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특별방역대책’은 생명을 살릴 수 없는 조치

 

  정부는 준비되지 않은 ‘위드코로나’ 실패를 인정하고 멈춰야 한다.

 

정부가 어제(29일) ‘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의료 및 방역 후속 대응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현재 위기의 수준에 비춰 턱없이 부족한 조치이다. 시민들의 생명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우선 백신 접종률을 높이겠다고 했으나 이는 당장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지금부터 접종률을 높여도 그것이 효과를 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병상 포화로 사망자가 증가하는 당면한 위급한 현실에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정부 대책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광범한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는 확산세 억제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면서도, 막상 거리두기 조처는 전혀 발표하지 않았다.

재택치료를 기본방침으로 하겠다는 것은 현재 병상이 없어 자택 대기자가 수없이 많은 현 상황을 합리화하려는 것이며, 치료포기 선언에 다름 아니다. 지금도 70세 미만 확진자를 본인이 원하면 재택치료를 하도록 허용해,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지 인지하지 못하는 재택 확진자 중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보다 더 재택치료를 확대 적용하면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정부가 병상을 마련하지 못해 입원시키지 못하는 현실을 정당화하려는 것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의료대응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위드코로나는 위험하다는 점을 경고해왔다. 지난 2년간 민간의료자원 동원을 제대로 하고, 의료인력을 확충하고,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사람들의 삶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해왔으나 정부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무책임하게 방역완화를 선택했고 그 결과 한 달도 되지 않은 지금 의료현장은 한계에 도달했다. 요양병원 환자들은 ‘코호트격리’되어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으며, 의료진들은 극한 상황에 내몰려 사직자가 속출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와 일일 사망자 모두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대부분의 인구가 백신을 접종한 이후에 의료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는 사실상 유일한 OECD 국가이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의 결과이다. 더 이상 감염병 확산을 방치한다면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생명을 살리는 것을 첫 번째 가치로 삼는 보건의료인들로서 현재의 준비되지 않은 ‘위드코로나’ 방역완화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본다. 실패를 인정하고 사람들을 고통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에 사과를 하기는커녕 지금의 위험천만한 상황을 유지·방치하겠다는 것은 극히 우려스러운 결정이다. 게다가 오미크론 변이 유입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정부는 방역을 강화해 생명을 살리고, 의료대응 역량을 강화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아래와 같은 준비들을 요구한다.

 

첫째, 정부는 민간 의료자원을 대폭 징발해 생명을 보호하라. 한국은 OECD 평균보다 인구당 병상이 2.6배나 많은 나라임에도 외국보다 훨씬 적은 확진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병원을 동원하는데 필요한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병원 동원에 실패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사태판단의 안이함과 무능력 탓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대형사립병원의 비협조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는 민간병원이 국가비상사태에도 불구하고 공적 책임을 회피하면서 평소 진료행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응급·비중증 환자 진료의 수익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코로나19 사태로 민간병원을 일시 국유화했다. 이런 수준까지 고려하는 강력한 조치가 없으면 이 나라의 사익추구 의료체계에서 감염병 대응은 계속해서 어려울 것이다.

 

둘째, 병원에 즉시 간호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 초기부터 지금까지 코로나 전담병원에 부족한 간호사인력 부족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은 없이 계속해서 매우 부족한 숫자의 파견 간호사를 보내는 땜질식 대응 뿐이였다. 그 결과 전담병원에서는 사직하는 간호사들이 더 늘어나서 지금은 병상은 있는데 인력이 없어 환자를 보지 못하는 20% 가량의 허수병상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 허수병상이 지금 수도권에 남았다는 병상들의 실체다. 정부의 지금까지의 간호인력 대응은 파견 간호사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파견간호사 인력마져도 미숙련 인력으로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현장의 한결같은 평가다. 지금 당장 병원에 정식 고용된 간호사를 대폭 늘려야 한다. 평소에도 간호사가 부족했기에 이는 필요하고 절박하다. 공공병원부터라도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크게 줄여야 하고, 민간병원도 간호사 수를 법제화해 이를 지키지 못하는 병원을 퇴출시키는 강력한 정책을 즉시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중환자 간호사도 지속적 교육훈련으로 적극 확보해야 한다. 현 수준의 중환자 인력 양성 대책으로는 매우 부족하다.

 

셋째, 방역을 강화하고 돈을 지원하라. 정부는 성급하게 위드코로나로 진입하면서 자영업자들과 취약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이유로 삼았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적은 손실보상 수준, 즉 코로나19 대응으로 GDP 대비 4.5%로 주요 선진국 평균 17.3%에 크게 못 미치는 정부 재정지출(국제통화기금 IMF 2021.6월 기준)이 진정한 문제였다. 정부가 돈을 쓰지 않고 사실상 재정긴축을 하면서 별다른 사회정책을 내놓지 않은 결과 서민들의 어려움을 초래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재정 긴축은 ‘자영업자와 노동자 서민들의 경제적 생존이냐, 아니면 건강 취약계층의 대량 사망이냐’라는 어처구니 없는 선택을 시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경제지원책만 없었던 것이 아니라 아프면 쉴 수 있는 유급병가와 상병수당, 유급돌봄휴가, 해고금지와 퇴거금지, 임대료지원 및 상한제 등의 코로나위기 시기에 꼭 필요한 사회정책도 지난 2년의 기간 동안 시행되지 않았거나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우리는 불평등하고 개인에게 온전히 책임을 떠넘기는 과거 방역조치로 회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생명을 지키면서도 거리두기 고통은 사회가 책임지는 정부의 당연한 역할을 촉구한다. 정부는 코로나와 진정 함께 살 수 있도록 이런 재정정책과 사회정책을 즉시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한 나라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더 이상 ‘코로나19 환자의 생명이냐, 자영업자의 생계냐’를 두고 시민들을 우롱하지 말라. 우리에겐 다른 선택지가 있으며, 모두와 함께 생명을 지키며 살아나갈 마땅한 권리가 있다. 정부는 지금 그 일을 하라.

 

 

2021. 11. 30.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