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위기가 초래되는 동안 우리는 옆에서 보고만 있을 수 없다.

<가디언>지에 기고한 존 필저의 논평 번역글  

* 2007년 4월 13일 금요일, 존 필저가 영국의 <가디언>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파병반대국민행동 자원봉사자 이지수님이 번역해 주셨습니다.

<이란의 위기가 초래되는 동안 우리는 옆에서 보고만 있을 수 없다.>

부시와 블레어는 존재하지도 않는 핵무기보다는 석유를 더 노린 공습을 준비하는 데 지난 4년을 보내왔다.

이스라엘의 언론인 에미라 해스는 그녀의 어머니 한나 해스가 가축 수송용 화물열차에서 베르겐벨젠 (역자주 : 독일에 있는 나치의 포로수용소, 안네 프랑크도 이곳에서 죽었다고 한다.)으로 끌려가던 순간을 묘사했다. “그들은 아파했고 일부는 죽어가고 있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때 나의 어머니는 이송되어가는 죄수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던 독일 여자들을 목격했다. 이 장면은, 이 비열한 방조는 나의 가치관 형성에 매우 결정적이었다.”

이제 영국에 있는 우리도 옆에서 보고만 있기를 멈추어야 할 때다. 부시와 채니와 블레어가 저지른 “기나긴 전쟁”의 외연이 욕심사나운 미국 제국주의로부터 독립한 것 말고는 아무 잘못도 없는 이란 가까이로 번져감에 따라, 우리는 아마도 근대사에 있어 가장 심각할 것으로 여겨지는 위기상황으로 끌려가고 있는 중이다. 15명의 영국 해군병사들이 루퍼트 머독과 그의 경쟁자들에게 평화롭게 넘겨진 것은 (그들의 주인들이 질겁하기 전까지는) 어리석고 혼란스러운 짓이었다.
(역자 주 : “루퍼트 머독과 그의 경쟁자”들은 언론사들을 말하고, “그들의 주인들”은 병사들의 상관을 말한다. 영해 침범을 이유로 13일간 이란에 억류되었던 영국 해군, 해병대 병사들 가운데 일부는 거액을 받고 그들의 경험담을 <더 선>지 등의 언론사들에 팔았다. <더 선>은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인수한 영국의 타블로이드판 황색 신문이다.)
블레어와 비밀리에 내통한 부시 행정부는 “이란의 자유 작전”을 준비하는 데 지난 4년을 보냈다. 45기의 크루즈 미사일이 발사될 준비를 갖추고 있다. 러시아의 전략가인 리오니드 이바쇼프 장군에 따르면 “핵 시설은 부차적인 공격대상이 될 것이고, 이란에는 20개의 그런 시설들이 있다. 전략 핵무기가 사용될지도 모르고, 이는 이란 전역에 방사능 오염을 일으킬 것”이라고 한다.

여태 영국에는 초현실적인 정적만 흐르고 있다. 힘센 방송사들이 사태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신호를 보내는 “뉴스들”로 시끄러울 뿐이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일방적인 도덕적 장막이 우리와 영국의 외교 실패라는 결말 사이를 가로막아주지나 않을까 하고 차마 있는 그대로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진실은 폭로되기 마련이다.

고든 브라운 (역자 주 : 현 영국 재무부 장관)은 <데일리메일>지를 통해 “대영제국의 과오에 대해 영국이 사과해야 했던 시절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우리는 경축해야 한다!” 그런데 역사가 마이크 데이비스는 빅토리아조 후기의 대학살에서, 대영제국의 정책이 불법적으로 부과한 기근으로 인해 2,100만명의 인디언들이 죽었다고 기록한다. 그리고 그 영광스러운 통치권력이 공식 승계된 이래로, 비밀 해제된 공식 문서들은 영국 정부가 전세계의 860만 내지 1350만명이나되는 직간접적인 죽음들에 대한 “심대한 책임”을 지고 태어났음을 밝혀주고 있다. 제국의 군사적인 개입 때문에, 그리고 대영제국의 든든한 후원을 받은 정권들의 손에, 죽임을 당한 사람들 말이다. 역사가 마크 컬티스는 이 희생자들을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라 부른다. “기뻐하자!”, 대처가 말했다. 그리고 “경축하자!”, 블레어의 대량학살에서 재정을 담당한 이 (역자 주 : 고든 브라운)가 말한다. 무슨 차이가 있는가.

우리는 당장 일방적인 도덕적 장막 뒤편을 쳐다보아야 한다. 지난 10월에 <란셋> (역자 주 : 영국의 저명한 학술지)은 미국의 존스홉킨스 대학교에 의해 주도된 조사 결과를 펴냈는데, 그 조사는 영국과 미국의 침략에 의한 직접적인 결과로 65만 5천명의 이라크인이 죽은 것으로 추산하였다. 이에 다우닝 가 (역자 주 : 영국 정부를 말한다.)의 조수들은 연구에 “흠이 있다.”고 비웃었지만,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국방부의 수석 과학고문인 로이 엔더슨 경이, 그 연구방법은 “튼튼했으며”, “최상의 실행에 가까웠다.”면서 그 조사 결과를 지지했었다는 사실과 다른 정부 관료들이 “갈등 지역 내의 사망자수를 측정하는 검증된 방법”이었음을 비밀스럽게 인정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망한 이라크인들의 숫자는 현재 100만명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란셋>의 편집장 리차드 홀튼은 이렇게 적었다. “고든 브라운과 토니 블레어를 품고 있는 이 노동당 정부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전쟁 범죄를 위한 집단이다. 아직까지도 우리의 정치적인 여론은 모든 시민사회의 응답을 방해하고 있다. 영국은 그 무관심으로 마비된 상태다.” 범죄의 규모 그리고 우리의 “옆에서 보고만 있는 태도” 역시 그렇다.

