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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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경제자유구역내 병원의 내국인진료 및 영리법인을 허용해서는 안된다.
- 재경부는 거짓말에 근거한 위험천만한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
9월 10일 재정경제부는ꡒ경제자유구역내 설립되는 외국병원에서 내국인 이용을 허용하고, 외국병원의 설립주체를 외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투자기업도 설립할 수 있도록 확대ꡓ하는 내용의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우리는 이러한 조치가 공공성이 극히 취약한 국내의료체계와 건강보험체계를 붕괴시킬 위험성이 있는 위험한 조치이기에 오래전부터 여러차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그러나 재경부는 이미 사실과 전혀 다름이 확인된 내용을 근거로 이전 방침보다 더 개악된 형태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에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다음과 같이 재경부 입장에 대한 반대와 이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의 의지를 다시 한번 밝힌다.
1. 재경부 주장의 허구
첫째 재경부는 이번 개정안의 근거가 되는 허브병원의 예로, 여전히 중국과 싱가포르를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외국병원이 없으며 재경부가 주장하는 존스홉킨스 분원은 외국의사가 단 2명이 근무하는 연구소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다. 또한 싱가포르는 국내공공병원이 병원의 85%이상을 차지하는 나라이며 말레이시아 공동어를 사용하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주로 해외 환자를 유치하고 있다. 공공병원 8%에 불과한 한국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며 중국과 일본은 한국과 언어가 다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중국의 경우 현재 외국병원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진행중이나 실제로 양해각서조차 체결된 곳이 없다. 더욱이 중국은 농촌인구의 8%, 도시인구의 40%만이 의료보험혜택을 받고 있고(아시아 개발은행) 병원수가 턱없이 모자라는 상태로 세계보건기구가 전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의료문제를 안고 있는 나라로 지목하고 있다. 한국처럼 급성기병상이 과잉상태가 아닌 것은 물론 한국이 그 의료체계를 본받아야 할 나라가 아니다.
둘째 정부는 경제자유구역내 병원의 내국인진료허용과 영리법인허용이 국내의료체계에 미칠 영향이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좁은 국토에서 인천, 부산, 광양등의 영리법인의 허용은 당장 경인, 경남, 호남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당장 경기인천지역만 하더라도 1000병상 이상의 병상과잉공급상태이다. 여기에 수백병상의 병원을 더 지으면서 국내의료체계에 영향이 없다는 것은 한마디로 의료에 대한 무지의 소치일 뿐이다.
이에 더해 이번 개정안에서 정부는 설립주체를 외국인이 아니라 외국인 투자기업이라고 확대하였다. 이는 사실상 국내기업의 병원투자를 허용하는 조치이다. 현재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르면 외국인 주식이 10%만 되어도 외국인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당장 병협이 역차별논리를 들어 모든 병원의 영리법인화 허용을 주장하고 실질적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희박하다. 또한 공정거래위와 재경부, 복지부는 병원 전면영리법인화 방침을 태스크포스팀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경제구역내의 제한적 조치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영향의 범위는 전국이며 사실상 국내병원전체의 영리법인화의 시발점일 뿐이다.
셋째 정부는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이 유치되면 국부유출은 없고 오히려 외국진료의 국내흡수 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선 외국진료가 1조원 규모라는 연구는 근거가 없음이 밝혀진지 오래이다. 미국전체의 외국인에 의한 진료수입이 연간 1조 2천억원 수준이다. 이러한 규모로 보았을 때 한국 한 나라에서만 외국진료로 인한 외화유출이 1조원이라는 것은 터무니없이 과장된 수치이다. 또한 외국진료의 대부분은 원정출산이나 여러 외국병원의 세계일류부문에 한한 것이다. 국내외국병원에서 출산할 때 외국국적을 주는게 아닌 이상, 그리고 국내 한 병원에 여러 외국병원의 초일류부분만 모을 수 없는 이상 외국진료의 대부분은 막을 수 없으며 오히려 국내의 외국병원에 대한 신규수요만 늘리게 될 것이며 이는 곧 국부유출로 이어질 것이다. 국내외국병원이 유치될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유치된다고 하여도 이는 외국병원과의 연계구실을 하게 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넷째 외국인설립이 아니라 외국인투자기업까지 병원설립자격요건을 확대한 것을 재경부는 국내기업에 대한 차별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이야기 하나 사실상 이는 외국병원의 투자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조치라고 보인다. 중국에서 확인된 바로는 한국에서 양해각서 체결 이야기가 나온 유펜이나 하바드 대학병원의 경우 내수시장이 넓고 병실료와 인력이 훨씬 유리한 중국과 투자협정을 상당정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한국진출은 사실상 없었던 일이 되고 있다.
