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조 원 추가 세수에 건강보험료 인상이 웬말이냐
지난 8월 11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에 대해 “가능하면 안 올리고 싶은 게 저희 의견”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로 전 달 22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정부가 법에서 정한 건강보험 국고 지원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그 문제는 수정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었다.
이는 정부가 내년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을 상당 정도 늘리고 보험료율을 동결할 것이라는 어느 정도의 기대를 낳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며칠 전 발표된 내년도 예산안은 이재명 정부 역시 법정 건강보험 국고 지원율 20%에 한참 못 미치는 14.4%를 지원하도록 돼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배신에 대해 강력 규탄한 바 있다[9월1일 무상의료운동본주 성명 참조].
그러더니 오늘은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을 ‘동결’, ‘0.5% 인상‘, ‘1∼2% 미만 인상’, ‘2% 이상 인상’ 네 가지 안을 놓고 논의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재명 정부가 국고 지원을 거의 동결하고 대신 그 부담을 노동자·서민들의 보험료 인상으로 메우려는 게 아닌가 추정할 상황이다. 국고 지원 배신에 이은 또 한 번의 배신이다.
건강보험료율은 윤석열 정부인 2024, 2025년 2년 연속 7.09%로 동결했다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7.19%로 올렸다.
그런데도 건강보험 재정은 7월 말 기준 당기수지 3천 644억 원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말에는 당기적자 규모가 2조8천374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건강보험이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인데도 이재명 정부는 국고 지원을 늘릴 생각은 않고 그 부담을 노동자·서민들에게 지울 생각인 듯하다. 적자 보전을 위해 보험료만 인상한다면 향후 우리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는 급등하게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예산을 29.7%나 대폭 증액했다. 여기에 미래대응기금에서 나가는 지원 금액은 빠져 있어서 이것까지 포함하면 엄청난 증액이 될 것이다. 이에 비해 복지 분야 예산 증액이 인색하다는 타당한 지적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은 성장회복에 더 주력해야 한다” “이제 1년이 지났을 뿐이니 좀 더 시간을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나라 지배자들에게서 들어 온 레토릭이다. 언제나 성장이 먼저라며 좀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성장 후 선의로 주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그나마 80년대 후반 분배를 늘린 것은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지난해와 올해의 성장으로 엄청난 추가 세수가 발생했다. 이 중 104조 원은 우리의 삶을 당장 나아지게 하는 데 쓰지 않고, 차후 기업들이 위기에 처할 때 지원하기 위해 쌓아 둔다. 이처럼 성장의 결과를 지금 전혀 배분하지 않고 있는데 기다리면 배분될 것이란 말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수십 년 동안 들어온 거짓말을 믿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나. 이재명 정부 역시 역대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대놓고 친기업으로 급속히 기울어 왔는데 말이다. 오히려 넘치는 세수에도 실업급여, 기초연금과 같은 복지를 축소하고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노동자·서민들의 부담도 늘리려하는 데 말이다.
지금 우리 노동자·서민들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고달프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폭등, 식료품 비용 급등 등 물가 인상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 등으로 생계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60조가 넘는 추가 세수를 노동자·서민들의 당장의 고통을 줄여주는 데 사용한다면 우리 삶의 질은 더 나아질 수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호황으로 성장하고 있는 대만은 전 국민에게 44만 원을 지급한다고 한다.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우리 주머니를 더 털려는 정부를 누가 용납할 수 있겠는가.
9월 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이 결정된다. 건강보험료율은 당연히 동결해야 한다. 그리고 국고 지원을 약속대로 “수정”해 20%를 채워야 한다. 이뿐 아니라, 지난 의사 파업 후 병원들에 퍼주기 위해 건강보험에서 맘대로 가져다 쓴 8조 6163억 원도 즉각 갚으라. 지난 10년 간 건강보험에 지원하지 않은 19조 원도 당장 메우라.
친위 군사쿠데타를 노동자·서민 대중의 힘으로 진압한 덕분에 대통령 자리에 올랐으면 보은은 고사하고 최소한 배신은 하지 말아야 한다. 배신이 지속되면 지지율 30%도 위험해질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서민들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2026년 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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