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도 자 료 기후정의연대
제 목
기후정의연대 유엔기후변화협약 17차 당사국총회(COP17) 성명서 (총3매)
더반 기후변화총회(UNFCCC COP17), 과거를 부정하라!
더반 기후변화총회를 앞둔 지금 지구촌은 세 가지 위협요인에 노출되어 있다. 첫 번째는 최근 태국의 홍수와 아프리카 동부의 가뭄에서 볼 수 있듯이 기후변화가 가속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그나마 유일한 의무 협정인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만료가 목전에 있다는 것이고, 가장 심각한 건 더반 기후변화총회가 최악의 협상 결과였던 칸쿤 합의(Cancun Agreement)에 기반해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기후변화라는 미증유의 위기에 대처하는 각국 정부들의 우둔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여름부터 태국을 강타한 폭우로 인해 성난 물길이 태국의 북부와 수도인 방콕을 집어삼켰다. 아직도 물이 빠지지 않아 태국 주민들은 주거지를 잃고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가하면 아프리카 동부의 소말리아 일대는 지독한 기근으로 인해 우선재난지역(Priority Disaster Area)으로 선포되기까지 했다. 작년에도 파키스탄에선 대형 사이클론으로 인해 2,00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군소도서국가들의 해수면 침식은 좌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런 이상기후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수천만 명의 기후난민(Climate Refugee)까지 생겨났다. 자연은 인간의 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일상기후처럼 되어버린 이상기후는 더반 기후변화총회에 참석하는 각국 정부의 안이한 인식에 대한 경종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에게 전혀 기대할 게 없다는 것이다.
교토의정서가 내년이면 효력이 끝남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는 포스트 교토체제(Post-Kyoto Regime)에 대한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했고, 심지어는 일부 선진국들의 반발로 인해 교토의정서를 연장하는 것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교토의정서는 각국이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물론 우리는 교토의정서가 규정한 감축수준에 동의하지 않고, 교토의정서가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교토의정서가 구속력을 가진 유일한 합의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고, 교토체제(Kyoto Regime)의 붕괴는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 해결 의지마저 없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더반 기후변화총회에서는 아주 강력한 수준의 포스트 교토체제를 합의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세부계획 논의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므로 교토의정서 연장을 불가피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역시 교토의정서의 연장은 시기적 격차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현 각국 정부는 인류사 최악의 범죄자로 기록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칸쿤 합의를 합의라고 부르는 것을 단호하게 거부한다. 칸쿤에서 정부들이 도출해낸 문건은 세계를 향한 저열한 기만에 불과하다. 시민의 대표를 자임하는 우리는 그런 부정의(injust)하고 쓸모없는 외교적 수사(diplomatic rhetoric)에 단 한 문장도 합의해줄 수 없다. 지구온도 상승을 2℃로 제어한다니? 우리에게 군소도서국가를 사라지게 하고 수천만 명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불평등 협정에 동의하란 말인가? 게다가 칸쿤 합의에는 포스트 교토 체제 이후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방안이 아무것도 없다. 특히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지 않고 과학자들의 권고에 주목한다는 대목은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이 무슨 어린애들 말장난 같은 짓이란 말인가. 이런 수준에서 더반 기후변화총회에서 선진국들의 구체 감축목표를 논의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던 종전 기후변화협상을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반 기후변화총회는 칸쿤 합의를 폐기하고 원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2010년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도출된 민중협정(Peoples Agreement)이 선진국 감축목표 설정의 마지노선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2050년까지 80% 이상 감축 의무화, 기후부채(Climate debt)를 인정하고 개발도상국 기후변화지원기금의 극적 확대, 향후 협상과정에서 시민사회와의 소통 강화가 필요하다. 즉 우리가 요구하는 건 오직 하나, ‘기후정의(Climate Justice))’ 뿐이다. 기후협상은 ‘오염자들의 컨퍼런스(Conference of Polluters)’에서 열리지만, 기후정의는 전 세계 ‘민중의 공간(People’s Space)’에서 열릴 것이다.
각국 정부는 우리의 요구를 국제회의에서 참가한 민중들이 으레 내놓는 요구사항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지구 시민들은 더 이상 당신들의 안이한 인식과 배신을 묵과하지 못한다. 기후변화총회가 당신들의 무책임한 책임 회피로 계속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민중들의 분노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후변화와 기후불평등을 우려하는 우리들의 목소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COP17을 점령하자!(Let’s occupy COP17!)
2011.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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