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정부와 국회가 진정 해야 할 일은 공공병원과 공공의료인력 확충이다

허울뿐인 코로나 3법 생색내기와 재난 상황을 틈탄 의료영리화 추진 규탄한다

 

 

국회가 지난 26일 일명 ‘코로나 3법’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보도자료를 내 “코로나 3법의 통과로 국가 차원의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국민의 불안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3법으로 국민들의 불안을 정말 덜어줄 수 있는가? 이번에 통과된 법안들의 내용은 대체로 기존 행정조치들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수준이다. 이렇다 할 내용이 없어 평가하기조차 민망한 법안들을 ‘코로나 3법’으로 포장하면서 국회가 이 엄중한 상황에 할 일을 다 했다고 생색을 내서는 곤란하다.

지금 전국적으로 공공인프라와 의료인력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법령을 개정하고 예산을 투입해 방역·의료시스템을 강화하는 일이지 돈 안 드는 생색내기 용 법안으로 국민들 이목을 속이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쉽게 종식되지 않고 판데믹으로 확산되거나 계절성으로 반복해 찾아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즉 올해 말 겨울에도 코로나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이라도 공공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게다가 이 와중에 정부는 DTC 유전자검사(상업적 유전자 검사) 항목을 무분별하게 확대하고, 원격의료용 모바일 앱 허용지침을 내놓는 등 의료영리화 추진도 계속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에 온 행정력을 집중해도 모자라는 상황 아니었나? 지역에서는 코로나에 대응하던 공무원이 과로사까지 하는 상황에 보건복지부가 의료민영화 추진에 나서는 것에 분노한다.

우리는 제대로 된 국회와 정부로서의 역할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밝힌다.

 

첫째, 공공병원과 음압병상 확충하라.

대구에서는 확진자 900여 명이 음압병상이 없어 집에서 입원을 기다리는 불안을 겪고 있다. 급기야 집에서 이틀 간 대기하던 환자가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음압병상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이송되다 사망한 환자도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3법에는 겨우 격리조치를 위반한 감염병 의심자를 강하게 처벌하겠다는 내용뿐이다. 확진자를 위한 병상도 마련하지 못하는 정부가 국민 개개인을 탓하고 처벌할 방법부터 찾는 게 말이 되는가?

확진 환자만 1300여 명이 발생한 대구에 국가지정 음압병상이 10개에 불과해 대혼란을 겪고 있다. 대구만의 일이 아니다. 국가지정 격리병실이 경상남도 전체에 4개, 경상북도에 3개, 전라남도에 4개뿐이다. 음압병실 설치 비용이 국가지정 병상의 경우 3억 원이고 유지 비용도 높아 평소에 돈벌이가 안 되는 음압병실은 오로지 공공병원만 제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병상수가 2700병상으로 최대 규모인 서울아산병원이 겨우 6개의 일반 음압병상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19가 경증환자도 많아 그나마 일반 음압병상이나 이동형 음압시설도 활용하고 있지만 1급 감염병은 국가지정 격리병상에서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코로나19보다 중증도가 높은 감염병이 유행하면 대책이 없다.

OECD 평균 73%를 바라보기 민망한 10% 수준의 공공병원 수준을 서둘러 벗어나는 것만이 문제 해결 방법이다. 환자가 급증하면서 유일하게 지방의료원과 국립병원을 중심으로 공공병원만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을 보라. 신종플루 때도 거점병원 역할을 했던 진주의료원이 강제 폐업되면서 현재 진주의 코로나19 확진자들은 마산병원으로, 마산병원에 입원 중이던 환자는 목포까지 보내지고 있다.

 

 둘째, 공공인프라로 보건의료인력 충원하라.

 

전국적으로 의료인력 부족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대구로 내려가 의료지원에 나서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우리를 감동시키고 있지만, 자발적 개인의 헌신과 봉사에 기대야 하는 의료시스템을 방치해 온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다. 대구지역에 환자가 급증하기 전부터도 전국 병원과 보건소에 인력 부족 사태가 벌어진 바 있었다. 애초에 병상당 간호인력이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간호사가 살인적 노동환경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인력은 비상상황이었다. 이런 시기에 의료진이 번아웃에 시달리는 것은 예정된 일이다. 심지어 사망자가 속출한 청도 대남병원 환자들을 제대로 된 의료기관으로 전원시키지 못한 이유도 정부가 며칠이나 내과의사 3명과 간호사 6명을 구하지 못해서라고 한다. 세계 최고의 인력과 기술이 있다면서 가장 필요한 시기에 몇 명의 의료인을 구할 수 없는 나라다.

