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감염과 죽음을 초래해온 ‘코호트 격리’는 중단되어야 한다.

 

 

- 정부의 ‘코호트 격리’는 동일집단 격리방침에 위배

- 병상 부족 은폐수단으로 ‘코호트 격리’ 사용해선 안 돼

- 지역사회복지 및 지역재활 등 탈시설 계획 마련해야

 

 

요양병원과 시설 발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격리시설 발 감염은 상당한 수가 사망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전체 하루 확진자 수 감소에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그런데 요양병원과 시설에서의 집단감염과 사망은 불가피하지 않았다. 문제는 정부의 ‘코호트 격리’에 있었다. 이는 아무 의학적 근거도 없는 행위로, 무고한 시민들의 집단감염과 죽음을 초래했다.

12월에만 ‘코호트 격리’된 요양병원 14곳에서 996명이 확진되고 99명이 사망했다. 10% 이상의 치명률로, 국내 코로나19 치명률 1.7%를 크게 상회했다. 장애인 시설 신아원에서도 45명 확진자가 발생한 후 정부가 시설을 ‘코호트격리’ 시키면서 확진자가 76명까지 급증했다. 정부가 확진자와 접촉자, 비접촉 비확진자를 분리하지 않은 동부구치소에서도 현재까지 무려 120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지금도 이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요양병원과 장애인시설, 교정시설, 정신병동 집단감염 사태는 이는 정부가 노인과 장애인, 수용자들을 감금하고 사회에서 격리시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의 참혹한 결과이다. 우리는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첫째, 정부가 시행한 ‘코호트 격리’는 감염 확산과 죽음에 대한 방치다. 또한 동일집단격리 원칙에 어긋나므로 모든 시설에서 중단되어야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에는 ‘코호트격리’란 ’1인실이 부족할 경우 여러 확진자들을 함께 격리하는 것’으로, ‘확진자 코호트는 허용하지만 의심환자 코호트는 전염 위험이 높아 권장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 ‘시설이 확진자와 접촉자, 비접촉 비확진자를 함께 코호트해선 안된다’고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요양병원과 시설에서 동일집단이 아닌 확진자, 접촉자, 비확진자 모두를 한 데 격리시켜온 정부의 행위는 제대로 된 ‘코호트격리’ 조치라고 할 수 없다. 이는 아무 근거 없는 비의학적 행위이고 국제적 기준을 정면으로 어긴 정책이다. 국제기준까지 살피지 않아도 시민의 기본적 방역 상식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행위다. 이는 일반 시민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차별이자 방역조치 위반이기도 하다. 정부는 즉시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지난달부터 요양병원 사망자는 병상대기 중 사망 통계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 지침으로 대기 중 사망자 수가 통계적으로는 줄었을지 몰라도 요양병원은 정책적 사각에 놓이게 되었다. 단적으로 지난 연말, 병상대기자가 감소하고 있다고 중수본이 밝혔을 때 구로, 부천 요양병원에서는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난 바 있다.

요양병원에 대해서는 지난 3일 정부가 ‘요양병원 긴급의료 대응계획’이라는 조치를 내놓았으나, 이는 요양병원 대책으로만 나왔을 뿐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장애인 시설 등 다른 시설은 계속 같은 ‘코호트격리’조치를 유지할 계획인가? 무원칙한 현재의 ‘코호트격리’는 모든 시설에서 즉각 금지되어야 한다.

 

둘째, 공공의료를 강화하여 제대로 된 분산계획을 현실화하고, 급한 상황은 적극적인 민간병원 병상과 인력 동원으로 해결해야 한다.

지난 3일에 발표한 ‘요양병원 긴급의료 대응계획’은 이제라도 상식적 방안을 내놓았다는 점에선 다행이나 실현가능성은 의문이다. 작금의 사태는 병상부족으로 인해 확진자를 전원하지 못한 것을 ‘코호트 격리’라는 말로 은폐했을 뿐이다. 최근 하루 확진자 감소로 요양병원 분산조치가 가능해졌을 뿐 병상대응체계 부실 문제는 여전하다.

우선 공공병상을 늘리지 않아 재난상황에 제 역할을 할 공공병원이 부족하다. 또한 공공병원에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자원봉사자 수준의 인력충원만 계속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지난 해 말 발표한 공공의료 강화 안도 2025년까지 신축 3개 수준으로 병상부족 사태를 해결하기에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감염병 시기에 걸맞은 수준의 공공병원 확충 계획이 다시 나와야 한다.

급한 대로 민간병상을 동원해야 하지만, 여전히 대형병원이 사회적 역할을 충분히 다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병상의 1%를 코로나 전담 중환자 병상으로 내놓으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이조차 다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확인되지 않았고,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번 유행은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접어든다 하더라도 곧 재유행이 닥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정도 병상과 인력 준비 상태로는 다음유행 준비가 충분치 않다.

특히 정부의 ‘전담 요양병원’ 방식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요양병원 코로나19 확진자는 기본적으로 급성기 환자이고 일반 인구보다 건강상태가 취약한 집단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만성기병상인 요양병원을 활용해서는 제대로 된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다. 전담요양병원이 아니라 결국 중환자실이나 준중환자실, 급성기 병상을 확보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셋째, 집단수용시설에 대한 ‘긴급 탈시설’ 조치와 제대로 된 감염관리방안이 필요하다.

사회복지시설 등의 장애인 긴급 탈시설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정부의 ‘코호트격리’로 환자가 급증한 신아원 뿐 아니라 최근 안산 장애인시설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했다. 집단감염은 장애인들이 평소 시설 격리되어 있는 상황에서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CRPD)도 코로나19 대책으로 ‘긴급탈시설’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런데 정부는 최근 겨우 분산조치된 신아원 거주인들조차 다시 재입소시키려 한다. 장애인들에게는 거리두기를 할 수 없는 격리시설로 몰아 넣는 재입소가 아니라 지역사회에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조치가 필요하다.

교정시설은 코로나19 시기동안 비구금형과 석방조치 등을 시행해 수용자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지난 해 초 OHCHR-WHO 기관 간 상임위원회가 발표한 ‘COVID-19 수용자 인권 지침’은 이를 제시하고 있으나 정부는 들은 척 하지 않아왔다. 동부구치소는 예정된 참사였고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

환자를 밀집 격리 수용하는 정신병동의 문제도 해결되어야 한다. 정신건강서비스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중장기적으로 격리수용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담당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정신의료기관 입원실 면적 확대를 추구한 것은 탈시설은 커녕 최소한의 자격미달 병동을 퇴출시키겠다는 것에 그치고 있다.

또 요양병원으로의 사회적 입원을 부추기는 복지 사각지대 노인들의 현실을 개선하고, 요양병원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일부 민간요양병원에서는 경영자들이 최소의 인력으로 최대의 경제적 효율을 추구하기 위해 과소진료와 신경안정제등의 과다처방으로 환자들의 건강을 취약하게 만들어왔다.

 

코로나19는 계속해서 사회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을 고통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수용자들은 평소에도 시설 밖 사회를 운영하는 자들의 기준에서 효율적 관리를 위해 격리되어 왔고, 코로나19 시기에도 감염병이 외부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는 데 급급한 정부 정책 속 격리되었다. 이런 선택적 고통과 죽음이 계속 방치된다면 이 사회는 야만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코호트 격리’라는 이름의 고통과 죽음 방치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또 집단 수용시설 거주인의 안전과 자유를 위해 탈시설화 계획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해야 한다. 또 재유행에 대비한 감염관리 계획과 병상동원 계획을 총체적으로 재수립해야 한다.

 

 

2020. 1. 14.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