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투자활성화를 위한 복합도시개발특별법(이하 기업도시특별법)”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올 6월 전경련의 정책포럼 개최 이후, 건교부는 전경련이 제안한 “기업하기 좋은 도시”에 대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 7월 건교부 기업도시과를 신설하였다. 나아가, 8 ∼ 9월에 걸쳐 기업도시 특별법 제정을 위한 관련부처 협의, 미국 기업도시 공동시찰, 공청회 등을 통해 이번 국회에서 의원입법을 준비 중에 있다고 건교부 관련 자료와 언론보도는 전하고 있다.
전경련과 건교부는 기업도시특별법을 기업투자 활성화, 일자리 창출 및 국토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업도시특별법은 포괄적 규제완화 및 대기업 중심의 특혜를 종합적 형태로 부여하는 것으로, 참여정부가 공언한 경제와 기업의 개혁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다.
전경련과 건교부가 제안한 자료를 참고해 보았을 때, 기업도시특별법의 문제점은 아래와 같다.
첫째, 출자총액제한 한도 완화, 신용공여한도 상향조정, 부채비율 제한조치 예외 인정 등은 기존의 공정거래법, 은행법 등을 무력화할 뿐 아니라, 재벌의 지배구조 강화 등 기존의 경제와 기업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없던 이러한 예외적 규제완화는, 전경련과 몇몇 대기업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시민을 협박하며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켜 나아가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조치가 기업도시특별법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전경련과 대기업들이 ‘기업도시특별법을 사례로’ 국가적 차원의 규제완화를 추가요구할 것은 뻔히 예견되는 일이다.
둘째, 기업도시특별법은 기업도시의 공익성을 빌미로,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에게 대단위 지역의 일괄적인 토지수용권을 일임하고 있다. 이처럼 예외적으로 부여된 권한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수용제도’의 원칙과도 부합하지 않으며, 사기업의 특성상 남용될 위헌의 소지까지 있다. 더불어 토지수용권, 처분권을 통해 민간기업의 개발이익사유화를 허용하는 엄청난 특혜이기도 하다. 이미 우리는 부안사태에서 본 것처럼,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의 경우 지역주민들과 충분한 동의과정 없이 진행할 때, 정부의 공공정책조차 커다란 사회적 갈등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기업도시특별법에서 민간기업에게 부여한 토지수용권 등은 지역사회, 지역주민들과의 집단적 분쟁 사례로 발전할 수 있는 충분한 개연성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갈등요소로까지 발전할 위험성이 있다.
셋째, 기업도시특별법은 전경련과 대기업의 요구인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 해고제한요건 완화, 파견근로 대상업종 확대, 대체근로 전면허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노동자의 기본권인 노동권을 심각하게 제약할 뿐만 아니라, 기업도시 건설목적인 장기적 일자리 창출에도 오히려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영리법인에 의한 학교 설립, 등록금 자율화와 기여입학제 등은 현행의 사립학교법, 고교평준화 체제를 교란시켜며, 불평등한 계층구조를 재생산하는 교육기회의 불평등과 교육의 상업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 더불어 영리법인에 의한 병원 설립은 의료의 공공성을 침해할 수 있는 여지를 내포하고 있으며, 대규모 도시개발과정에서 나타날 환경관련 규제 등의 완화 또한 심각한 우려의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노동, 교육, 의료, 환경 등의 분야에서 제기되는 포괄적인 규제완화와 예외조항은, 관련 법체계 전반의 문란 및 형평성의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구체적인 개별 기업은 한건의 신청도 없는 상황에서, 기업도시를 유치하려는 개별 지자체들만 법인세·소득세 등의 조세감면, 국공유재산 장기임대, 고용 보조금 지원 등을 약속하는 선심경쟁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전경련과 대기업이 ‘확실하게, 위험부담없이, 최고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를 규제완화와 특혜, 선심경쟁으로 길들여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전경련의 제안 이후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없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의원입법형식을 통해 입법과정을 갖고, 연내 1 ∼ 2곳을 시범사업으로 선정하겠다는 것은 건교부의 의욕, 과욕차원을 넘어, ‘무소불위’한 일방적 폭주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 없이, 경제·노동·환경·교육·의료 등에 있어 일련의 포괄적인 규제완화와 특혜를 쏟아붓는 건교부의 “민간투자활성화를 위한 복합도시개발특별법(기업도시특별법)”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우리의 주장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더욱 더 강력한 시민사회 연대를 통해 이 법안의 저지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2004. 9. 9
경실련·민주노총·보건의료단체연합·전교조·참여연대·함께하는시민행동·환경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