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총재 호른스트 쾰러 방한 반대 기자회견
“IMF 총재는 한국을 즉각 떠나라”
2월 26일 오전 10시. 청와대에서는 IMF 총재 호른스트 쾰러 총재와 노무현이 만나고 있었다.
바로 그 시각, 청와대 합동종합청사 앞에서는 그의 방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었다. 이 규탄 기자회견은 전국민중연대, 아래로부터 세계화, FTA·WTO 반대 국민행동 주최가 주최했다.
2월 25일 IMF 총재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내뱉은 첫마디는 이랬다. “노동유연성을 늘려야 한다.” 그는 신자유주의 전도사답게 IMF가 정리해고와 실업의 대명사임을 다시 한번 스스로 입증했다.
이 기자회견에는 50여 분들 이상이 참여했다. 경찰은 예상보다 많은 참여 인원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때문이었는지 기자회견 직전 종로경찰서 형사들은 소음측정기를 들이대며 기자회견조차 방해하려 들었다. 경찰은 개악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들먹였다. 표현의 자유를 더욱 더 침해하는 내용이 추가된 악법이라는 것도 문제지만 그조차 3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국민중연대 주재준 조직국장을 비롯해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강력하게 항의한 덕분이 경찰이 막무가내로 끝가지 기자회견을 막을 수 없었다.
여러 단체의 회원들이 다양한 팻말을 준비해 왔다. “쾰러는 세계 민중의 킬러다”/”IMF 없는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아래로부터 세계화), “IMF/세계은행/WTO는 악의 축”(보건의료단체연합),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전도사 IMF가 죽어야 민중이 산다”(전국학생연대회의), “IMF는 세계 민중의 적”(다함께), “IMF 총재는 한국을 떠나라” (전국민중연대)….
WTO·FTA 반대 국민행동의 전소희 씨의 사회로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정광훈 전국민중연대 상임의장은 “초국적 자본의 집행자인 IMF에 반대한다”며 힘차게 여는 말을 해 주셨다.
아래로부터세계화 운영위원인 허영구 씨는 “IMF는 이미 붕괴한 체제다. IMF 구조조정으로 고통당한 이 땅의 노동자, 서민들은 그의 방한에 반대한다”고 연설했다.
성신여대 총학생회장도 힘찬 연설을 했다. 그녀는 “IMF 구조조정 당시 우리 아버지도 일자리의 위협을 받으셨다. 그래서 어머니도 일을 찾으셔야만 했다. IMF는 민중에게 고통만을 주는 기구다. 이런 신유주의에 맞서 학생들도 투쟁에 나설 것이다.”
아래로부터 세계화 실행위원이자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부장인 변혜진 씨는 “IMF와 월드뱅크의 빚을 갚기 위해 2초당 1명의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고 IMF 구제금융 시절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률이 증가했다”며 그의 방한을 규탄했다.
FTA·WTO 반대 국민행동 공동대표이자 문화연대 대표인 강내희 씨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영국의 ‘저항의 세계화’는 국제연대 메시지를 통해 “똑같은 투쟁이 전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고무되어 있다”며 한국의 오늘 이 행동을 지지했다.
IMF와 같이 지구를 파괴하고 우리 삶을 공격하는 기구들은 당장 해체돼야 한다. 그리고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확인된 우리의 분노는 더욱 조직될 필요가 있다.
오는 6월에는 IMF 총재 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 수백 명의 다국적기업과 자본주의 국제기구의 우두머리들이 서울로 몰려온다. 이윤이 아니라 사람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투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