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청의성명서- 주여 우리에게 평화를!

주여 우리에게 평화를!

이라크 무장저항세력의 하나가
우리 정부의 추가파병 결정이 나자 한국인 김선일씨를 납치하여 ‘한국군을 이라크 현지에서 철군시키지 않을 경우 살해하겠다’고 경고한 뒤 우리정부의 파병방침의 불변을 확인한 후 즉각 살해하여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다른 나라들이 모두 기존 파병병력을 철수하거나 미국의 추가파병 요구를 거부한 가운데, 유독 우리나라만 지난 18일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3천명의 한국군을 추가파병하기로 결정하면서 예견되었던 우려가 끝내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특히 김선일씨는 현지 아랍방송에 납치된 후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살려달라는 외침과 함께 방영되어 우리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더구나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범죄적 전쟁행위로 인하여 이와 유사한 사례가 이미 여러 번 반복적으로 발생하였으며 우리정부의 잘못된 추가파병결정이후 충분히 예견된 사건이었단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가 없다.

무고한 인명을 살해하고 이를 투쟁이라 이름붙이는 이라크 무장단체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먼저 이 안타까운 현실을 불러일으킨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미국의 전쟁범죄적 행위에 있으며 이는 우리가 믿는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에 반하는 것이었음을 기독인의 양심의 이름으로 규탄한다. 아울러

미국의 전쟁범죄적 행위에 가담하려는 우리정부의 ‘묻지마 파병결정’ 역시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국민절대다수의 뜻에 반할 뿐 아니라 이라크 현실에도 전혀 부합하지도 않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이성적인 결정이었음을 민족의 양심의 이름으로 규탄한다.

뿐만 아니라 예견된 인명살해를 앞두고 파병강행으로 답하여 사실상 김선일씨의 죽음을 방조하고 이제는 ‘테러에 대한 응징’이란 미명하에 사실상 피의 보복의 악순환에 들어서는 우리정부의 파렴치함에 분노한다.

이제 파병은 평화와 재건을 위함이 아니라 이라크에서 연일 계속되는 피의 보복의 악순환에 개입하는 것임이 너무나도 명백해졌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우리정부가 이성을 되찾아 잘못된 추가파병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이라크 파견군을 철수시켜 더 이상의 무고한 인명의 피해를 막고 보복의 악순환에 빠지지 말 것을 간절히 바란다.

주여 우리에게 평화를!

2004. 6. 23 기독청년의료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