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 빅데이터 삼성 등 재벌대기업 제공 중단하라!
연4조 원을 삼성 등 재벌대기업에 퍼주는 바이오헬스 전략 철회하라!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충북 오송에서 개최한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 참여하여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였다. 정부가 발표한 혁신 전략에는 바이오헬스산업을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중점 육성하기 위해 매년 4조 원 이상의 세금을 산업계 연구개발 명목으로 2025년까지 투입하고, 시장 출시를 촉진하기 위한 인허가 절차 완화와 실증 특례 적용 등 규제 개악과 기술지주회사 설립 등 대형병원을 거점으로 한 상용화 촉진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바이오헬스산업 자본 증식과 상업화를 목적으로 정부와 산업계 그리고 의료기관까지 포괄한 밀착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기술개발·인허가·생산·시장출시 전 과정에 개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매년 4조 원 이상 공적 재원을 투입하고, 100만 명에 이르는 국민의 건강정보를 의약품·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포함하였다.
정부가 바이오헬스산업 혁신 전략으로 제시한 공공기관 및 연구중심병원 등을 포괄한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이나 인허가 규제 개악 및 특례 적용 등은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의료민영화 정책과 맥을 같이 하며,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삼성연구소가 작성한 보건의료선진화방안 보고서의 핵심 전략의 방향성과도 일치하는 내용이다.
삼성 등 대기업과 산업자본의 영향력 하에 보건의료 제공 기반을 예속화시키고 시장화를 촉진하는 이 같은 의료민영화 정책은 문재인 정부 들어 더욱 광범위하고 위협적인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의료 영리화 등 재벌에게 특혜 주는 정책은 중단한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집권 2년차에 접어들면서 부터는 지난 정권에서 추진한 친기업적 정책보다 더 위협적인 규제완화 기조를 내세웠다.
민간자본이 주도하는 신기술을 대상으로 규제특례를 적용하는 규제샌드박스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켰고, 스마트헬스케어(원격의료,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3D프린팅 의료기기, 바이오의약품 등)를 중심으로 빅데이터와 특정 기술이 접목되는 신기술이라면 규제특례가 가능하도록 하였으며, 이 같은 규제 개악과 보건의료 산업화 기반 구축에 보건복지부, 식약처, 과기정통부, 산업통상부 등 정부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안전성·유효성이 미확립된 의료기술을 ‘첨단·혁신’이라 포장해 조기 시장 진입이 가능하도록 허가심사 특례를 적용하는 혁신의료기기법과 체외진단기기법을 통과시켜 규제 개악을 위한 법적 기반도 이미 다진 상태다. 인보사 사태를 통해 바이오의약품의 허술한 인·허가 절차의 문제점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임상 3상 없이도 바이오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신속허가를 허용하는 첨단바이오의약품 관련 법안 제정도 문재인 정부가 서두르고 있는 핵심적인 규제완화 사안이다.
정부가 제시한 바이오헬스산업 혁신 전략은 삼성의 보건의료산업화 구상과 바이오산업 관련 업계의 요청사항이 총망라된 것이다. 삼성은 이미 2010년에 이건희 회장이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바이오 분야를 지목한 바 있으며, 작년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경제부총리와의 면담을 통해 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 제시와 함께 정부 측에 과감한 규제완화를 요청한 바 있다. 바이오헬스산업을 반도체와 같은 기간산업으로 키우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대통령의 입만 빌렸을 뿐 삼성의 바이오산업육성 전략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비춰진다.
정부 발표 직후 주식 시장도 곧바로 반응하여 바이오 계열사 관련 주가가 뛰어 올랐으며, 그 중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상승이 가장 눈에 띄었다. 분식회계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반등한 것을 두고 대통령 덕에 바이오헬스주가 약발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기업 입장에서는 주식시장의 악재를 해소하는 데 있어서도 정부가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 주식 뻥튀기와 주가 조작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바이오산업계의 투기적 수익 창출 행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연간 4조 원 이상의 공적재정 투입은 투기자본에만 도움을 줄 뿐이다. 사회보험의 정부 의무지출 비중은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건강보험의 법정 정부지원금 지출도 매년 회피하는 가운데, 이 같은 거품경제 형성에 국민세금을 낭비하라고 국민들은 동의한 바 없다.
바이오헬스산업 핵심 전략은 내용적으로도 바이오산업 의료민영화 정책의 종합적 완결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개발과 관련해 핵심기반을 데이터로 규정하고 정부가 직접 나서 국민 개인의 유전체 정보 등을 별도로 구축하고, 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과 병원 진료 빅데이터까지 데이터 제공의 활용과 거점 기반을 다양화 하였다. 이와 같이 기업 및 병원이 활용하는 데이터는 환자 맞춤형 신약 개발 등에 사용될 목적이라 사실상 가명 처리를 전제로 한 데이터 활용이 아닌 개인 식별화를 염두에 둔 데이터 플랫폼 구축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병원과 대학, 기업, 연구기관 등의 협업체계로 구성되는 병원중심 연구 클러스터는 박근혜 정부 당시 투자활성화 정책으로 내세운 ‘산병협력단’과 다르지 않으며 연구중심병원을 거점으로 한 영리적 목적의 제품 상용화를 가능하도록 하였다. 삼성이 지난 2010년에 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혁신형 연구중심 병원과 상응하는 개념이며, 병원이 의료기술의 최종 수요자라는 이점을 살려 병원의 주된 기능을 환자 치료에 두기 보다는 제품의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속셈이다.
인보사 사태로 불안감에 떨고 있는 3,700여 명 환자들의 고통을 뒷전으로 한 채, 안전규제 장치 강화가 아니라 의약품·의료기기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계획도 버젓이 내놓았다. 식약처의 상식 이하의 인허가 방식으로 불거진 인보사 사태는 한국의 바이오의약품 검증 과정이 얼마나 허술한지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자 국제적 망신인데, 인허가 기간 단축 등 규제완화가 정부가 언급하는 글로벌 수준의 규제합리화인지 정부 스스로 심각하게 되물어 보아야 한다. 식약처 심사 전담인력 확충도 심사 전문성과 안전성 강화 목적이 아닌 허가기간 단축을 위해 제시된 대안으로 바이오제약업계가 여러 차례 요구한 내용이기도 하다. 규제 완화로 앞으로 쏟아져 들어올 인허가 요청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이와 같이 식약처가 산업계의 민원 해결사 역할만을 고집하고 정부의 허가심사 규제완화가 지속되는 한, 제2, 제3의 인보사 사태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삼성 등 재벌기업과 바이오업계가 구상하는 산업 육성은, 정부 계획에 반영되어 있듯이 의료민영화를 전제로 한 것이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인보사 사태와 같이 가짜약과 가짜기술을 키우고 이를 인지조차 못해 온 후진적 관리 체계를 시급히 개혁하는 것이다.
환자와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당면한 과제는 손을 놓고, 산업자본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의료민영화 추진이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은 아니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바이오산업 육성 관련 정책 일체를 모두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그리고 의료 민영화·영리화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해 나갈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