결국 이번조치는 국내의 몇몇 대형병원들이 외국브랜드만 유치한 형태로 영리법인화를 허용하는 조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이는 국내병원간의 차별을 노정하여 결국 역차별 논리에 입각한 국내병원 전체의 영리법인화를 촉진하게 될 것이다.
다섯 번째 재경부는 국내공공의료체계의 확충을 보완정책으로 내놓고 있는 바 공공의료확충은 그 자체로 필요한 것이지 의료개방의 보완물이 아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바로 이러한 말을 하는 재경부가 2004년은 물론 2005년 내년 예산 심의에서 공공의료확충예산을 일반회계에서 전액삭감하였고 기금예산에서 조차 대폭 삭감하여 공공의료확충이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공공의료확충예산을 거의 전액삭감하고 한편으로는 공공의료확충을 보완조건으로 이야기하는 재경부는 거짓말을 전문적으로 늘어놓는 부서인가?
이처럼 재경부의 주장 전체가 사실상 거짓말일뿐이며 이미 밝혀진 사실과 전혀 다르다
2. 경제자유구역 병원의 내국인진료, 영리법인허용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현재 최대다수 가입자단체인 민주노총과 전농, 시민단체와 진보적 보건의료단체 등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재경부의 이번 조치를 반대하고 있다. 또한 국내의 의료계 직능 4단체 모두 재경부의 조치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보건복지부도 의료개방은 매우 신중하게 처리해야할 사안이라고 말했으며 재경부가 예산의 거의 전액을 삭감한 공공의료가 확충되기 전까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즉 시민사회단체 전체와 직능단체 전체가 반대하고 있으며 정부부서간의 협의도 아직 채 이루어지지 않은 조치가 이번 재경부의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이다.
경제자유구역내 병원의 내국인 진료와 영리법인화는 누차 지적하여왔듯이 그 자체로 국내 고급수요층의 의료수요만을 겨냥한 것으로 의료이용의 빈부격차만을 증가시킬 것이며 외국인 환자유치는 비현실적인 것이다. 또한 경제자유구역내 병원의 영리법인화는 연쇄적으로 전체병원의 영리법인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며 이는 당연히 의료의 고급화와 의료비 지출의 급등을 부추킬 것이다. 이러한 의료비를 건강보험재정이 담당할 수 없으므로 건강보험과 경쟁적인 대체형 민간보험도입은 필연적이 된다.
이러한 영리법인-민간의료보험체제는 한마디로 재경부가 말하는 국내병원경쟁력의 강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나 남미처럼 비효율적이면서 불평등한 체제로 귀결된다는 것이 이미 전세계적으로 확인된지 오래이다. 미국은 의료비로 GDP의 14%를 쓰면서 5000만명에 가까운 인구가 의료보험이 아예 없고 국민의 의료만족도가 10%내외로 전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남미의 경우 인구의 10%정도가 민간보험에 가입하여 영리병원을 이용하고 인구의 나머지는 보험혜택이 극소로 축소된 공적 보험으로 의료불평등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영리법인-민간의료보험도입은 현재도 민간기관이 중심이어서 매년 의료비상승률이 GDP 성장률의 2배인 한국의 의료비 상승폭을 폭발적으로 만들것이 분명하며 이는 거시경제적으로 엄청난 비효율과 의료이용의 빈부격차의 심화를 낳을 것이다.
재경부의 이번 입법예고는 동북아 허브라는 정부의 구상에 의료의 특성을 모르는 채 적당히 구색맞추기로 끼워넣은 동북아허브병원 구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근거로 든 싱가포르나 중국, 제한적 영향론, 경쟁력 강화론, 외국진료억제론 등은 하나도 근거가 없음이 이미 명백하다. 위험성은 극히 크나 실익은 없거나 극히 의심스럽다.
한국의 보건의료체계는 취약하기 그지없다. 의료보장률45%, 공공의료기관비율 8%는 OECD 평균 의료보장률 70-80%, 공공의료관비율 75%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보다도 공공성이 취약하다. 정부가 해야할일은 이러한 한국의 취약한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지 현실불가능한 외국진료수요나 국내일부 부유층의 고급의료수요를 충족시키려다가 국내의료체계를 붕괴시키는 경제자유구역 병원의 내국인진료허용과 영리법인허용이 아니다. 이 입법예고안은 즉시 철회되어야 한다. 우리는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이 법안을 저지시킬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우리의 주장
1. 경제자유구역내 병원의 내국인진료․영리법인화 허용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 철회하라
2. 재경부장관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파괴하는 입법예고안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
3.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주무장관으로서 경제자유구역법개정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혀라
4. 참여정부는 의료보장률 80%, 공공의료비율 30% 확충공약을 준수하고 이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경제자유구역내 병원의 영리법인화 허용과 의료개방조치를 즉각 철회하라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2004.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