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신자유주의 의료개방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신자유주의 의료개방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민들레 의료생협 김성훈님의 원고청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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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의료개방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신자유주의는 세계 총자본의 위기에 대한 자본의 생존전략이자, 자본이 전 세계를 운영하려는 기본전략이다. 따라서 무역장벽의 해체를 통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금융자본을 통한 이윤의 확대, 공공부문의 사유화를 통한 시장의 재구성 등을 그 주요 내용으로 한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의 핵심 내용인 농업, 교육, 의료부문의 개방이 다국적 기업과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 등에 의해 추진되고 있으며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보건의료부문에서 시장개방, 사유화의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인천, 광양, 부산, 목포 등 경제자유구역의 의료개방이다. 현재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명분 하에 외국인 병원의 유치를 추진 중이다. 또한 이들 외국인 병원의 수익성 보장을 위하여 의료영리법인 설립을 허용하고,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적용의무를 면제하며,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경제자유구역특별법 개정안을 추진 중에 있다. 이 법안은 많은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난 11월15일 기습적으로 국무회의를 통과하였으며, 현재 상임위 및 국회의결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의료개방정책이 국내 보건의료체계에 미칠 영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비영리 원칙을 깬 영리의료법인의 허용은 보건의료의 공공성에 위배되는 것으로 의료기관이 국민보건의 향상이 아닌 투자자의 호주머니를 채워주기 위해 더 많은 이윤을 목표로 운영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영리의료법인의 건강보험 적용의무를 면제하는 것은 ‘전 국민 건강보험 의무가입제’와 함께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양대 축이 되어왔던 ‘의료기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원칙을 깨는 것으로, 건강보험 수가체계의 통제를 받지 않는 고가의 의료서비스를 허용하여 의료비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다. 셋째, 이러한 외국인병원의 내국인진료를 허용하기로 한 것은 외국인병원의 설립이 경제특구 내의 외국인들의 의료이용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애초의 주장이 거짓이었으며, 실제로는 의료시장 개방의 전진기지로서 외국 영리병원 진입을 허용하였음을 의미한다. 넷째, 건강보험의 적용이 안 되는 외국인병원의 고급의료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민간의
료보험에 가입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기존의 건강보험을 대체하는 대체형 민간의료보험의 등장을 의미한다. 이들 민간의료보험회사와 외국영리병원은 공생관계로, 막대한 자본력과 정치력을 동원해 시장 확대를 위해 함께 노력하게 될 것이다.

정부에서는 이번 법안이 경제특구에만 한정되어 적용되므로 국내 의료체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동북아를 겨냥한 최첨단 허브병원의 건립을 공언해온 정부가, 경제특구 내의 병원은 경제특구 내에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기만일 뿐이다. 외국인병원들은 부유층의 고급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독점하게 될 것이며, 시장을 빼앗긴 국내병원들도 앞 다투어 고급의료서비스를 개발하고 이에 대한 수가통제를 풀어줄 것과 영리법인 허용을 주장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스스로 원칙을 깨버린 정부가 이러한 요구를 어떻게 막아낼 수 있겠는가. 의료영리법인의 확대는 곧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와 공적건강보험의 무력화를 의미하며, 결국 공적건강보험은 자동차의 책임보험처럼 이름뿐인 제도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의료정책은 국민건강권을 최우선에 두고 수립되어야 하며, 국가간의 정치적, 경제적 협상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흥정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건강이란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권은 사회를 구성한 이들의 기본권이며, 국가는 이를 지켜 줄 의무를 가질 뿐이다.

송관욱(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전충남지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