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의사협회의 PD수첩 광우병보도판결에 대한 보도자료에 대한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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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국민대책위 전문가자문위원회

보도자료

대한의사협회의 ‘PD수첩’ 광우병보도판결에 대한 입장에 대한 논평
  - 사실 관계와 과학적 연구내용부터 제대로 파악하고 주장해야 -

  대한의사협회가 2월 18일 “’PD수첩’ 광우병 보도 판결 관련 대한의사협회 입장”을 발표했다. 우리는 대한의사협회의 이름으로 발표된 이러한 주장들이 단순한 사실관계도 왜곡하고 있고 과학적 연구내용에 대한 기본적 파악조차 되어있지 않은 내용이라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또한 한국의 의사들이 강제로 가입해야만 하는 직능협회라는 이유만으로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과 논리를 기반으로 사법부의 판결의 내용에 관여하려는 현 의사협회 집행부의 모습은 위험하기조차 하다. 우리는 의사협회의 주장이 과학적으로도 올바르지 않고 기본적 사실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첫째 의사협회의 주장은 사실관계의 파악도 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은 2008년 4월 29일 방송되었고  아레사 빈슨의 유족(Arther Vinson and Robin Vinson)들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2008년 5월 27일이다. PD수첩 방송 당시 의료분쟁이 발생한 상황이 아니었던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송에 대하여 균형 있게 보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대한의사협회는 사건진행의 전후관계부터 파악하여야 할 것이다.
  더욱이 4월 29일 방송된 PD 수첩의 보도 시점에서조차 PD수첩은 유족뿐만 아니라 의료진 대상 취재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점에서 다시하번 의사협회 집행부는 기본적 사실마저 왜곡하고 있다. 또한 당시 의료진은 의료윤리상 환자의 의료관련정보를 공개할 수 없었고 이 시점에서 의료진이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주장했더라면 이는 한국의 의사들과 전세계 의사들이 지켜야 하는 환자의 비밀 엄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였을 것이다. 의사협회 집행부는 미국의 의사들이 환자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기본적 의료윤리를 어겨야 했고 PD 수첩이 이를 강요했어야 한단 말인가?
  또한 아레사 빈슨의 의료진의 입장은 추후 소송과정에서 밝혀졌다. 이 때 밝혀진 것은 대한의사협회가 아레사 빈슨 의료진이 vCJD를 의심하지 않은 것처럼 주장한 사실과는 정 반대다. 즉 당시 MRI 결과 등으로 아레사빈슨의 의료진이 vCJD를 의심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보건당국(NPDPSC, 국립프리온질병병리학감시센터)이 사체를 부검한 이유가 바로 아레사빈슨의 의료진이 vCJD를 의심하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성명서에서 언급된 것처럼 아레사 빈슨의 병명이 급성베르니케뇌병증으로 공식적으로 최종 확인된 것이 아니며, 미국 해당 부처에서의 공식 병명은 아직 공표되고 있지 않다. 대한의사협회야 말로 정확한 내용 파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의사협회가 과학적인 내용이라고 주장하는 그 내용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
  대한의사협회는 코돈 129 MM동형접합을 인간광우병의 위험인자라는 주장에 대해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의 경우 프리온질환에 저항하는 유전인자인 코돈 219의 EK동형접합이 전무한 백인과는 달리 10% 가까운 발현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코돈 219 EK 동형접합의 인간광우병 관련설은 아직 관련 학계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공인된 연구 결과가 아니라 현재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내용이다. 의협식의 논리라면 219만이 아니라 167, 202도 있다. 그러나 그런 내용은 학계에서 연구하고 있는 것이며, 인간광우병에 있어서 129MM과는 달리 아직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가 아니다. 따라서 이런 내용을 이미 널리 인정되어 있는 129와 같이 언급하라는 것은 이 분야 연구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219는 지금 논의의 주제가 되고 있는 인간광우병(변형CJD, vCJD)이 아닌, 주로 산발성 CJD(sCJD)와 관련되어 진행된 연구이다.
  예를 들어 한림대 김용선 교수가 검찰진술조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코돈 219는 영국 사람들에게서는 다형성이 나타나지 않아 전혀 조사가 되지 않았고, 코돈 219는 산발성 CJD(sCJD)에서만 저항성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위 주장은 인간광우병에 대하여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MM형 유전자가 인간광우병 취약성과 관련되어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인정되어 여러 연구가 진행된 연구이고 따라서 MM형 유전자를 보유한 인구가 많은 한국인이 광우병에 더 취약하다는 보도는 전체적으로 보아 타당하다는 주장은 지금까지 정부에서도 주장해온 정설이다.
  

