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삼성은 주현이를 살려내라!”

반올림. 충남대책위. 공동 기자회견문
“삼성은 주현이를 살려내라!”

삼성에서 일하다 암과 희귀질환에 걸린 노동자의 제보가 110명을 넘어섰고 수십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러한 안타까운 제보를 받는 과정에서, 동료 노동자들은 조심스럽게 삼성에 암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자살’이라는 이야기를 해 왔습니다. 삼성전자 LCD 탕정공장에서 일하다 2009년 종격동암으로 스물일곱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고 연제욱님의 경우에도 살아생전 함께 근무했던 동료가 기숙사에서 투신자살을 했습니다. 반올림에 들어온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의 노동자 자살 사건만 6건이 넘습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1월 3일 삼성전자 LCD 탕정공장에서 일하던 스물세살의 어린 여성노동자가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안타까운 죽음이 채 알려지지도 않은채 1월 11일 또다시 삼성전자 LCD 천안공장 노동자 고 김주현님이 기숙사 밖으로 자신의 몸을 던졌습니다.

고 김주현님은 삼성전자에 합격했을 당시만 하여도 세계 초일류 기업이라 칭송되는 삼성전자에 취업한다는 것에 대하여 부푼 꿈과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입사 후 한달만에 삼성은 고 김주현님에게 깊은 좌절만을 안겨주었습니다.

고 김주현님이 일한 LCD 칼라필터 공정은 감광제를 포함하여 독성 화학물질들이 많이 사용되는 유해 위험한 작업장이었습니다. 특히나 설비엔지니어로서 설비 정비,세정작업을 하면서 더욱 노출위험이 증가했고 결국 입사한지 수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경미하게 있던 기존질환인 아토피도 악화되고 자극성 접촉피부염까지 생겨 온몸이 가렵고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그는 하루 14시간 15시간씩 주야로 고된 노동에 시달렸습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그와 그의 아버지는 회사에 호소하여 작업부서를 옮겼지만 인간적 모멸감을 받으며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결국 병가를 받고 우울증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5개월간의 치료를 요한다는 의사의 권유가 있었으나 회사에서 허락한 병가기간은 오직 2달 이었습니다. 허락된 두 달의 시간이 끝나고 복귀가 가까워오자 다시 악몽같은 회사에 들어갈 생각에 밤잠을 설쳤고 끝내 많은 망설임 끝에 기숙사 밖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우리는 고 김주현 님이 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을 앓다 자살에 내몰리기까지 삼성이 그 어떤 사과조차 없는 것에 대하여,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고 김주현님이 살아 마지막 새벽 오랜 망설임의 시간동안, 자살기도의 재발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없이 방치한 책임은 명백히 삼성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잃은 슬픔에 망연자실한 유족을 모텔로 불러내어 돈으로 모든 것을 끝내려 협상하고 장례식 발인을 재촉하는 추악스럽게 그지없는 행패를 벌인것에 대하여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비인간적이고 반인권적인 삼성의 모습이 고 김주현님을 죽음으로 내몬것이라는 것을 삼성은 진정 모른단 말입니까.

더 이상 죽을수 없기에, 우리는 삼성과 정부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경찰은 엄정한 재수사를 통해 고 김주현님을 자살로 내몬 책임이 삼성에게 있음을 철저히 규명하고 삼성은 즉각 유족에게 공개 사과하라.

둘째, 노동부와 경찰은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자살한 노동자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와 자살 사인은 어떻게 처리되어 왔는지 철저하게 규명하라

셋째, 노동부는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유해위험 작업 실태에 대하여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하라

넷째, 삼성은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조차 빼앗으면서 노동자들을 극심한 과로, 스트레스로 내모는 비인간적, 반인권적 노동환경을 즉각 개선하라

2011. 1. 14.

삼성전자 노동자 고 김주현님의 사망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