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이주노동자 노말헥산 중독 진상 규명과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대위 기자회견

<기자회견문>
2005년1월 21일(금)

이주노동자 노말헥산 중독 진상 규명과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대위 기자회견

1. 태국 여성노동자 노말헥산 중독 사고는 한국 사회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여덟 명의 태국 여성 노동자들에게서 ‘다발성 신경장애(일명 앉은뱅이 병’)가 집단적으로 발병하였습니다. 치명적 유해 물질을 다루면서도 최소한의 안전 조치조차 취해지지 않은 작업 조건, 살인적인 노동시간과 저임금, 이주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이나 산재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식 등, 이번 사건은 원시적 수준의 산업재해에서조차 보호받지 못 하고 있는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2. 노동부는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자신의 직무를 유기하였습니다. 노말헥산 집단 중독은 이미 1999년과 2002년에도 일어난 바 있으며, 당시에도 작업환경측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만 했어도 예방이 가능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동부는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은커녕, 문제의 사업장이 기준치를 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차범위’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적절한 시기에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사고 재발을 방치하였습니다.

3. 정부의 잘못된 이주노동정책이 결국 참극을 불러 왔습니다. 사고 당사자인 태국 여성노동자들이 사업주에게 고통을 호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주는 되려 강제출국을 위협삼아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을 강제하고, 기본적인 의료조치조차 취하지 않고 있다가, 사태가 악화되자 급기야는 환자를 남몰래 출국시켜버렸습니다. 이처럼, 강제출국의 위협이 존재하는 한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 정당한 항의 한 마디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강제출국 조치는 정부의 부실한 이주노동 정책의 마지막 안전판마저 붕괴시킴으로서 이주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습니다.

4. 그러나 미봉책으로 사고 재발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정부는 사고 발생 이후 이례적으로 발 빠른 대응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특별점검을 통해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을 확대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개별보상 혹은 해당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만으로는 또 다른 산재 사고의 재발을 미연에 방지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처리 문제이며, 산재 예방 제도의 전면적 개선입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명백한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5. 비극은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국적이 다르다고, 겉모습이 다르다고,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산재 사고에 더욱 빈번하게 노출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우리 사회는 이주노동자의 산업 안전 문제를 포함한 노동기본권의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만 합니다.

6. 이에 우리는 “이주노동자 노말헥산 중독 진상 규명과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대위”를 결성하고 아래와 같은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공동의 투쟁을 벌여나갈 것입니다.

하나. 이주노동자에게 실질적 산재보상 권리를 완전 보장하라!!!
하나. 노동부는 태국여성노동자 노말헥산 중독 사건에 대해 정확한 진상 조사를 실시하라!!!
하나. 노말헥산 중독사고 재발을 방지하지 못한 노동부 장관은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하나. 정부는 노말헥산을 포함한 유해위험물질 취급 사업장에 대한 안전 보건 실태를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
하나. 정부는 노말헥산 사업장 실태조사를 빌미로 이주노동자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가하지 말라!!!
하나. 이주노동자 산재 사고의 근본원인인 강제 단속추방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전면 합법화하라!!!

이주노동자 노말헥산 중독 진상 규명과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