이라크에 대한 병적 흥분이 다시 조성되고 있는 동안, 이란을 주시할 일이다. 미국 재무부의 전 비서 폴 오닐의 증언에 따르면 부시 일당은 9/11 테러가 발생하기 오래 전이었던 부시 행정부의 “첫째 날”에 이미 이라크를 공격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증언은 블레어가 부시 일당의 결정을 몰랐었다는 믿음을 무력하게 한다. 주된 이유는 석유였다. 오닐은 이라크 유전 계약을 노리고 있는 외국계 매수꾼들이라 명명된 미 국방부 문서를 열람하였는데 그 내용은 영미 거대 기업들간의 이라크 유전 분할을 결정짓는 것이었다. 영미계 관료들이 제정한 법령 아래서, 이라크의 꼭두각시 정권은 가장 큰 석유 매장지에 관한 족집게 정보를 영미 기업들에게 넘겨줄 참이다.

이런 해적질 같은 일은 현대 중동에서도 벌어진 적이 없다. 이라크의 거대한 유전은 샤트 알-아랍 수로 (역자 주 : 페르시안 걸프의 북쪽 끝에 있는 수로로 이란과 이라크 간의 오랜 분쟁지역이다.) 건너에 있는 또다른 전리품인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대량학살무기나 민주주의에 대한 손쉬운 배려가 이라크 침략과 아무 상관이 없었던 것처럼, 존재하지 않는 핵무기 역시 미국의 이란 공습과는 상관이 없다. 이스라엘, 미국과는 달리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의 규정들을 준수해왔다. 국제원자력기구는 민간 핵 계획을 군사용도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이란 당국을 소환한 적이 없다. 지난 3년동안 국제원자력기구 감시관들은 그들이 “어디든지 가볼 수 있도록” 허락 받았었다고 밝혀왔다. 최근에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란을 제재한 것은 워싱턴이 뇌물을 뿌린 결과다.

최근까지 영국인들은 그들의 정부가 세계에서 가장 집요하게 인권을 학대하고 국가 테러리즘을 지지해온 장본인이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영국 정보부가 아랍 세속 민족주의를 박멸하는 데 조직적으로 나섰고, 1980년대에는 영미로부터 40억달러를 지원받은 대 소련 지하드의 일환으로 젊은 이슬람교도들을 모집, 훈련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국 52명의 런던시민을 앗아간 폭탄의 뇌관은 “우리”에 의해 점화되었던 셈이다.

내 경험상, 대다수의 민중들은 사나운 권력의 이중잣대와 쓸만한 희생, 그렇지 않은 희생을 구분하는 매체가 가진 용인된 악의 관념에 따르기 위해 그들의 도덕과 지성을 왜곡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이 알기만 한다면, 블레어와 부시에 의해 파괴된 모든 삶과 직업과 희망과 꿈들에 대해 몹시 마음아파 할 것이다. 정부의 그렇지 못한 응답을 부끄러워 하면서, 2004년 쓰나미 사태에 보내주었던 영국 민중들의 진실된 응답은 그 확실한 증거이다. 확실히 그들은 뉘른베르그의 나치 전범재판에서 미국의 수석 법률고문 로버스 잭슨이 한 말에 동의할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저지르든지, 독일이 저지르든지 범죄는 똑같은 범죄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우리에게 저질러지기를 바라지 않았을 범죄행위의 관습을 그만둘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전범으로 기소될 것이 두려워서 몇몇 국가들로는 감히 여행하지 못하는 핸리 키신저와 도날드 럼스펠트처럼, 일개 시민으로서의 블레어도 더 이상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지난 3월 20일, 피노체트 장군을 추종했던 집요한 스페인 판사 발타사르 가르존은 “인류의 근대사에 있어 가장 야비하고 변명할 여지가 없는 에피소드들 가운데 하나인” 이라크 사태의 책임자들에 대해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5일 뒤, 국제형사재판소의 수석 검사는 블레어가 언젠가 영국이 그 서명자이기도 한 전쟁 범죄에 대해 죄값을 마주하게 될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일들은 건전한 세계가 사고하는 방식에 있어 중요한 변화들이다. 다시 한번, 블레어/부시의 나치와 같은 전쟁 범죄 덕분이라고 밝혀둔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가장 위험한 시대에 살고 있다. 4월 6일 블레어는 “이란 정권의 분자들이”, “이라크 내 테러리즘에 자금을 조달하고, 그것을 무장시켰으며, 지원했노라고” 고발했다. 그런데 그는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고, 국방부도 가진 증거가 없다. 이는 블레어와 그의 한패 브라운이 이라크에 거대한 유혈을 초래했던 괴벨스 같은 짓의 반복과 다르지 않다. (역자 주 : 괴벨스는 나치 독일의 공보 장관이다. 언론매체와 대중연설을 통한 선동기술로 유명했다.) 우리들 가운데 나머지는 얼마나 더 옆에서 보고만 있을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