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의료원 노동자들에 대한 연말 선물이 단체협약 해지인가? 김완주 전북도지사와 정석구 남원의료원장은 노조파괴 시도를 중단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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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의료원 노동자들이 체불임금 지급, 노조파괴 전문 노무사와의 계약 철회, 단체협약 이행 및 근무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지 오늘로 25일째를 맞았다. 그동안 노동조합은 파업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남원의료원 경영진에 거듭 양보안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남원의료원 경영진은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의 중재안도 거부하고, 노동조합과의 교섭에서도 노조파괴 공작의 전력이 있는 노무법인을 참여시키는 등 사실상 노조파괴를 목표로 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 악의적 태도로 일관해왔다. 그리고 12월 30일자로 기어이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공공의료기관인 남원의료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심각한 인력부족으로 높은 노동강도와 상습적인 임금체불, 심지어는 임금반납까지 감내하면서도 묵묵히 일해 왔다.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공공병원으로서 남원의료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원 당국에 대책을 요구하였지만 정석구 의료원장은 입원 환자를 강제로 퇴원시키는, ‘경영자 파업’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벌이고 노조파괴 전문 노무사를 고용해 노조파괴를 위한 거짓 선전만을 일삼았다. 남원의료원 노동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고자 길바닥 노숙 농성 투쟁을 통해 의료원의 정상화를 위해 싸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원의료원 노동자들의 파업은 정당하다. 우리는 의료원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며 남원의료원과 전라북도 및 정부 당국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김완주 전라북도 도지사는 일방적인 경영진 편들기를 중단하고 남원의료원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남원의료원은 전라북도가 설립한 공공의료기관이다. 2009년 취임한 정석구 남원의료원장은 경영난 악화를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임금동결과 임금반납을 강요해왔고, 그동안 노동자들은 제 임금도 받지 못한 채로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려 왔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도 남원의료원 노동자들이 희생을 감내한 결과 남원의료원은 전국 33개 지방의료원 중에서 김천의료원과 함께 최상위 등급의 경영성과를 달성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경영난이 최악으로 악화된 시기인 2008년에 비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에는 전라북도의 책임이 가장 크다. 전라북도 도지사는 애초 자동차 보험 부당청구 문제로 의료원장 자격이 없다는 시민단체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현 정석구 원장 임명을 강행한 바 있다. 낙하산 인사였던 것이다. 더욱이 문제가 악화되어 노동자들이 거리농성을 벌이고 단체협약 해지라는 최악의 상황이 되었음에도 김완주 도지사는 해결의지를 보여주고 있지 않다. 김완주 도지사는 노동자들의 근무조건 개선과 지역 주민의 건강을 담보하기 위한 일반적 의무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정석구 원장 임명을 강행하여 현 상황을 초래한 책임을 져야한다. 우리는 김완주 도지사가 일방적인 단협해지를 자행한 정석구 의료원장을 해임하고, 문제해결에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한다.


둘째, 정석구 남원의료원장은 비상식적 노조파괴 공작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최근들어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한 사측의 일상적 대응이 되어버린 ‘장기파업 유도 후 노조 무력화’ 공식이 남원의료원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남원의료원 노사 교섭에 참여한 노무법인 ‘마루’는 이미 익산병원과 전북버스 파업에서 장기파업 유도 및 노조파괴 공작을 펼친 전력으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지난 10월 노조파괴 전문 ‘창조컨설팅’이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법인인가가 취소되고, 대표 노무사의 자격증도 박탈된 상황에서 의료원측은 여전히 대담하고 뻔뻔하게 노조파괴 공작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의료원측의 이러한 비상식적 대응이 노조를 무력화하여 남원의료원 경영을 민간병원에 위탁하기 위해서라는 추측조차 제기되고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경악할 일이다 게다가 최근 성실교섭은커녕, 일방적인 단협해지 통보는 노동조합의 추측이 사실임을 확인해 주고 있다. 단협 해지가 통보된 날로부터 9개월 후에는 남원의료원 노동자는 무단협 상태가 된다. 그렇게 될 경우 현행 임금과 징계절차 등 노동조합이 개선을 요구했던 사항은 그대로 남고 노동조합 사무실의 유지나 노조회비 공제 등 집단적 노사관계 등은 그 효력이 정지된다. 이런 이유로 수 많은 사업장이 단협 해지 통보 후 극심한 노사 대립 갈등을 경험한 바 있다. 이는 남원 지역의 가장 큰 공공의료기관인 남원의료원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하기 어려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공공병원 강화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

현재 남원의료원은 352억 원의 누적적자와 245억 원의 부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러한 부채가 1999년 의료원 신축 이전과정에서 소요되는 재정 중 전라북도가 출연해야 하는 몫을 기채 발행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다른 시도가 소속 의료원에 대한 경상운영비를 연 평균 8억 3천만 원을 지원하고 있는 반면, 전라북도는 군산의료원과 남 원의료원 합쳐 연 5천만 원을 지원한 것이 고작이었다.

남원의료원과 같은 지역 거점 공공의료원은 진료에서 지역 주민들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응급센터·중환자실·분만실·공공의료사업팀 운영 등 소위 ‘주민들에게는 꼭 필요하지만 돈이 안되는’ 의료서비스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어찌보면 운영에 있어서 적자는 당연할 수밖에 없다. 상업화되어 공공서비스를 포기하는 민간병원들 속에서 몇 안되는 지방의료원은 돈 안되는 공공적 의료서비스를 도맡게 되어 공공병원의 적자의 폭을 더 늘려왔다. 따라서 공공병원의 적자는 지역 주민들의 부담을 늘리거나, 병원 노동자들을 쥐어짜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복지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해결해야만 한다.

 

남원의료원은 저임금과 심각한 노동강도로 인해 1년 동안 간호사 채용이 어려웠던 병원이다. 이처럼 병원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는 상태에서는 남원의료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남원의료원과 전라북도는 노조탄압을 중단하고 의료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나아가 의료원의 공공성을 지키려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하루 빨리 수용해야 한다. 하물며 노조파괴를 목표로 한 단체협약 폐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연말까지 문제해결을 기대해왔던 노동자들에게 문제해결은커녕 단협해지라니 전북도지사와 의료원장의 지역주민들에 대한 연말 선물이 과연 이러한 것이어야만 하는가. 우리는 김완주 전북도지사가 남원의료원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정석구 의료원장 또한 문제를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향후 전라북도 및 전국 공공병원 정책방향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남원의료원 노동자들의 요구가 관철되는지를 주시할 것이다. 특히 공공의료 강화를 이번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내건 민주당 도지사의 문제해결 방향이 어떤가를 주목할 것이다. 우리는 또한 남원의료원이 제대로 된 공공병원으로 거듭날 때까지 남원의료원 노동자들과 함께 할 것이다. (끝)

 

2012. 12. 31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