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8월 24일 결정된 2011년 최저생계비 결정에 대한 규탄성명

[2011년 최저생계비 결정에 대한 규탄 성명]

“중생보위는 최저생계비 결정안을 철회하고
대폭 인상을 위한 방안을 즉각 재논의하라”

보건복지부는 8월 24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에서 최저생계비를 결정하여 발표하였다. 2011년 최저생계비는 올해보다 5.6% 인상된 143만 9,413원(4인가구 기준)으로 복지부는 이를 두고 역대 두 번째로 많이 오른 금액이며, 작년에 비해 두 배도 넘게 인상되었다고 평하였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당사자와 관련 노동-사회-시민단체로 구성된 민생보위는 이러한 결정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된 올해, 법에 규정된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으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열악한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사회여론과 지적이 각계각층에서 활발히 일어난 바 있다.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최저생계비 계측과정의 비현실적인 측면을 개선하고 최저생계비를 대폭 인상하리라는 기대감이 존재했는데, 이러한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의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최저생계비가 대폭 올랐다는 주장에 대해
최저생계비 결정과 관련한 언론의 보도는 대체적으로 최저생계비가 대폭 올랐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는 복지부의 보도자료의 편향적 태도에 근거한 것이다. 작년에 비해 두 배 올랐다지만 작년 최저생계비 인상률은 역대 최저치인 2.75%로 물가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삭감결정이었다. 또한, 복지부는 역대 두 번째 높은 인상률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이는 최저생계비 계측조사가 처음 실시된 이래 그 수준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왜곡된 태도다. 최저생계비는 처음 도입된 99년 당시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의 40% 수준이었다가 점점 낮아져 현재 30%에 불과한 실정이다. 소득 격차를 해소하고 실질적인 빈곤대책을 강화하는 데 그만큼 한계가 있다는 얘기이다. 점점 바닥을 향한 최저생계비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혁신적인 인상안이 제시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물가인상률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인상한 것을 두고 대폭 인상안으로 선전하는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가구생활실태를 반영한 현실적인 개선안이라는 주장에 대해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권병기 과장은 언론인터뷰를 통해 “저소득자들의 생활수준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동시에 밝힌 것이 최저생계비 필수품 항목에 핸드폰 비용을 포함하였다는 것과 교재비 등 자녀교육비를 두 배 인상하고 피복비 내구연수를 6~8년에서 2년으로 축소하였다는 것이다. 아직 계측조사결과가 상세히 보고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동안의 계측조사결과에 비추어볼 때 항상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이 또다시 재현되는 형국이다.

구입비, 가입비, 통화료를 모두 합산하여 4인 가구에 책정된 핸드폰 비용이 2만 5,670원인데 이 돈으로 핸드폰 사용 유지를 4인 가족이 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전에 비해 교육비를 두 배 책정하였다지만, 전과 한 권조차 사줄 수 없었고, 두 아이가 미술도구 등 필수 학용품을 2년 이상 공용으로 사용한다고 전제하였던 전혀 현실에 맞지 않은 이전의 교육비 책정수준에 비하면 큰 폭의 진전이라 평가하기 어렵다. 또한, 피복비 비용을 더욱 많이 편성하였다고 한다. 복지부 말대로라면 엄청난 생활의 진전이 수급자에게 돌아가는 것일텐데, 이렇게 많은 혜택을 5.6% 인상된 143만원에 모두 담았다니, 아무래도, 4인 가족 155만원으로 생활하면서 자녀 유학까지 보냈다던 김태호 국무총리후보자의 삶을 본받으라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핸드폰이니, 속옷 두벌이니, 외식비가 얼마니 이러한 쟁점을 전문가와 위원 몇 명이서 결정해버린 채 그에 맞춰 살아가라는 요구하는 방식의, 지금까지의 최저생계비 결정방식은 앞으로도 객관성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3년 후로 예정된 다음 계측년도에는 스마트폰을 필수품 항목에 포함시켜야 하는가 마는가 따위를 또다시 논쟁해야 한단 말인가? 전문가가 자의적으로 계측하는 최저생계비 조사과정이 실생활에 들어맞지도 않을뿐더러 수많은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뿐이라는 것을 보건복지부와 중생보위는 아직도 모른단 말인가?

