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원격의료 추진 중단, 의료호텔 허용 철회 촉구 기자회견
박근혜 정부는 그저께 국무회의에서 ‘메디텔’ 시행령을 소리소문 없이 통과시켰다. ‘메디텔’은 병원뿐 아니라 유치업자까지 의료숙박시설을 설립해서 내국인 환자를 유치·알선할 수 있도록 하는 꼼수이다. 이 때문에 수많은 전문가와 시민운동단체들이 이에 반대했다. 정부는 여기다 한 술 더 떠 민간보험이 ‘메디텔’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지난 5월 31일 국회에 이미 내 놓은 상태다.
이런 작금의 상황은 국민여론과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의료민영화 및 영리화는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그 중에서도 ‘원격의료’는 올해만 해도 6월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 발의로 국회에 제출된 바 있고, 이번에는 국민 건강을 책임진다는 보건복지부까지 나서서 도입하려고 한다.
원격의료는 이미 숱한 논의를 통해서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있다. 첫째, 안전성이 전혀 입증된 바 없다. 오진의 위험 및 진단누락 등의 위험성이 상존한다. 둘째, 과다한 비용이 지출된다. 특히 이번 안에도 장비도입 등의 예산 언급이 없는 점으로 볼 때, 이를 모조리 환자들과 국민들이 지출하게 하는 사실상 의료비 폭등 정책이다. 셋째, 개인의 건강정보가 수집, 가공될 수 있다. 이런 정보가 기업이나 여타 이윤추구의 목적에 쓰인다면 큰 일일 것이다. 넷째, 약물 오남용 및 건강염려증을 부추길 수 있다. 원격의료의 한계상 약물처방 외에 딱히 권유하기 힘들다. 다섯째,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부추긴다. 의료전달체계가 붕괴한 한국의 의료현실에서 이제 제대로 재벌병원 몰아주기만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수많은 문제점이 수년 간 지적되었음에도 정부는 귀를 막고, ‘원격의료’를 추진하려 한다. 진주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의 폐원에는 속수무책이었던 보건복지부가 이번에 이토록 치밀하게 ‘원격의료’를 도입하려는 것에 우리는 분노하며 다음을 밝힌다.
1. 보건복지부는 ‘원격의료’ 도입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원격의료는 건강관리서비스, 재벌기업들이 유헬스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향후 의료민영화의 시발점이 될 뿐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산업화의 헛된 꿈을 꾸는 경제부처의 망상에 동조해서는 안된다.
2. 의료관광을 빌미로 시행되는 ‘메디텔’은 사실상의 내국인 환자 유인·알선 허용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메디텔’ 허용을 지금이라도 철회하고, 국회에 제출한 민간보험사의 외국인 환자 유인·알선 허용 법안을 폐기하라.
3. 보건복지부는 만성병 관리와 예방서비스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려는 ‘건강관리(생활)서비스’의 도입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 만성병 관리와 예방서비스는 건강보험 내에서 공공의료를 확충함으로서만 가능하다.
4.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 시도를 철회하고, 공공병원 확충을 위한 계획을 제시하라. 정부는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진주의료원과 같은 공공의료기관 폐업을 철회시키고,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여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라.
박근혜 정부는 지금 국정원, 국방부 등 국가기관이 개입한 부정선거 논란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틈을 타 일부 의료민영화 법안과 시행령을 통과시켰고, 남은 것들은 도입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건강을 돈벌이 수단으로 팔아먹으려는 시도를 계속한다면 이는 부정선거 항의 이상의 국민적 저항이 되어 되돌아 올 수 있음을 박근혜 정부는 알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국민의 여론에 역행하는 지금의 행태가 역사에 남을 것임을 명심하고, 의료영리화, 의료민영화, 의료산업화 시도를 모두 폐기하라.
2013. 11. 29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생협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연맹, 공공운수노조 사회보험지부,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다함께,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