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병 추가파병 반대를 위한 이라크 의료지원단 및 평화활동가 공동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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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4일(수) 오전 11시 느티나무까페에서는 지난 2월 부터 이라크 전쟁을 막기 위해 이라크에 인간방패로 있던 사람들과 4월 중순부터 이라크로 의료지원활동을 갔던 보건의료단체연합 활동가들과 평화활동가들은 이라크에서 보고 온 진실을 바탕으로 현재 노무현 정부가 추진 중에 있는 전투병 추가파병 반대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기자회견후 참석자들은 ‘이라크 추가 파병 반대 10문 10답’ 으로 작성된 의견서를 청와대까지 함께 걸어가 전달하였습니다. 아래 공동 기자회견문 입니다. ——————————-

이라크의 진실을 말합니다. 전투병 추가파병은 절대로 안됩니다.

우리, 전쟁을 막기위해, 그리고 미국의 침공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라크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라크를 방문한 반전평화활동가, 작가, 종교인, 의료인들은 최근 한국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추가파병문제를 둘러싼 논의들을 보며 도저히 침묵을 지키고 있을 수 없어 이 자리에 서게되었습니다. 고의적으로 조장된 무지와 맹목이 판을 치고, 전쟁을 말하면서 국가의 이익이 이야기되며, 피로 맺어진 친구를 위해 우리 젊은이들이 다른 나라의 어린이들의 피의 댓가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행해지는 한국사회의 현실에 우리는 너무도 당혹스럽고 절망합니다.

미·영 정부는 이번 전쟁이 마치 정의와 인권을 위한 전쟁인 것처럼 강변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총구를 겨누고 폭격을 가한 것은 죄 없는 이라크인 들이었습니다. 우리가 본 이라크는 후세인과 그 광적인 추종자들이 살고 있는 ‘악의 제국’이 아니라 13년 간의 경제봉쇄와 무차별 폭격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와 똑 같이 아이들을 키우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땅이었습니다. 이들에게 미국정부의 주도로 지난 13년 간에 유엔의 이름하에 행해진 경제봉쇄는 심지어 필수의약품의 1/3, 어린이들의 연필에 쓰는 흑연 등 거의 모든 필수품을 전쟁무기로 분류하여 봉쇄한 비인간적인 조치였고 이 상황속에서 영양실조와 전염병이 일상사가 되었고 매달 5000명의 어린이들이 죽어갔습니다. 이들, 죄 없는 이라크인들에게 테러의 죄과를 물어 폭격을 퍼붓고 총구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 이번 미영군의 이라크 침공입니다. 여기에 어떻게 정의와 인권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까?
이라크인들에게 전쟁이 가져다 준 것은 이미 파괴되고 복구되지 못한 사회기간시설의 추가적 붕괴였습니다. 발전시설이 폭격을 당하고 석유는 제대로 생산되지 않아 전기가 없습니다. 냉방은 사치일 뿐이며 그 이전에 상하수도 시설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정수되지 않은 물이 강물로 흘러들어가며 그 물을 정수하지 않고 다시 받아먹어야 합니다. 경제봉쇄로 인구의 대부분이 오로지 식량배급에만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전쟁은 과거보다 식량배급을 더 어렵게 했습니다. 더러운 물과 위생의 저하로 전염병이 창궐해도 제대로 약이 공급되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후세인 치하에는 그래도 사회의 치안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의 안전을 아무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해방자로 인식되겠습니까? 미군은 이라크인들에게 민중의 생활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자신의 석유와 패권을 위한 침략자일 뿐입니다.
미군은 이라크인들에게 치안유지를 명분으로 그들의 가정에 군홧발로 쳐들어오는 강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오로지 알라 앞에서만 무릎을 꿇는 것이 대부분의 이라크인 들의 종교적 가치인 나라에서 아랍인의 집에 들어와 총구를 머리에 들이대고 무릎을 꿇도록 강요하는 미군은 그들이 대를 이어서라도 복수를 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는 평화시위에 미군은 과잉대응을 하기 일쑤이고 이라크인 들에게 총질을 해대기도 합니다. 매일 1-2명씩 죽는 미군의 사망자 뒤에는 그 10배 이상의 이라크인 사망자가 있습니다. 미군은 치안유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치안불안의 주범입니다.

이라크인들은 후세인을 당연히 싫어합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 후세인을 지원하여 이란-이라크 전쟁을 일으키게 하고 13년 간의 경제봉쇄를 주도했으며 이제는 이라크를 침략한 미국과 미군을 자신의 적으로 명백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미국을 위한 성전이 선포되는 까닭이며 그 사회적 뿌리입니다. 이라크인 10명에 미군이 하나죽어도 이라크가 궁극적으로 이긴다는 신념은 어떤 테러리스트의 신조가 아니라 수니와 시아를 막론한 대다수 이라크인의 정서라는 것은 편견없이 이라크를 보고 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일 뿐입니다.

여기에 한국군을 파병한다는 것입니까?
우리는 전쟁을 말하면서 국익을 논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도덕과 이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의심합니다. 이미 전쟁과 경제봉쇄의 참화로 비인간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총구를 겨누면서 무슨 이익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약한 자를 돕고 정의를 지키라는 말을 전쟁을 이익으로 파악하는 입으로 어떻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죄 없는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폭탄을 퍼붓는 것이 국익이라면 우리는 그 국익을 거부합니다.
또 미국에 대한 정당한 적개심으로 가득찬 이라크 땅 한복판에 미군의 총알받이로 우리들의 젊은이를 몰아넣는 것이 어떻게 ‘국익’이 된다는 말입니까? 수천 수만 명의 사상자는 물론이고 발칸신드롬, 걸프신드롬 등 열화우라늄에 의한 피해라고 짐작되는 정체 모를 질병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이 국익입니까? 중동은 물론이고 아시아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무슬림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 국익입니까? 그들의 공격에 우리의 교민과 여행객, 그리고 국내의 한국인들을 노출시키는 것이 국익입니까?

이라크를 보고 온 우리들은 국민들과 위정자들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 진실을 보십시오. 이라크에서 미군정부는 그들이 지난 수 십 년간 그리고 지금 이라크에서 저지르고 있는 죄과로 그들의 젊은이를 죽이고 부상을 당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라크에서는 지금 일부 이슬람 광신자들이 미국에 대해 총질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라크인들은 그들의 가족과 연인을 위해 그 책임을 물어야 할 자들에게 정당한 방어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미 대부분의 나라들이 파병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미국인을 친구로 생각한다면 미국인들이 올바르지 못한 정부를 가졌을 때 그 잘못을 지적하는 일이 참된 친구로서의 역할일 것입니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미군이 이라크를 당장 떠나도록 미국정부에 요구하는 것이고 미국에 의해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라크인들을 인도주의적으로 돕는 것이지 미국이 스스로 파놓은 사막의 수렁에 미국과 함께 빠지는 일이 아닙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추가파병은 안됩니다. 죄 없는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총부리를 들이대는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합니다.

우리는 추가파병을 반대하며 9.27 국제반전 공동행동을 비롯한 파병반대운동에 동참하고 이라크의 진실을 널리 알리는 일에 우리의 노력을 다할 것을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