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의료민영화·원격의료 추진자 성상철 건보공단 이사장 임명 철회하라
- 국민건강보험은 국민의 것이지 병원협회와 재벌의 것이 아니다 -
청와대가 어제(1일) 결국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새 이사장에 성상철씨를 임명했다. 임명 절차 초기부터 내정설이 불거졌던 성상철씨는 의료민영화와 원격의료를 앞장서 추진해왔던 인사로 건강보험 재정을 담당하기에 부적절한 인사라는 국민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눈 하나 깜짝 않고 이러한 임명을 끝내 단행하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또다시 무시했다. 정부는 이날 비난의 여론이 두려웠는지 사전 설명이나 예고도 없이 임명을 단행했고, 성상철 자신도 ‘기습 취임식’을 하려다 노동조합에 의해 한 차례 저지당하기도 했다. 스스로 당당하지도 못할 만큼 국민들을 배신하고 오로지 병원협회 및 재벌에만 충성을 바친 인사를 등용한 박근혜 정부에 대해 우리들은 허탈감과 분노를 동시에 느낀다. 우리는 건강보험 이사장 임명으로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의료 정책 방향에 분명히 반대하며 이를 상징하는 부적절한 인사인 성상철씨 임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성상철씨는 불과 얼마 전까지도 병원협회 회장으로서 건보공단과 보험수가를 두고 협상을 벌여왔던 인사다. 어제 취임사에서 성상철씨가 한 “수가·약가 적정화도 필요하다”라는 말이 건강보험재정을 아예 병원협회와 제약회사에 퍼주겠다는 공언으로 들리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것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 아니면 무엇인가? 또한 이런 인사가 중립성에 문제가 없다는 박근혜 정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건보공단 이사장은 병원의 무한 돈벌이를 견제하며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러한 자리에 병원장 출신을 앉힌 것은 건강보험 재정을 병원자본에 넘겨주려는 시도이자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국민들에게 즉각 사과하고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
성상철씨는 또한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체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영리병원에 찬성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해온 자다. 따라서 전면적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 입장에는 적격인 인사이지만 국민들의 건강보험을 지키는 데에는 최악의 인사일 수밖에 없다. 의료민영화는 의료비를 폭등시켜 건강보험 재정을 붕괴시킬 위협이며, 지금도 보장성이 낮아 사회보험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건강보험의 존재 의미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생 건강보험을 망가뜨릴 정책을 지지하고 추진해 온 인물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앉힌 것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방향이 국민건강이라는 가치와 서로 모순됨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성상철씨는 또한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삼성, 엘지 케이티 등 재벌과 한국의 삼성, 아산, 서울대 세브란스 등 대형병원 등의 연합체인 ‘유헬스포럼’과 ‘한국유헬스협회’의 창립자이자 초대회장을 지낸 인사이다. 원격의료는 현재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된 바 없고 국민의 개인 건강정보를 유출하여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위험한 기술이다. 그러나 병원자본과 재벌에게 원격의료는 의료기기 장사를 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이고 국민 건강정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해 떼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일 뿐이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상담을 넘어 진단, 치료, 건강관리에 이르는 영역까지 재벌중심 의료체계로 한국 의료를 완전히 개편하려 한다. 정부는 의료기기와 개인건강정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졸속 시범사업 강행으로 의료법 개정을 시도하며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번 성상철씨 임명 역시 원격의료에 대한 현 정부와 자본의 강한 의지가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에겐 소중한 건강보험재정과 보호되어야 할 개인정보를 유출하여 기업을 배불릴 인사일 뿐이다.
박근혜 정부의 이번 인사는 보건의료를 돈벌이로만 인식하는 매우 천박한 인식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측근에 대한 낙하산 보은인사라는 점에서도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성상철씨는 박정희대통령 피격사건 직후 군의관으로 진료한 의사이며, 2011년 김기춘 초대 박정희대통령 기념재단 이사장 시절의 이사 출신으로 오랜 박근혜 충성인사다. 이는 측근인사로 인한 인사참사이기도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의 설립정신과 정면으로 반하는 인사를 자리에 앉히는 몰상식한 조치다.
경제위기로 인하여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고 이 와중에 오히려 복지축소와 노동 탄압을 자행하는 정부 정책 때문에 국민들은 더욱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국민들이 기댈 수 있는 복지 제도는 부족하나마 건강보험뿐이라 해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갖가지 의료민영화 정책들로 건강보험조차 파괴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의료민영화에 앞장서온 자를 건보공단 이사장으로 임명하며 또다시 국민들을 저버렸다. 우리는 정부가 지금이라도 성상철씨 임명을 전면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이것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임을 밝힌다. 오늘부터 이사장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는 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을 비롯하여 건강보험을 지키고자 하는 모든 세력과 국민들과 연대하여 함께할 것이다.
2014. 12. 2.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