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의 방송은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에 따른 광우병 위험성에 대해 예방적 안전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비판적인 내용이었다. 이러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전면개방에 대해 결국 정부는 수입조건을 두 번이나 바꾸었고 대통령이 국민에게 두 번이나 사과하였다. 검찰도 PD수첩을 기소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작년에 기소를 하지 못하였고 담당 검사가 사표를 내기까지 하였다.
한국 정부는 현재 광우병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캐나다로부터 ‘광우병 통제국’이라는 OIE 판정 하나만을 근거로 미국과 동등한 자격으로 수입하여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과의 졸속협상이 선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금 캐나다와의 협상에서 무조건적 개방을 막을 수 있는 것은 PD수첩과 국민들의 촛불의 힘을 통해 가축예방법이 부분적으로나마 개정된 것에 의한 것이다.
현 정부의 졸속 협상은 영국의 경우만 들어보아도 분명하다. 영국은 미국과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광우병 통제국’이다. 만일 영국이 자신들은 폐기하는 SRM 부위인 소 창자를 미국과 동등하게 수입하라고 요구해도 한국 측은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되었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은 PD수첩이 아니라 당시의 황당한 협상을 하고 동시에 국민에 대하여 비과학적 사실을 유포한 현 정부의 관리들이다.
우리는 PD 수첩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와 체포가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며,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하는 검찰권 남용이라고 생각하고, 더 나아가 이제 1년이 다 되가는 시점에서 당시 PD수첩이 보여주려 했던 내용이 옳기 때문에 그러한 방송 내용을 근거 없는 주장으로 왜곡시킨 정부야말로 현 상황의 주범임을 밝히고자 한다.
우리는 언론 자유의 침해라는 중대한 사안과 더불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검찰의 PD 수첩의 제작진에 대한 체포와 마구잡이식 수사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문제를 지적한 PD 수첩의 방영 후 정부는 미국의 당시 체제야말로 국제적으로 안전이 충분히 확인된 것으로 주장하며 PD수첩의 내용이 과장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광우병 안전을 위해 최근 다우너 소의 도축과 유통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개선책을 내놓았다.
지난 3월 14일, 오바마 미 대통령은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공중 보건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농무부가 병들거나 부상한 소의 도축을 일절 금지하고 있다.”며 다우너 소에 대한 도축과 유통 전면 금지를 선언했다. 오바마는 대통령으로서 뿐만 아니라 두 명의 딸을 둔 부모로서 식품 안전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톰 발색 미 농무부장관도 오바마 대통령의 주례 연설 직전에 주저앉는 증상을 보이는 다우너 소의 도축을 완전히 금지하는 최종 법안을 발표했다. 미국의 방송사 등 언론사들은 미국 정부의 이러한 조치를 광우병 소가 식용으로 사용될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시 말해 다우너 소의 광우병 위험성을 미국 정부 스스로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실시돼 왔던 미국의 검역 및 식품 안전 정책이 광우병을 적절하게 통제하기에 부족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미국의 다우너소 도축금지 조치는 명백히 광우병 위험차단을 위한 조치이다. 미국 농무부는 2007년 7월 12일 “식품안전검역청 다우너 소 가공 금지 최종 법령 공포 (FSIS Publishes Final Rule Prohibiting Processing of “Downer” Cattle)”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발표했다. 이 보도자료는 다음과 같다.
“미국 농무부(USDA) 식품안전검역청(FSIS)은 도축 전 검사에서 서지 못하거나 걷지 못하는 소(다우너 소)로 판명될 시 도축을 영구히 금지할 것을 발표했다. 서지 못하거나 걷지 못하는 것은 광우병의 임상적 징후일 수 있다. 미 농림부는 2003년 12월 23일 미국에서 광우병 사례가 발견된 3주이내인 2004년 1월 12일 빠르고 단호하게 인간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조치를 취했으며….경험적으로 이 조치들 (다우너 소 도축 금지 등)이 유효하다는 것이 판명되었으므로 이를 영구적인 조치로 변경한다”
이번에 조금 더 강화된 다우너소 도축 금지도 이러한 광우병 예방조치의 연장선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검역 체계가 광우병을 차단하기에는 여전히 심각한 결함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미국은 도축장에서 정상 소라는 판정을 받으면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지 않으며, 자연 폐사 소에 대한 광우병 검사도 충분하지 않다. 미국 내 시민 단체들과 양심적 과학자들조차도 미국의 이러한 광우병 검사 정책을 ‘광우병 위험을 보지도 말고 찾지도 말자’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오는 5월부터 강화된 사료 조치가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30개월 미만의 모든 광우병 위험 물질과 30개월 이상의 눈, 머리뼈, 등뼈, 등배 신경절 등의 광우병 위험 물질을 여전히 사료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의 사료 정책은 모든 광우병 위험 물질을 금지하는 안전한 정책이 아니라 일부 광우병 위험 물질만 금지하는 불완전한 정책이라는 사실이다.
