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키로나주’에 대한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공개를 요구한다.

 

식약처가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CT-P59)의 검증결과를 오늘(18일) 발표한다. 항체치료제는 그 한계에 비해 그간 지나친 기대를 받아왔다. 이는 정부가 부추긴 측면이 크다. 또한 상당한 공적 연구자금이 투입되었음에도 시민에게 투명하고 명확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점에서 식약처 발표를 앞두고 우리는 우려를 갖는다.

 

첫째, ‘렉키로나주’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최근 임상 2상에 대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렉키로나주’는 경증, 중등증 환자에서 ‘회복시간 단축’ 효과가 일부 있을 뿐이다. 게다가 이것도 불확실하다. 지금까지 이 약에 대해 알려진 내용들은 모두 검증을 거친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항체치료제는 ‘게임체인저’는커녕 코로나19 치료 개선에 한계가 분명하다. 외국에서 나온 항체치료제도 중증환자에 대한 효과가 없거나 입증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렉키로나주’를 방역, 백신과 함께 코로나19 극복의 세 축으로까지 언급하는 등 크게 힘을 실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이 치료제로 ‘세계 최초 코로나 청정국이 될 수 있다’고 했고, 허가되기도 전에 성공을 기정사실화하며 무상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었다. 또 과학의 영역에 정치가 근거 없이 개입하는 효과를 낳았다. 이 때문에 연구가 진실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완전히 지우기 어렵다. 허가를 결정할 자문단과 중앙약사심의위원 등도 정치적 압력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여당이 치료제에 집중하며 병상과 의료인력 문제에는 소홀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죽어간 것은 치료제가 없어서가 아니다. 기본적 수액치료와 산소치료를 하지 못해서다. 즉 병상과 의료인력이 부족해 입원대기 중 사망자들이 발생했다. 치료제를 쓸 수조차 있으려면 병상과 인력이 충분해야 한다. 지금처럼 코로나19 사태에 미미한 영향만을 끼칠 ‘치료제’에 이처럼 정부가 역량을 쏟는 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것을 우려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치료제의 의미와 한계에 대해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병상과 인력이라는 핵심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렉키로나주’ 임상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신중한 결정을 내리면서 시민들에게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 치료제는 ‘셀트리온 치료제’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공동개발한 것이다. 즉 연구개발에 세금이 투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상 2상 결과가 발표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투명하고 명확한 정보 공개가 없다. 질병관리청은 공공기관으로서 시민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연구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미국도 NIH(미국 국립보건원)가 공동으로 연구한 코로나19 치료제인 렘데시비르의 논문 및 보고서를 공개하였으며, 그 외에도 NIH가 연구에 참여한 모든 치료제 임상자료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셀트리온이 발표한 짧은 보도자료와, 렉키로나주 임상에 관한 학술대회 발표가 전부다. 이는 이해관계자인 연구자를 통해 발표된 결과일 뿐이다. 투명하고 과학적으로 연구 성과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위해 동료평가가 이뤄진 논문이 발표되어야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들에는 의문점도 있다. 2상 임상시험의 평가지표 일부는 아예 공개되지 않았다. 또 중증으로 발전하는 기준으로 삼은 기준들이 객관적이지 않다. ‘입원’ 여부는 나라마다 상황과 의료자원 보유수준이 다르고 명확한 입원기준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적절한 지표가 되기 어렵다. 또 ‘위약과 비교 시 경증 및 중등증 전체 환자에서 중증으로 발전하는 확률이 54% 감소했다’는 셀트리온의 주장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으므로 엄밀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런 의문은 모두 전체 연구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으므로 남을 수밖에 없다.

애초 임상 2상만으로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 그럼에도 정부가 조건부허가 결정을 내리고자 한다면 더 투명하고 명확한 정보를 제시해야만 한다. 또 정부는 신중한 결정을 내리면서 어떤 근거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를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만약 부실 심사가 이뤄진다면 향후 허가 승인을 대기하고 있는 여러 코로나19 관련 의약품에도 잘못된 신호를 줄 것이다.

 

정부는 ‘국내 첫 항체치료제’라는 정치적 성과와,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 등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 전무한 심각한 위기 상황 극복에 조금이라도 다가서려면 오로지 근거에 기반한 과학적 판단과 민주적 투명성을 보여야 한다.

 

 

2020. 1. 18.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