공공의과대학이 없고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사 비율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코로나 3법이 통과되는 와중에도 공공의대법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하고 국립대학교 의대의 경우 일정 비율 정원을 늘려 무상교육하고 공공의료기관에서 일정 기간 의무 복무하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또 간호인력을 충분히 늘려야 한다. 90%의 민간병원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간호인력을 최소화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공공병원을 늘려야 해결될 문제이고, 당장은 병원에 간호인력 적정기준을 제시하고 강제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셋째, 감염병 전문병원을 공공기관에 지정·설립하라.

 

감염병 전문병원도 서둘러 지어야 한다. 현재 한국의 병원들은 대개 10개 미만 소수의 음압병상을 가지고 있어 전국의 환자를 분산 수용하고 감염병 환자들과 일반 환자 치료를 병행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에는 국가지정 음압병상조차 부족하지만 국가지정 병상이라 할지라도 오로지 격리치료실만 있지 종합적 감염관리에 적합한 시설이 아니다. 유럽과 일본 등은 감염병 전문병원을 공공으로 설립해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아 적자가 나더라도 전문인력을 훈련·교육하며 운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이를 약속했지만 사실상 하나도 진척시키지 않았다. 감염병 전문병원을 서둘러 만들어야 하고, 반드시 공공병원에 지정·설립해야 아주대학교병원에 위탁해 문제를 발생시킨 권역 외상센터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다.

 

 넷째, 이 와중에 추진하는 의료영리화 정책 중단하라.

 

정부는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17일 민간업체의 소비자 대상 직접 유전자검사 항목을 56개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새로 허용된 항목은 대체로 ‘발목부상위험도’, ‘식욕’, ‘와인선호도’, ‘태양 노출 후 태닝 반응’ 따위의 의학적 근거가 미미한 것들이다. 기존에 허용됐던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에 대한 유전자 검사조차도 유효성 논란이 있어 왔다. 일부 단일유전자-단일질환을 제외하고는 유전자 단일요인이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적다.

정부가 노동·복지·주거 등 사회정책으로 해결할 영역을 개인이 침을 뱉어 민간기관에서 관리 받으라는 셈이고, 이런 검사결과를 매개로 상업적 건강관리서비스나 건강관리식품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민간업체들 소원 수리를 해준 것에 불과하다. 이번 항목 확대는 상업적 목적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더 큰 문제는 국회와 정부가 최근 개인정보 3법을 개악한 것과 연동될 것이란 점이다. 정부는 개인건강·의료·유전체 정보를 국민 개개인의 동의 없이 가명처리만 하면 온갖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하고 행안부가 최근 이 법안들의 하위법령을 만들고 있다. 유전체분석 업체들의 가장 큰 목적은 돈벌이보다도 개인 유전정보 확보 그 자체다. DTC 유전자검사는 민간업체들이 근거 없는 건강관리 검사로 국민의 유전체 정보를 수집하게 해주는 행위다. 정부는 상업적 유전자검사 확대뿐 아니라 개인정보 개악으로 국민 의료정보를 활용하겠다는 정책도 중단해야 한다.

또 지난 21일에 식약처는 모바일 의료용 앱 안전관리 지침을 내놨다. 허가하겠다는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모두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전제한 상품이다. 아직 원격의료는 안전과 효용이 입증되지 않고 대형 통신사나 기기업체, 대형병원 돈벌이에만 활용될 수 있어 사회적 합의와 의료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 비상시국에 원격의료를 전제로 개발업체 소원 수리를 위한 지침을 내놓은 것이다. 경제지들 역시 감염병 사태를 이용해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격의료로는 제대로 된 환자 치료도, 감염병 진단과 관리도 할 수 없다. 재난상황을 틈타 의료영리화를 진행하는 이런 행태는 메르스 사태 와중에 원격의료와 해외환자 유치 등 의료영리화에 목을 맸던 박근혜 정부의 과거마저 떠올리게 한다.

 

정부가 ‘코로나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곧 추경예산안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경제활성화를 위한 기업 지원에 집중될 것이라는 예상은 우리를 우려하게 한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인수공통감염병이 우리를 주기적으로 위협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쉽게 종식되지 않는 현실에서 공공의료 강화야말로 당장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시급하다. 중국이 우한에 열흘만에 1000병상짜리 공공병원을 지은 데 이어 벌써 2300병상을 새로 지은 것은 오로지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 서둘러 예산을 투입해야 할 곳은 보건의료 노동자들과 대면 서비스 노동자들에 마스크와 보호복 등 적절한 개인 보호장비를 제공하는 것이다. 적극적인 유급 병가와 유급 가족 돌봄 휴가도 필요하다. 이런 정책과 예산이 아니라, 이 와중을 틈타 의료영리화와 규제완화를 추진하거나 문중원 열사 시민분향소 철거 등 노동탄압과 사회적 약자들의 재갈물리기를 계속 시도한다면 강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우리는 국회와 정부가 말뿐인 코로나 총력대응이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 진정 필요한 일을 하도록 감시하고 지켜볼 것이다.

 

 

 

2020년 2월 28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성남무상의료운동본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정보경제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