  셋째 대한의사협회의 주장은 비논리적이기까지 하다.
  대한의사협회는 “프리온 전문가들은 광우병에 걸린 소라고 할지라도 근육, 즉 쇠고기는 광우병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인 변형프리온이 검출한계 미만으로 들어있는 범주 IV에 해당하는 장기이므로 쇠고기를 섭취하더라도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PD 수첩이 주장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은 이전과 새로운 수입조건 즉 살코기가 아니라 뇌, 머리뼈, 척추와 척수, 내장 등 다른 나라에서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로 분류되는 물질들이 수입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살코기가 아닌 다른 위험물질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살코기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대한의사협회의 주장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곧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광우병에 걸린 소는 전체를 폐기하는 것이며, 또한 광우병에 걸렸을 때 말초 신경에서도 병원성 프리온이 검출되는 것은 이미 밝혀져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몇 가지 사실만 따르더라도 의사협회의 주장은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비과학적이며 전혀 상관없는 내용을 반박논리로 사용하는 등 과학적 권위는 물론 전문가 단체로서의 최소한의 기본자격 조차 의심받을 내용이다.  

  또한 마지막으로 우리는 대한의사협회가 필요하다면 항소심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재판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하여 성명서 발표라는 선동적 형태로 의견 제시한 것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것은 강제가입인 직능단체의 이름을 빌어 재판결과에 영향력을 미치고 진리의 귄위를 독점하려는 기도라는 매우 위험한 반민주적 행태라고 판단한다.

  대한의사협회는 한국의 의사가 모두 가입하게 되어있는 직능단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러한 단체의 현 집행부가 단지 의사를 형식적으로 대표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거 없고 사실관계조차 맞지 않는 내용을 바탕으로 재판부에 특정의견을 수용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다. 과학적 진리가 과학적 사실 그 자체에 기반하지 않고 ‘협회’ 라는 단체이름에서 나온다는 주장도 비상식적이다. 권위 있는 학술단체라면 의사협회 현 집행부의 황당한 주장이 아니라 프리온관련 학회 등의 의견을 듣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고 관련학술단체만 해도 의사뿐만이 아니라 신경학자 및 생물학자, 수의학자 등 수많은 단체가 있다.
  아무런 학술적 권위도 가지고 있지 않은 직능단체인 의사협회의 의견을 재판부가 존중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으로 의학적 판단과 관련된 판결은 의사협회 집행부의 의견을 수용하라는 최악의 의사전문주의에 불과하다. 이는 민주주의제도 내에서의 전문가들에 대한 권위인정이 아니라 의사들의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월권행위이다. 또한 1심재판부는 증인으로 검찰측과 피고인측이 증인으로 내세운 전문가들의 견해를 이미 충분히 청취했다. 성명서의 의협 주장이 새롭고 확실한 것이라면 당시 검찰 측의 증인으로 나온 전문가는 전문가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로써 증언을 한 셈이며, 그렇지 않고 당시 검찰 측의 전문가가 이미 주장한 내용이라면 이번에 제시한 의협의 성명서는 단지 검찰의 주장을 반복, 되풀이한 무의미한 선동적 행태에 불과하다.

  우리는 의사협회 집행부의 이번 주장이 의사단체라는 이름을 빌어 지난번 촛불운동시기에 광우병 시식회에 참여했던 의사협회장의 행위와 유사한 것이라 판단한다. 의사들은 사전예방원칙에 따라 건강에 위험한 요소는 가능한 피하라고 환자들에게 권유하는 것을 자신의 의무라고 여겨야 하는 사람들이다. 의사들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위에서 위험요소가 있다고 주장한 PD수첩을 칭찬하지는 못할망정 과학적이지도 못하고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주장과 선동적 행태를 통해 PD수첩을 흠집내고 재판부를 비판하는 것은 이성적 의사단체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의사협회 현 집행부가 대다수의 양심 있고 지각 있는 의사들의 이름을 더 이상 더럽히지 말 것을 정중하게 권고하며, 어떻게 일반인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이런 수준의 성명서가 의협의 이름으로 발표되었는지 그 경위와 더불어 성명서 내용을 검토한 학자를 밝힘으로써 성명서 내용에 책임질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10. 2. 19
광우병국민대책위 전문가자문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