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제주특별자치법 제주공청회 무산에 대한 논평
지금 필요한 것은 면피용 공청회가 아니라 진정한 주민의견의 수렴이다
오늘 제주특별자치법과 관련한 제주에서의 제주시 및 서귀포 공청회가 무산되었다. 이는 지금까지 제주도민의 제주특별자치법에 대한 반대를 묵살한 채 법안을 확정하고, 형식적 공청회를 열어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거쳤다는 명분을 세우려했던 정부와 제주도 당국의 밀어붙이기 행정이 초래한 필연적 결과이다.
제주특별자치법은 정부 스스로도 ‘홍가포르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일 정도로 주민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법안이다.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은 사실상 거의 전무하였다. 의료기관의 영리병원허용,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외국학교 허용과 등록금자율화, 기업의 토지수용권 허용, 국가복지제도의 자치체로의 대폭 이양 등, 국내초유의 제도들이 도입되는 법안이 바로 제주특별자치법이다. 따라서 도민의 생활 및 지방자치제도 전반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큰 이 법률에 대한 의견 수렴과 논의는 수년을 두고 진행해도 모자랄 사안이다. 그러나 제주도내에서의 의견수렴은 도청안이 처음 발표된 후 도청안 확정까지 겨우 15일이었고 그나마 제주도내의 대부분의 책임있는 사회단체들이 반대의견을 제시했음에도 이 의견들은 완전히 묵살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성안이 된 제주특별자치법에 대해 법률안 입법예고 후 5일만에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면피용 행정절차일 뿐이다. 제주도는 “공청회 무산에도 불구하고 내년 7월에 특별자치도가 계획대로 출범될 수 있도록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고 “도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연내에 입법을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또한 제주도는 도민들에게 “높은 자치역량을 보여달라고 당부”하고 이틀 후 9일 서울과 제주에서 동시에 공청회를 다시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리는 정부와 제주도당국에게 분명히 밝힌다. 현재 도민의견수렴에 최대의 ‘난관’은 바로 제주도민의견을 무시한 밀어붙이기 행정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와 제주도 당국이며 ‘자치역량’을 발휘해야할 당사자는 다름 아닌 제주도당국 자신이다.
오늘 공청회 무산에서 확인된 사실은 정부와 제주도청이 도민의견수렴이라는 자치의 기본적 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밀어붙이기식 행정이 제주도내에서 공청회를 열지 못할 정도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와 제주도가 할 일은 자치운운하면서 독단적 행정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도민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도민의 의견 수렴과정 없이 성안된 제주특별자치법안을 제주도민의 의견인 것처럼 주장하면서 이를 성역처럼 고수하는 한 공청회는 의견수렴절차가 아니라 면피용 행정절차일 뿐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제주도는 도민들과 전체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해야할 일은 면피용 공청회를 반복하여 시도하는 일이 아니라 현재 제출된 제주특별자치법안의 철회와 자치라는 이름에 걸맞는 민주적 절차에 따른 도민의견의 수렴이다.
2005.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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