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불에 타 죽었습니다. 그런데 사과하는 사람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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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이 국민을 죽였다

노점상 자리 터라도 보상받았으면 좋겠다던 70대 할아버지, 늦둥이 아이를 둔 50대 가장, 이들 5명의 시민과 1명의 경찰대원이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가족들은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시신 앞에서 타다 남은 신발조각을 보며 이 등산화가 내가 사준 등산화라고, 이 옷이 내 남편의 속옷이라고 통곡해야했다. 시신의 신원을 확인해 가족들에게 돌려주어야 할 정부는 병원으로 후송된 후 사망한 시신마저 빼돌리고, 유족들의 동의나 확인절차도 없이 10시간도 채 안되어 신속히 부검을 진행했다. 시체안치실 앞을 가로막은 경찰은 시신을 확인하자는 유족들에게 도리어 신원을 묻기에 급급했고, 시신확인과정에도 가족 당 한사람씩만을 허용했다. 사망자의 부인임을 밝힌 유족에게 신분증이 없다는 이유로 당신이 부인이 맞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윽박질렀다. 2009년 1월 20일 새벽, 길지 않은 시간동안 6명의 사망자들 이외에도 수십 명의 시민들이 화상과 추락으로 인한 중상을 입었다.

  이 모든 일은 생존권에 대한 보장을 해달라며 농성에 들어간 철거민들에게 불과 25시간 만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하여 피할 곳도 없는 옥상에서 토끼몰이 하듯이 진압해버린 대한민국 정부와 경찰이 저지른 만행이다. 이것이 진정 현실인가. 이들이 정녕 우리의 정부란 말인가.

  마지막 일터를 잃어버려 생존권 투쟁에 나서야했던 철거민 농성자들의 저항이 격렬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된 상황이었다. 또한 경찰은 사건 전날 항공사진을 통해 농성장에 인화성 물질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농성을 시작한지 불과 하루가 조금 지난 시점에서 그것도 새벽에 벌어진 진압작전은 정부에게 농성자들과 대화할 의사가 전혀 없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30여명을 진압하고자 18개 중대 1400여명의 경찰병력과 40여명의 경찰특공대, 그리고 용역인원까지 동원하였으면서도 정작 추락사고에 대한 대비책이라고는 바닥에 스티로폼 몇 장 깔아놓은 채 고립된 옥상에서 토끼몰이 식 강경진압을 진행한 것은 농성자들을 테러리스트로 간주하였음에 다름 아니며, 이번 참사가 예고된 인재였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경찰특공대의 진압작전은 김석기 신임 경찰청장 내정자의 승인에 의해 이루어졌다.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촛불시위에 대한 진압 능력을 인정받아 경찰청장으로 승진한 인물이다. 이러한 인사를 자행한 이명박 정부가 철거민 농성자들에게 대 테러 훈련을 받은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농성자들이란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극악무도한 범죄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뉴타운 등 서울 재정비 사업은 낡은 도심에서 생계를 이어가던 철거민들에게 재앙이 되었다. 재개발을 위해 서민과 임차인은 거리로 내쫓기고 생존을 위협받았다. 경찰과 용역들의 폭력 진압은 이들을 더욱 극한투쟁으로 내몰았을 뿐이다. 누구를 위한 재정비이고 재개발인가? 삶의 터전을 부수고 수십 층의 주상복합을 건설하여 건설사와 재벌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 그렇게 급한 일이었던가. 겨울 동안에는 철거를 진행하지 않겠다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약속은 단지 기만술에 불과했던 것인가.

  경찰의 이번 살인은 용서받을 수 없다. 그리고 이 참극은 전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책임이다. 수많은 실정과 경제난 속에서 이명박 정부가 선택한 것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집회와 시위를 막으며,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모든 이들을 적으로 몰아붙여 경찰과 사법기관의 물리력을 동원해 통제하는 것이었다. 그 정부가 이제 국민 6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이러고도 그들에게 정부로서의 자격이 있는가?

우리는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은 6명의 희생자 앞에 고개 숙여 오열한다. 생명보다 귀중한 것은 없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정부에게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을 뿐,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국민들을 속박하고 희생시킬 권리 따위는 주지 않았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스스로의 손으로 만들어낸 정부에게 생명을 빼앗기는 이러한 패륜적 비극을 끝내기 위해 모든 시민들과 함께 결연히 투쟁해 나갈 것이다. 국민을 죽이지 말라. 국민을 죽이지 말라.

2009년 1월 21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