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칼럼]황우석의 ‘실체적 진실’, 황우석은 과연 누구?
황우석 교수 속한 정부 위원회만 10여 개
우석균(보건의료단체연합) dishwasher@paran.com
한 달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황우석 사태. 아직 진위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서울대측의 조사가 남아있지만 연구조작과 논문철회가 결정된 현재, 결론은 이미 난 듯 하다.
문제는 황우석 씨 연구가 희대의 사기극임이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황우석 씨를 믿거나 믿으려고 하는 사람이 더 다수라는데 있다. 이러한 현상은 황우석이 상징하는 ‘국익’과 ‘난치병환자의 희망’이라는 지금까지의 여론몰이가 얼마나 대단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황우석은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비판세력이 거의 없는 추앙의 대상이었다.
누가 황우석을 이렇게 만들었나? 황우석의 실체적 진실은 무엇인가. 황우석의 과학적 실체는 밝혀지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언론과 정부과 덮어버리려 하고 있는 황우석의 정치적 경제적인 ‘실체적 진실’이 아닐까?
황우석 씨는 이미 김대중정부부터 정권의 과학기술의 상징적 아이콘으로 활용되어왔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서는 그 활용정도가 질적으로 달랐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황금박쥐 모임이다. 올해 1월 3일 매일경제신문은 신년좌담 황/금/박/쥐라는 기사를 싣고 “한국 과학기술 미래를 짊어진 ‘황금박쥐’가 신년 모임을 열었다. ‘황금박쥐’는 황우석, 김병준, 박기영, 진대제 씨의 성을 따서 만든 모임. 작년부터 매월 1회씩 모여 과학기술 분야 미래를 토론하고 정책을 고민한다”고 보도하였다.
김병준 씨는 청와대 정책실장이며 박기영 씨는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고 진대제 씨는 삼성출신인 정통부장관이다. 이들은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뿐만 아니라 산업 및 그 이상의 정책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정권의 실세중의 실세들이다. 이들이 모여 논한 주제가 바로 ‘한국은 10년 뒤 무엇을 먹고사나’라는 주제였다. 이 10년 뒤 무엇을 먹고사나라는 말은 바로 삼성의 이건희 회장의 화두이며 참여정부의 모토이기도 하다.
황교수가 입에 담고 다녔던 말 중 하나는 BT가 IT와 함께, 또는 IT보다도 더 경제적 가치가 높다는 것이었다. 그는 “배아복제 연구를 통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1종 당뇨병 환자가 전세계적으로 2억 명 정도” “그 경제적 가치는 엄청날 것..삼성전자의 몇 배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리고 정부는 2015년이 되면 줄기세포로 인한 경제효과가 33조라는 등의 보고서로 이를 뒷받침하였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문제는 이러한 환상에 가까운 발언이 황교수 개인의 말로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은 매스컴을 통해 근거없이 사실인양 대대적으로 보도되어왔고 정권의 실세에 의해 확대 포장되었으며 나아가 현정권이 차세대성장동력산업으로 내세운 IT, NT, BT 발전의 상징으로 활용되었다.
그런데 황교수가 단지 과학자였을 뿐인가? 황교수가 백의종군을 하겠다고 했을 때 황교수가 세계줄기세포허브의 소장직만을 사퇴한다 라고 이해했다면 이는 단순한 생각이다. 황교수가 속한 위원회만 해도 대통령직속 국가과기위, 의료산업위, 과기부, 교육부, 복지부, 특허청의 예산 및 의료, 과학기술정책 등 10개에 가깝다.
예를 들어 의료정책만 보더라도 황교수는 현 정부가 영리병원 도입허용이 마치 우리의 살길인 것처럼 주장되는데 활용된 상징이었고 스스로도 영리병원도입을 주장했다. 또 황우석사단은 의료시장화 정책의 근원지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의 주축이었다. 황우석의 정치적 실체는 그가 특정세력에게만 유리한 현정권의 정책들을 합리화하는 도구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치와 상징성으로 인해 노무현 정부들어 황우석 개인에게만 정부예산 500억 원 이상이 지원되었거나 지원될 예정에 있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른바 IT, NT, BT 산업전체가 황교수의 상징적인 거품에 의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황우석 사태 이후 당장의 코스닥지수와 바이오벤쳐 주가의 폭락을 보면 황우석의 경제적 실체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황우석은 10년 뒤에 대한 현정부의 정치적인 비전을 합리화하는 상징으로도 활용되었지만 대중의 믿음을 기반으로 한 벤처나 주가와 같은 당장의 수십조 원의 BT 산업 및 여타 산업의 현실적인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인물이기도 하였다. 현재의 BT 산업전체와 IT, NT 등의 연관되었다고 주장된 산업에 흐르는 돈과 이 산업을 지원하는 예산 수십조 원이 바로 ‘황우석’의 실체이다.
황우석 신드롬을 만들고 그를 이용한 자들은 누구인가? 황우석 환상을 만들고 이를 이용한 세력은 바로 현 정권이고 현정권의 산업정책으로 돈을 벌어들인 자본이며 그 체제를 유지시키는데 신명을 바쳐온 보수언론이었다. 그들이 만든 ‘신화 황우석’은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비정규직이 노동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한국사회에 유일하게 남은 ‘희망 아이콘’이 되었고, 부강한 한국사회라는 비전을 합리화시켜주는 인물이 되었다. 대중들이 황우석 신화에 빠져있는 동안 정권은 자신의 시장화정책을 합리화했고 자본은 떼돈을 벌어갔다.
그러나 결국 진실은 밝혀지는 법이다. 그토록 견고해 보이던 황우석 신화와 권력과 자본의 결탁은 이제 무너지고 있다.
난자매매 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고까지 주장하던 자들은 아직도 ‘진상규명’이 남았다고 주장을 한다. 지금까지 황우석 성벽 안에서 단물을 빨아먹던 자들이 자신들에게 파편이 튈까봐 그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어떻게든 덮으려 하고 있다. 그들이 성밖으로 도망치면서 외칠 말이 벌써부터 들린다. “모든 잘못은 황씨 개인과 연구진에게 있다” 거나 또는 이번 사건의 원인은 ‘한국사회의 미성숙함에 있다’라는 말들이. 이번 사태는 ‘우리사회 전체의 잘못’ 이며 ‘우리 모두가 져야할 책임’이 라는 말들이.
나는 미리부터 말해두지만 이땅의 노동자 농민, 서민들과 모든 학자와 연구자들과 함께 황우석 사태의 책임을 질 마음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매일매일의 노동으로 힘겨운 노동자들이, 쌀개방을 막겠다고 나섰다가 전경에 맞아 길거리에 쓰려져가는 농민들이, 월 40만 원을 받은 죄밖에 없는 연구원들이 황우석 사태에 무슨 책임이 있겠는가?
모든 책임은 황우석신드롬을 만들고 그 현상을 이용하여 거대한 이익을 챙긴 권력과 자본에게 있다. 지금은 그들의 정치적 책임을 준엄하게 따져 물을 때이다. 황금박쥐와 오명 과기부장관, 산자부, 복지부장관, 경제부총리, 조중동과 한나라당, 그리고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이 책임을 질 ‘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