둘째, 존 검머 영국 농무부장관도 안 받은 검찰 수사를 왜 PD수첩에 무리하게 적용하는가?
“저는 국민 여러분들께서 걱정 필요가 전혀 없다고 확신합니다. 정부는 전문가들로부터 모든 전문적 견해들을 자문받고 있습니다. 쇠고기는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결론 내렸습니다.”
1990년 5월 6일, 존 검머(John Selwyn Gummer) 영국 농무부장관은 자신의 네 살배기 딸의 손을 붙들고 BBC 카메라 앞에서 광우병이 인간에게 전파된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며 햄버거를 시식하는 열띤 홍보에 나섰다.
양심적인 의사와 과학자들에 의해 소의 광우병이 인간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1988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지만 정부 측 과학자들은 이러한 문제 제기를 무시했다. 존 검머 장관은 축산업계의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여, 소의 내장과 특정 부위를 금지하려던 전임 장관의 개혁안을 최대한 연기하기 위해 이런 어처구니없는 홍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간에게 소의 광우병이 전염된다는 역학적인 증거들이 계속 나왔고, 마침내 영국 정부도 인간 광우병 환자를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더군다나 2005년 3월, 존 검머의 절친한 친구 딸인 엘리자베스 스미스가 인간 광우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 검머는 검찰 수사를 받기는커녕 현재까지도 잉글랜드 동부의 서퍽(Suffolk) 지역구의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검찰은 정운천 전 농림부장관의 명예 훼손 고소를 빌미로 PD수첩 제작진의 체포와 강제 수사라는 무리한 법 적용을 하고 있다.
셋째, 한국을 제외한 일본, 대만, 홍콩, 중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을 완화하지 않았고, OIE 기준이란 권고 사항이기에 WTO에 제소를 당하지도 않았다.
지난 해 촛불 정국에서 이명박 정부는 일본과 대만 등의 국가들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을 곧 한국과 비슷하게 완화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국을 제외한 일본, 대만, 홍콩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은 2009년 3월 현재까지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대만과 홍콩은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만을 수입하고 있으며, 모든 연령에서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을 제거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완전히 금지하고 있으며, 일본은 여전히 20개월 미만으로 수입 조건을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이들 동아시아 국가들을 WTO에 제소하였다거나 제소할 예정이라는 소식은 전해오지 않는다. 다만 2009년에도 미국은 한국의 사례를 선례로 삼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압력을 일본, 대만, 홍콩, 중국 등에 행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오히려 2009년 들어서 미국육류수출협회(USMEF)나 미국축산육우협회(NCBA)는 미국 정부를 향해 대일본 수출조건협상에서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을 관철시켜 달라는 기존의 정책을 버리고 우선적으로 20개월 미만의 수입 제한을 30개월 미만으로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따라서 지난 해 정부는 조만간 주변 다른 나라들이 OIE 규정에 따라 한국과 유사한 방식으로 미국과의 수입조건을 바꿀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정부가 미국과 타결한 수입조건을 강화하기 위해 재협상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작년의 졸속 협상을 인정하고 미국과 협상을 다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편 지난 해 촛불 정국에서 정부 측 과학자들은 광우병이 5년 내에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질병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몇 달 전 한-캐나다 FTA 협상 타결 시점에 쇠고기 수입 재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캐나다에서도 광우병이 계속 발생했다. 인간 광우병의 발생 역시 여전히 국제적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 유수 학자들이 밝힌 바와 같이 이 질병은 앞으로 40여년은 더 지켜봐야 될 질병임을 보여주고 있다.
넷째, 변형 프리온은 지금까지 알려진 인간 광우병 외에 더 많은 치명적인 질병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방역이나 검역에 있어서 사전 예방주의적 입장은 지켜져야 한다.
지난 해 미국 국립프리온질병 감시센터의 감베티 박사팀은 기존의 검사법으로 검출할 수 없는 프리온 질병 사례를 <미국신경학연보> 6월호에 게재했다. 현재까지 광우병이나 인간 광우병을 검사하는 방법은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에 프리온을 처리한 후 파괴되지 않고 여전히 남아있는 프리온으로 병원성 프리온을 검출했다. 그러나 감베티 박사는 병을 일으키지 않은 정상 프리온처럼 단백분해 효소에 파괴되면서도 뇌신경계에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사례를 새롭게 보고한 것이다.
피에스피아르(PSPr)라고 명명한 이 새로운 질병은 인간 광우병과 마찬가지로 뇌에 스펀지 모양의 작은 구멍이 뚫리는 병변을 보인다. 기존의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sCJD)이나 인간 광우병이라고 불리는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과는 다른 유형으로 보이는 이러한 PSPr의 보고는 인간 광우병에 대한 불확실성이 하나 더 추가한 사례이다.
