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1500명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
오늘(18일)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점거 농성이 열흘 째를 맞았다. 하지만 여전히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농성자들에 대한 건강위협과 인권유린도 계속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소속 의료인들은 서울톨게이트 캐노피와 김천에서 농성중인 노동자들을 최근까지 진료해왔다. 우리는 이들의 건강과 인권이 매우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로비에서 농성 중인 300여 명의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지난 9일 무려 24명이 탈진, 요통, 호흡곤란 등으로 병원으로 이송됐을 정도로 심각한 경찰폭력을 겪었다. 현재 남아 있는 조합원들 중에도 당시의 경찰과의 충돌로 팔과 다리에 심한 멍이 들 정도로 부상을 당한 노동자들이 적지 않고, 많은 노동자들이 어깨, 무릎, 허리 등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또 당시 경찰폭력의 충격과 향후 강제 진압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많은 노동자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이 농성장을 완전 봉쇄하고 노조원의 출입 및 물품 반입을 막고 있어 혈압약, 당뇨약, 호르몬제 등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이들의 건강 또한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경찰과 사측이 담요 한 장 반입하지 못하게 하면서 기온 급강하로 감기 환자가 속출하고 급기야 지난 16일에는 한 조합원이 고열로 응급후송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사측이 전기를 끊고 청소를 중단하면서 고립된 농성노동자들이 처한 조건은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에 이르렀다.
10m 높이의 서울톨게이트 캐노피에서 농성을 지속하는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맨살이 닿으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달궈진 캐노피에서 여름을 보냈고, 오늘(18일)로 80일 째 매연과 소음의 열악한 환경속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사측은 이런 노동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인도주의적 조치인 건강검진과 진료조차 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11일 태풍 직후 현장을 찾은 의료진의 농성장 진입을 막아섰을 뿐 아니라, 진료를 하려면 도로공사 직원들이 캐노피에 오를 수 있도록 노동자들을 설득하라는 황당한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공기업인 사측이 최소한의 윤리마저 내버린 파렴치한 행태를 보여준 것이다.
모든 이들을 분노케 할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이들이 벌이는 투쟁은 법원 판결대로 직접 고용하라는 상식적이고 정당한 투쟁이다. 8월 말, 대법원이 한국도로공사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것은 한여름의 뙤약볕을 견디며 투쟁으로 일궈낸 노동자들의 승리였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와 이강래 사장은 대법원 판결을 비웃듯이 일부 복직만을 시행하고 그마저도 원래 업무가 아닌 제초작업 등에 투입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마저 저지르고 있다. 사측은 오늘(18일)까지 복귀여부를 확정하도록 해 응하지 않으면 징계 절차를 밟거나 고용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또한 현재 하급심 진행 중인 톨게이트 수납원 직접고용 소송도 계속 진행하겠다고 한다. 사측의 말대로라면 1125명의 노동자들은 다시 대법원 판결까지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내야 하고, 직고용 판결이 나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될 것이다. 따라서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법원 판결마저 무시할 뿐 아니라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한국도로공사 사측과 이강래 사장, 그리고 경찰의 반인권적 처사에 우리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톨게이트 농성 노동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돼야 한다.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농성장 출입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식량, 식수, 물품이 공급돼야 한다. 약물이 반입돼야 하고 제대로 된 병원진료가 보장돼야 한다. 또한 경찰은 결코 노동자들의 심각한 부상이 우려되는 강제진압 시도를 또다시 자행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한국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은 위법행위를 즉각 사과하고 톨게이트 노동자 1500명 전원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76년 동일방직 노동자들의 상의탈의 저항이 40여년이 지난 지금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반복되는 역사의 비극을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에도 요구한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던 정부는 지금 즉시 대법원 판결도 무시하는 공공기관의 행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보건의료인들은 모든 반인권적 행태에 맞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가 이뤄질 때까지 함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