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의학협건정심 보험료인상과 수가인하결정에 대한 입장

[성명]건강보험재정안정대책 전면 재검토하고, 건강보험의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단행하라.
-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보험료 인상, 수가 인하 결정에 부쳐-

27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 3개월 간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정이 미뤄져왔던 2002년도 건강보험료와 수가를 결정했다. 의협의 불참, 병협/치협/약협의 표결거부로 전체 위원 24명 중 19명만이 표결에 참가해 10:9의 박빙으로 3월부터 건강보험료를 6.7% 인상하고, 4월부터 수가를 2.7% 인하하도록 결정하였다.

결정과정의 마찰에서도 드러나듯 이번 결정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건강보험 가입자 대표로 참가한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은 수가인하 폭이 좁긴 하지만 정부가 수가인하 자체를 받아들인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이고, 의협은 결정과정에 참가 자체를 거부하면서 수가 인하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는 건강보험을 둘러싼 갈등이 수가 인하를 중심으로 가입자와 공급자 간의 알력다툼으로 드러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현실을 왜곡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전적으로 작년 건강보험재정파산 이후 정부가 취해온 무책임한 건강보험재정안정화 대책의 결과라고 본다. 이번의 건강보험료 인상, 수가 인하 결정은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안정화 대책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

정부는 작년에 건강보험재정이 파산 위기에 직면하자, 5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건강보험 재정안정화 대책을 발표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이 재정안정화 대책의 핵심은 지출을 줄이기 위해 본인부담금을 인상하고, 급여일수를 축소하는 한편, 수입을 늘리기 위해 보험료를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9%씩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었다. 즉, 건강보험 재정이 바닥났으니, 국민들에게 그 책임을 전담시키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악화시켜 재정수지를 맞추자는 무책임한 단순 계산이었다.

정부는 이 계획, 특히 보험료 인상 계획을 순탄히 진행하기 위해, 가입자들로만 구성되어 보험료 인상에 적대적이었던 건강보험공단 내 재정운영위원회를 폐지하는 특별법안을 올해 1월8일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가입자-의료계-정부가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새롭게 만들었다. 정부는 보험료 인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수가와 보험료를 동시에 결정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입자와 공급자 사이의 수가인하에 논의의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보험료 인상을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고, 지금의 상황은 정부의 의도대로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어제 내려진 건강보험료 인상-수가 인하 결정을 건강보험 가입자들과 공급자들 사이의 갈등이라기보다는 2006년까지 매년 9%씩 건강보험료를 인상키로 한 재정안정대책의 결정적인 시작으로 바라보며, 건강보험재정안정대책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한다.

정부가 이제껏 내 놓은 재정 안정 대책은 국가로서의 책임을 방기하고 그 책임을 국민들에게 전담시켜 건강보험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구조 자체를 그대로 둔 채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정책이다. 정부는 이런 무책임한 재정 안정 대책을 즉각 폐기하고, 건강보험의 구조 자체를 개혁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공공의료기관의 대폭적인 확대, 국고지원의 대대적인 확충, 행위별 수가체계 자체에 대한 개혁, 보험료 징수의 누진적 구조 확립, 급여수준의 획기적 강화 등의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단행되지 않는 한 건강보험 재정파산은 결코 극복될 수 없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가입자와 공급자 사이의 갈등을 이용해 손 안대도 코풀려는 무책임한 자세를 버리고, 건강보험재정안정대책을 전면재검토 하는 한편, 건강보험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개혁에 착수하라!

2002년 2월 28일
경인지역 의학과 학생회 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