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반대 의원들 또 ‘표결처리’ 참가할까?
이라크 파병 동의안 처리 전망…시민사회 강력 반발할 듯
정인미 기자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연장과 레바논 파병을 약속했다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파병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열-한 “아직 논의된 바 없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주장처럼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더라도 이미 정부가 올 12월에 파병할 자이툰 병력 200여명의 모집공고를 내는 등 사실상 파병연장이 결정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레바논 평화유지군 파견 역시 국방부에서 조사팀을 보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미 정부 내부적으로 결정난 사안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대해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은 “이라크 방문 때 자이툰 부대가 철수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당연히 정부에서 연장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합의서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약속을 안했다고 하는 것 같은데, 이미 언질을 줬다는 것 자체가 약속을 했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군의 이동은 중요한 문제기 때문에 레바논이든 어디든 파병에 대해서는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향후 힐 차관보의 말이 사실로 들어날 경우 초당적 모임을 결성해 파병연장안을 무산시키는데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다수의 의원들은 “한·미 정상회담이나 뒤 이은 오찬에서 이라크 파병연장 요청이나 레바논 평화유지군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온 적이 없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겠냐’는 것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는 연장동의안에 대한 당차원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 여론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일관되게 자이툰 부대 철수를 주장해 온 민주노동당만이 28일 당 차원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힐 차관보가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면 부인할 필요 없이 철군계획을 발표하면 그만”이라며 “민주노동당은 파병 연장안에 대한 국제평화세력 연대를 통해 단오한 대응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지금까지의 태도를 볼 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 동의안을 통과시켜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면서 “동의안 부결을 위해서는 국민적인 반대 여론이 형성돼 국회를 압박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며 “그 동안 수년간에 걸쳐 논쟁이 됐던 사안이기 때문에 어떤 결정이 날 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의원들끼리 논의할 수는 있겠지만 정부에서 동의안이 넘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당 차원의 논의는 무리”라며 “앞으로 차차 논의가 될 것으로 본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 역시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말하면서 “동의안 처리보다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성과에 대해 정부가 국회에 설명하는 과정이 먼저 선행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대변인은 “사실 한나라당 보다 여당이 먼저 입장을 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정부측의 주장과 국민여론을 살펴본 후 당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12월31일 파병기한이 만료하는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주둔을 내년으로 연장하려면 파병기한 내에 연장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때문이 여야 관계자 모두 “11월 안에 동의안에 대한 정부측의 입장이 나오지 않겠나”라고 예상하고 있다.
작년 연말 파병재연장 동의안이 통과되던 국회 본회의에서는 한나라당의 불참과 민주노동당의 ‘퇴장’이 예고돼 의결정족수를 넘길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결과는 파병 반대 소신을 밝혀 온 의원들 대부분이 표결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져 큰 어려움없이 처리되는 모습이 연출됐다.
파병 반대 의원들이 또다시 ‘반대의사’와는 상관없이 ‘국회 처리’에 동의해버릴 경우 파병 연장동의안 처리 가능성은 높다.
한나라당의 경우 파병찬성 의원이 많지만 작년 처럼 국회에서 정쟁이 벌어질 경우 ‘불참’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표결에 참여하게 되면 동의안 처리는 어렵지 않다.
파병 연장에 대한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야합으로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파병반대 국민행동’ 강력 투쟁 예고
이에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파병반대 국민행동’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파병반대 투쟁을 벌여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어 정부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파병반대 국민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정부에서 연장안이 공론화 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끌고 시안이 임박해서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확실한 것은 정부가 이라크 자이툰 부대를 철수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무처장은 “발언과 상관없이 정부가 철군할 생각이 있었다면 지금 이러고 있겠나”라면서 “레바논 파병도 충분히 공론화해서 합의를 해야지 밀실에서 정부가 밀어부치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앞으로도 구체적인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정부에 대한 규탄대회를 지속적으로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파병반대 국민행동’ 기획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광일 씨는 “이라크 파병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합의도 없이 파병을 연장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반전 의원들과의 접촉과 12월 대규모 집회를 통해 반대 여론을 모아가겠다”고 밝혔다.
2006년09월28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