미 여러차례 천명한바 있다. 87년 우리 의료인 단체들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호헌철폐투쟁을 위해 가운을 입고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다시한번 흰 가운을 입고 거리로 나선다. 김선일씨의 죽음과 한국군의 추가파병이 의미하는 바는 한국인의 전체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게됨을 뜻하는 것이며 이는 우리 의료인의 존재자체에 대한 부정이고 한국의 민주주의의 전면적인 파괴를 뜻하는 것이 때문이다.

   우리는 노무현 정권에게 추가 파병을 중단하고 이미 파병된 한국군의 철수를 요구한다. 또한 파병의 강행으로 국민의 생명을 초미의 위기로 몰아간다면, 이는 헌법이 밝히고 있는 국민의 복리를 증진시켜야 할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으로 우리는 대통령 노무현의 퇴진을 요구할 것임을 천명한다. 우리는 이라크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살과 고문이 중단되고 평화를 실현시키기 위한 전 세계 양심세력의 투쟁에 우리나라의 민중들과 더불어 모든 힘을 다해 참여할 것임을 밝힌다. 우리는 의료인으로서, 의료인의 양심과 도덕적 소명으로 파병을 반대한다.  

1. 미국을 비롯한 점령군은 이라크에서 즉각 철수하라.
2. 이라크를 이라크인들에게로.
3. 노무현 정권은 파병을 철회하고 서희제마부대를 즉각 철수하라.
4. 노무현 정권은 파병을 강행할시 정권퇴진을 각오하라.

<파병철회를 요구하는 521명 의료인 명단>

강동원 강영호 강윤식 계원숙 고경심 권경아 권오현 권정기 김건우1 김건우2 김경일 김나연 김미정 김병준 김선희 김성아 김수영 김신애 김영묵 김영삼 김영진 김은경 김일회 김정범 김종규 김종명 김주성 김주연 김진국 김진석 김철웅 김해룡 김현숙 김형섭 나동규 나준식 남희태 노태맹 박강서 박건희 박경남 박순호 박태훈 배열 배경렬 배준기 백남순 백재중 백한주 선병환 송관욱 송광익 신재규 신현정 심재식 안동춘 안영섭 양길승 양영모 엄두섭 예호열 오경현 유영진 유은상 윤창호 윤환중 이건우 이문희 이민창 이상원 이상윤 이상이 이재호 이정만 이정화 이종우 이지영 이충열 이희경 이희원 임승관 임정수 장규진 장병춘 장용선 전경훈 전형준 정백근 정영진 정이은정 정일용 정재인 정태형 정혜신 조병식 조성일 조홍준 주영수 채윤태 최경서 추호식 한동로 한윤주 홍경표 홍승권 황상익 황성은 (의사 10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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