최저생계비 결정 발표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정부에서 ‘이렇게나 많이 올려주었다니?’ 하고 놀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 지급되는 현금급여는 4인가구 기준 최대 117만 7천원 수준이다. 더군다나 이에 대한 계측은 중소도시에서 전세 아파트에 거주하는 건강한 4인가구(가장 40대, 부인 30대후반, 자녀1 초등학생, 자녀2 중학생)를 표준가구로 설정하여 계측한 것을 채택하였기에 의료비가 더 필요한 장애인가구나 노인가구,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가구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며, 학령기 자녀가 있어서 교육비가 더 들어가는 가구에도 맞지 않는 금액이다. 그 뿐인가? 대도시에 거주하면서 다달이 월세를 지불해야하는 세입자에게는 글자그대로 턱도 없는 수준의 금액이다.

복지부는 이러한 상황은 언급하지 않는다.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지만, 시집장가 간 아들이나 딸의 소득까지 조사하고선 수급자와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인데도 수급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엄격한 제도운영 때문에 발생하는 100만에 가까운 우리사회의 어르신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또한 모든 급여와 복지혜택을 수급자가 되어야만 받을 수 있도록 해두어서 빈곤한 사람들이 수급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복지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대폭’ 인상되었다고 ‘친서민’정책을 실현하고 있다고 선전할 뿐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는 분명히, “물가상승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소득ㆍ지출수준, 수급권자의 가구유형 등 생활실태를 반영하여 최저생계비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법 제6조) 허나 실제는 물가상승률만 반영할 뿐이다. 주요 공직 수행을 하겠다고 나선 인물이 도시빈민의 최후 거처인 쪽방마저 투기대상으로 삼는 형국에 ‘친서민’정책의 진정성을 인정받고자 한다면 우리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최저생계비 현실화, 그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최저생계비 결정방식과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저생계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로 생활하는 약 157만명의 수급자에게는 당장의 생존의 문제에 닿아있으며,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많은 이들에 대한 복지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한 기준선이 되는 중요한 지표이다. 따라서 우리사회의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기준선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최저생계비는 전문가 조사에 의한 전물량방식으로 계측되면서, 가난한 이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실질적인 빈곤선으로 기능하지만 사회적 빈곤선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사회적 합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먼저 최저생계비 계측과 결정방식을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민중생활보장심의위원회(약 민생보위)는 기초생활수급당사자 증언대회 및 가계부조사결과발표, 기자회견과 언론기고 등을 통해, 급여로 살아내는 수급자의 삶을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최저생계비 결정을 위해서는 ‘상대빈곤선’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평균소득 40%를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정할 것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목소리, 가난한 이들의 외침을 외면한 채 또 다시 일방적으로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 결정을 내린 복지부와 중생보위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상대빈곤선 방식에 대해 ‘앞으로 검토하겠다’는 기약 없는 말을 앞세워 마치 실제 계측과정에 반영할 것처럼 하다가 흐지부지되는 행태의 기만성은 이미 2007년도 결정과정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여러 요구를 수용하고 대폭 인상안을 제시하는 듯 하지만 실상은 비현실적인 계측방식 그대로를 고수해 실질적인 인상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이번 최저생계비 결정과정을 규탄하는 바이다.

복지부와 중생보위에 2011년 최저생계비 결정에 대해 재논의할 것을 촉구한다. 내년도 최저생계비 공식 발표일인 9월 1일까지는 아직 일주일 가량의 시간이 남아 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미비한 점을 인정하고 즉각 재논의에 돌입하라. 우리는 최저생계비 현실화와 상대빈곤선 도입이라는 우리의 요구를 9월 1일 이전까지 중단 없이 외칠 것이다. 만일 복지부와 중생보위가 우리의 이러한 절실한 요구를 외면한 채 결정을 강행한다면 수급당사자 주체와 광범위한 노동-사회-시민단체의 힘으로 이에 맞설 것이다. 또한, 가나한 이들을 절망케 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최저생계비 결정구조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치기 위해 나설 것이다. 거듭, 복지부와 중생보위는 2011년 최저생계비 결정에 우리의 요구를 반영하여 재논의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010년 8월 25일 최저생계비 현실화와 상대빈곤선 도입을 위한 민/생/보/위
(기초생활권리행동 (건강세상네트워크, 공익변호사그룹공감, 금융피해자연대해오름,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동자동사랑방, 민주노동당, 빈곤사회연대, 서울복지시민연대, 전국학생행진, 진보신당, 한국빈곤문제연구소, 한울타리회, 홈리스행동) / 건강형평성학회 / 민주노총 / 보건의료단체연합 / 사회공공연구소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참여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