이 뿐만 아니라 광우병의 경우, 변형 프리온 단백질의 분자량이 높은 H형과 분자량이 낮은 L형의 새로운 비정형 변종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변종의 확인으로 인해 과학자들은 광우병 원인체와 효과적인 방역 대책에 대해서 사전 예방적 입장에 따라 보다 주의를 요한다고 말하고 있다.
다섯째, 미국에서 발생한 비정형 광우병은 한․미 정부의 주장대로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전염이 가능하며, 오히려 위험이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덴마크, 네덜란드, 폴란드, 미국 등에서 소의 뇌에 아밀로이드가 침착되면서 스펀지 모양으로 구멍이 뚫리는 비정형 광우병이 보고되었다.
미국 정부 소속 과학자들은 한동안 비정형 광우병은 인간에게 전염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으나, 최근 동물 실험을 통해 오히려 인간에게 더 치명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08년 1월 30일자 <바이러스학회지>에는 비정형 광우병의 변형 프리온이 인간의 프리온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고, 또한 2008년 8월,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의 학자들은 무증상 상태의 늙은 소의 비정형 광우병이 짧은 잠복기를 보이면서 원숭이에 전염되는 것을 발표했다. 이 결과는 비정형 광우병이 잠복기가 짧기 때문에 생존 기간이 더 짧으며, 전형적인 광우병보다 인간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더욱이 프리온 질병은 긴 잠복기로 인하여 무증상 상태와 잠복기 상태를 구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증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과 동물에 의해 전염이 일어날 수 있다. 건강해 보이는 소들 가운데 무증상 광우병인 경우는 유럽의 연구에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일본 정부도 살아 있을 때 광우병의 임상 증상이 전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비정상 프리온 단백질이 말초 신경 조직으로부터 검출된 사례를 보고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산발성 CJD를 일으킨 변형 프리온이 생체 내에서 vCJD형으로 전환됨도 이미 2008년에 밝혀졌다.
여섯째, 소량의 특정 위험 물질만으로도 광우병이나 인간 광우병에 전염될 우려가 있으며, 강화 사료정책만으로는 광우병 통제가 완전하지 않은 이유도 밝혀지고 있기에 정부의 쇠고기 수입 정책은 PD수첩 이 지적한 내용에 대하여 귀를 기울여야 한다.
1990년 영국의 과학자들이 광우병에 감염된 소의 뇌조직을 양과 염소에게 투여했을 때 겨우 0.5g을 먹였을 뿐인데 광우병을 일으켰고 이 실험 결과는 영국 정부에 제시되었지만, 1994년까지 정부 측 전문가들은 소가 광우병에 감염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감염 물질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인 추정은 1994년부터 1996년까지 진행된 영국 수의과학청의 제널드 웰스 박사팀의 연구에 의해 1g의 뇌 조직을 먹인 동물에게서 광우병 발병이 확인되었고, 그 후 웰스 박사팀은 새로운 실험에 들어가 2007년에 광우병을 일으킬 수 있는 감염 최소량이 0.001g이하 일 수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 정부가 인터넷 괴담으로 왜곡시킨 ‘후추알 만한 양으로 감염된다’는 표현은 2000년 영국 국회 보고서에 정식으로 사용된 표현이다.
한편 강화된 사료 정책이 실시된 이후에 태어나 관리 상태에서 사육된 소에서도 광우병의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 들어와 분변으로 배출된 병원성 프리온은 토양성분과 결합하여 매우 안정된 상태로 감염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서 강화된 사료 조치만이 광우병 관리에 대한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학문적 증거가 제시되고 있기에 더욱 이 질병에 대한 주의를 요하고 있다.
이상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광우병은 아직까지 원인체, 발병기전, 예방, 치료, 감염 부위, 감염 최소량, 비정형 광우병과 무증상 광우병의 전염력 및 관리 방법 등이 과학적으로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불확실한 질병이며, 질병의 관리에 가장 중요한 원칙은 사전예방 원칙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최대한의 안전 수칙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기에 현 정부가 취하는 태도와 같이 광우병이 지닌 불확실성을 오히려 위험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악용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PD 수첩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와 체포가 광우병의 예방적 안전조치를 환기하려는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며,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하는 검찰권 남용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검찰의 이러한 조치는 정치 경제적 목적에 따라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과학과 의학의 건전한 연구 결과를 왜곡시키는 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것임을 말하고자 한다.
따라서 검찰과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입장에서 정당한 내용을 밝힌 방송에 대하여 단순히 일부 용어의 오역만을 구실로 하여 구시대적인 공안의 잣대로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억압할 수 없을 인정하고 MBC PD수첩 강제수사와 체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2009년 3월 29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