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완화를 할 때가 아니다. 정부는 감염 확산을 막아 생명을 살려야 한다.

[오미크론 유행과 정부 대처에 대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입장]

방역완화를 할 때가 아니다. 정부는 감염 확산을 막아 생명을 살려야 한다.

- 정부는 충분한 재정지출로 민생도 살리고 방역도 유지해야한다 -

 

 

오늘(16일) 신규 확진자가 9만명을 넘었다. 김부겸 총리는 이에 사과하면서도 의료대응에 문제가 없다며 18일 거리두기 완화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거리두기 완화가 환자 급증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의료대응 준비가 충분한지 의문이다. 최근 상황과 정부 대처에 대해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힌다.

 

1. 정부는 시민들에게 위험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정부는 위험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아 시민들에게 이번 유행이 별로 위협적이지 않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고 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성급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

정부는 오미크론을 계절 독감처럼 관리하겠다고 한 바 있었다. 하지만 계절 독감은 비교대상이 아니다. 미국에서 오미크론으로 1월 한 달간 사망한 사람 수(5만5천명)만 지난 3년 간 독감으로 사망한 사람 수보다 많다. 오미크론은 독감보다 치명률이 높고 전파력이 현저히 높기 때문이다.

오미크론은 델타 변이보다 위험할 수 있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에서 오미크론 하루 사망자는 델타 유행 정점 때보다 많다. 프랑스, 스웨덴 등도 델타변이가 우세종일 때보다 하루 사망자가 훨씬 많다. 한국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 오미크론은 델타 치명률의 3분의 1로 알려져 있지만 확진자 수는 델타 정점 때보다 이미 10배를 넘었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지난 11~12월 ‘위드코로나’ 때보다 더 심각한 의료붕괴가 올 수 있다. 당시 비(非)코로나 응급·중증 환자들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사람들은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처한 건강위협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고 이해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 권리는 철저히 제한되고 있어서 향후 커다란 피해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2. 정부는 거리두기를 더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거리두기 완화는 위험하다. 의료체계가 감당 가능할 정도로 확진자 수를 줄이거나 최소한 급격히 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거리두기 완화는 이를 포기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 특히 노인, 장애인, 면역저하자, 백신 미접종자 등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게다가 이미 정부의 새로운 방역정책이 확진자를 늘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오히려 거리두기를 더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설령 정부가 강제하지 않아도 위험이 미리 잘 알려지거나 실제 누가 봐도 위기인 상황이 닥치게 되면 거리두기는 이뤄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이동을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 확진자 수가 줄어든 큰 이유 중 하나도 이동량 감소 때문이다.

문제는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조건이다. 민생과 방역을 서로 모순되는 것으로 파악해서는 곤란하다. 시민들이 건강 위기를 느끼는데도 생계 때문에 자포자기하게 해선 안 된다. 지난 2년간 정부는 재정지원을 거의 하지 않았고 사회정책도 펼치지 않아 거리두기를 어렵게 했다. 이는 생계와 생명 모두를 위협했다.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요구한다. 정부는 자영업 손실보상을 제대로 해야 한다. 선거 이후로 미루지 말고 지금 해야 한다. 코로나 실직과 임금삭감에 놓인 불안정 노동자들은 주목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감기·몸살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이동하지 않고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급휴가와 생활지원을 입원‧격리자 뿐 아니라 모든 유증상자로 확대해야 한다. 상병수당도 즉각 도입해야 한다. 미국과 여러 나라가 그랬듯이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바로 시행할 수 있다.

 

3. 의료인력을 지금부터라도 충원하고, 대형민간병원 동원체계를 갖춰야 한다.

정부는 의료대응 역량이 충분하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만성적 간호인력 부족, 숙련된 인력의 사직, 의료진 감염에 따른 격리 때문에 응급·중환자 치료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시기에도 정부가 준비했다고 밝힌 병상 수보다 실제 가동 가능한 병상 수가 적었는데 그 이유는 인력부족 때문이었다. 그런데 인력부족 문제는 전혀 나아진 것이 없고 오히려 의료진 감염이 늘고 있다. 정부는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간호인력을 재정을 아끼지 말고 대폭 확충해야 한다. 그리고 민간병원 간호사 고용을 강제하고, 적정 간호사 수 법제화를 조속히 해야 한다.

또 대형민간병원들에 비응급·비중증 환자 돈벌이 진료를 중단하고 치료 우선순위를 조정해 코로나19 환자와 취약계층 환자들을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 고위험군과 약자들의 의료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

재택치료 사각지대가 넓다. 50세 미만 기저질환자와 임산부, 백신 미접종자 등은 방치되고 있다. 저소득층은 그간 정부가 제공했던 해열제과 체온계 등을 스스로 구해야 해서 경제적 부담을 떠안고 있다. 재정과 인력을 늘려 책임을 다해야 한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는 집단감염이 증가하고 환자들은 코호트 격리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노인들이 집단감염에 방치되어선 안 되고, 병상가동률에 여유가 있다면 제대로 이송해 치료해야 한다.

동부구치소에서도 400명 넘는 감염자가 나왔다. 이번에도 밀접접촉자를 격리수용하지 않아 확산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비구금형과 석방조치 등을 시행하고 밀집도를 크게 낮춰야 한다.

이주민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 미등록 신분이었던 베트남 유학생이 자가격리 중 치료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또 이주민은 재택치료에서도 더욱 방치되고 있다. ‘새우꺾기 고문’으로 알려진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는 열악한 처우와 밀집수용으로 집단확진자가 발생했다. 비인권적 구금시설을 폐쇄하고 이들을 석방해야 한다.

 

정부는 사실상 오미크론 유행을 방치하고 있다. 경제 활성화 명목의 거리두기 완화 검토, 재정긴축 때문에 거리두기에 필요한 생계지원을 하지 않기, 취약계층 방역·의료 지원을 줄이기, 재정 긴축과 민간병원 눈치 보기 때문에 의료대응 준비를 충분히 하지 않기 모두 마찬가지이다.

이번 위기가 재앙적 결과를 낳는다면 그것은 자연 현상(변이)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무능과 의도적 책임 방기 때문일 것이다.

 

 

 

2022. 2. 16.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