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아프면 쉴 수 있는 ‘백신휴가’ 보장하라. 사각지대와 차별없는 백신 접종 촉구한다

 

기대와 우려 속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모두가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에 대한 계획이 치밀해야 하고 평등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해 3월 대구경북 코로나19 의료대란 이후에도 쏟아지는 공공의료(병상, 인력 등) 확충 촉구를 무시로 일관하다가 3차 대유행에서 코로나19 사망자의 70%를 만들어 낸 정부가, 백신 접종에서도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

 

첫째,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전문가, 현장의 노동조합, 시민단체들 등 곳곳에서 있었지만 정부는 여전히 차별을 교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지난 성명에서 우선 접종 대상인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 종사자’와 다음 순위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와 ‘의료기관 및 약국 종사자’에 법정 ‘보건의료인’만 포함된 문제를 지적하고, 환자이송·환경·시설관리·간병노동자 등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모두를 접종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재 병원에서는 정확한 계획에 의해 접종이 되는 것이 아니라, 보건의료인이 백신을 맞고도 물량이 남자 그것으로 간병 노동자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부랴부랴 수요조사를 하는 곳이 태반”이라고 한다. 간병노동자들이 감염 매개가 될 수 있다며 사흘에 한 번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강요하면서도 백신 접종은 해주지 않는 병원도 많다.

곳곳에 사각지대가 있어 백신 접종의 효과가 반감될까 우려된다. 정부 계획이 치밀하지도, 과학적이지도 않다. 탁상머리에 의존하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를 새겨 들어 잘못을 속히 바로잡기 바란다.

 

둘째, 우리는 코로나19를 경험하며 상병수당과 유급병가 도입이 코로나19 대응에 필수적임을 입이 닳도록 주장해 왔다. 정부가 우리의 요구를 수용했다면 지금 백신 접종 국면에서 나타나고 있는 고통과 혼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백신 접종 이상반응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이상반응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평시처럼 근무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기도 하다. 우선적으로 백신 접종을 받은 병원 노동자들은 이상반응이 심해 휴가를 내고 쉬어야 함에도 그렇게 할 수 없다. 만성적인 인력부족도 문제지만 백신 접종 이상반응을 이유로 유급 휴가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 후 발열과 통증을 참고 그대로 근무하다가 응급실로 실려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 1년 넘게 헌신하고 희생하며 고통을 감내해 온 병원 노동자들은 백신 접종 국면에서도 고통당하고 있다. 경직되게 정해 둔 기간 내에 접종을 마쳐야 하지만 접종 이상반응으로 근무가 어려워도 만성 인력부족으로 참고 일하다 응급실에 실려가야 하는 병원 노동자들의 처지는 그야말로 진퇴양난 고난의 연속이다.

 

병원 노동자들의 고통 호소로 정부는 4월 1일부터 ‘백신휴가’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4월 첫째 주부터 접종받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은 시설 여건에 따라, 보건교사, 경찰·소방관·군인 등 사회필수인력 등 공무원들은 복무규정에 맞춰 병가를 적용하기로 한다고 한다. 그리고 기업 등 민간부문에는 ‘백신휴가’를 권고·지도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 방침은 시설 여건이 안되는 사회복지시설의 종사자들과 민간부문 종사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것 같다. 대부분 영리를 위해 민간이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과 민간기업들이 ‘백신휴가’를 줄지 의문이다.

 

정부는 ‘백신휴가’ 의무 도입이 어려운 이유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접종자의 1~2%정도라 모든 사람에게 하루씩 휴가를 의무적으로 부여할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심한 이상반응을 보이는 경우 ‘백신휴가’를 보장하라는 것인데, 마치 이상반응이 없는데도 접종자 모두에게 의무적으로 휴가를 주라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정부가 의무로 강제하지 않으면 심한 이상반응이 있어도 기업주들은 휴가 요구를 거부할 것이다. 병원 노동자들의 경우 “접종하고 난 뒤 고열, 근육통, 오한으로 근무하기 힘들어하는 노동자들은 단체협약 병가 기준에 의거해서 휴가를 신청해도 거부당하기 일쑤다. 정부지침이 없다는 이유”였다.

둘째는 “직역이나 부문간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고 한다. “정규직 근로자들은 가능하지만 프리랜서나 플랫폼노동자, 가사노동 종사자 등에게는 휴가를 부여할 방법을 마련하기” 어려우니, 그냥 권고·지도만 한다는 것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백신휴가’를 의무화하지 않았으면서, 마치 정규직 노동자들은 ‘백신휴가’를 보장받는 것처럼 말하면서 플랫폼 노동자 등을 고려하는 듯 말하니 참으로 의도가 고약하다.

공무원과 다른 부문간의 형평성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것인가. 경찰·소방관·군인 등만 사회필수인력이고 필수적 비대면 노동에 종사하는 플랫폼 노동자 등은 아닌가? 차별하지 말고 이들 노동자들에게도 휴가를 부여할 방법을 찾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특수고용, 플랫폼, 영세기업 등 어려운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이 백신 이상반응으로 하루 이틀 생계를 포기해야 할까 두려워 백신 접종을 피하게 되면 집단면역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백신 접종이 언제 집단면역을 형성할지 불확실하고 따라서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종식될지도 기약이 없다. 그동안 정부는 힘없는 국민들에게는 생계대책도 마련해 주지 않으면서 강제 거리두기와 방역을 실시했다. 반면, 형평성에 어긋나게도 직장 감염이 일상화되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거리두기 준수와 위반 여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나 위반 시 처벌을 강제하지 않아 왔다.

정부는 ‘백신휴가’에서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기업주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코로나19 핑계로 자기 것도 아닌 건강보험 재정은 눈치도 보지 않고 법과 절차도 무시하며 마구 갖다 쓰면서 말이다.

이런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하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에 정부가 앞장서서는 안 된다.

 

사각지대와 차별없는 백신 접종, 백신 이상반응이든 뭐든 아프면 누구나 쉴 수 있는 유급휴가(상병수당) 보장을 당장 실행할 것을 촉구한다.

 

 

2021년 3월 29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행동하는의사회, 성남무상의료운동본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 경남보건교사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