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한국 캐나다 정상회담 후 이명박 대통령은 “캐나다산 쇠고기를 원칙적으로 수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광우병이 16번 발병한 국가에서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이고 2008년 촛불운동의 결과 여야가 합의한 가축전염병 예방법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이다. 우리는 2008년 촛불운동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분노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첫째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캐나다 쇠고기를 수입재개 해선 안된다.
캐나다에서는 지난 2003년을 시작으로 2009년 올해까지 광우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현재 총 16건에 이른다. 1997년 미국과 동일한 사료규제조치를 시행했지만 그 이후 12건의 광우병이 발생했다. 2007년 캐나다 정부는 보다 더 강화된 사료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교차오염을 막을 수 있는 규제조치가 아니다. 따라서 그 보다 더 높은 규제조치로도 일본에서는 4건, EU에서는 22건이 발생한 사실을 보면 캐나다의 현재 강화된 사료규제조치는 안전한 조치라 볼 수 없다.
캐나다의 광우병 위험물질(SRM) 규정도 일본이나 EU에 비해 미흡하다. 일본은 모든 연령에서 뇌, 척수, 등뼈 등을 SRM으로 제거하고 있고 유럽의 경우, 내장과 편도는 모든 연령, 뇌와 척수는 12개월 이상, 등뼈는 30개월 이상에서 SRM이다. 그러나 캐나다는 회장원위부만 모든 연령에서 제거할 뿐, 뇌와 척수 등은 30개월 이상에서만 SRM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심지어 미국에서도 SRM으로 규정하는 30개월 미만의 편도조차 SRM이 아니다.
캐나다의 광우병 검사비율 또한 충분하지 않다. 캐나다는 도축소의 1.3~1.5%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은 전수검사, EU는 48개월 이상 및 위험소 전수검사에 비해 적다. 일본의 광우병 소 36건 중 12건(33%)이 아무런 증상이 없는, 멀쩡해 보이는 소에서 발생했다.
심지어 미국의 목장주들조차 (‘목장 및 목축업자법률소송기금’, R-CALF) 광우병 위험 때문에 30개월 이상 캐나다 생우 및 쇠고기의 수입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미 농무부가 캐나다 광우병 발생률이 100만 마리당 3~8 마리라고 밝혔고 미 질병관리본부(CDC)가 캐나다 광우병 발생률이 미국에 비해 48배나 높다고 밝힌 점 등이 그 근거다.
둘째 자유무역협정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포기될 수 없다.
외교통상부가 국회 보고용으로 작성한 12월 16일자 <한·캐나다 FTA 현황> 문건을 보면, 지난 2008년 3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13차 한·캐나다 FTA 협상에서 캐나다 정부는 “쇠고기 검역 문제의 해결 없이는 FTA의 타결·비준이 어렵다”는 입장을 제시했고 “최근 들어서 한국, 캐나다 정부는 FTA와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문제(‘광우병 이슈’)를 분리해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면서 “11월 26일부터 27일 열린 차관보급 협의, 12월 1일 통상장관 회담에서 캐나다 정부가 이러한 입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졸속 개방 때도 한․미 FTA와 광우병 이슈는 별개라고 강조했지만 이제 전국민이 알고 있는 것처럼, 전혀 별개가 아니었고, FTA의 선결조건임이 드러났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선언은 한미 FTA와 판박이로서 한캐나다 FTA의 선결조건으로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약속한 것이다. 무역협정을 위해 국민건강을 파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또 다시 반복된 것이다.
셋째 수입절차에서 최소한의 법과 민주적 절차도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
현재 가축전염병예방법은 최근 5년간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에서는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을 금지하고 있다. 또 캐나다를 쇠고기 수입금지지역에서 해지하려는 경우 수입위험분석을 실시해야 하고, 위생조건에 대하여 국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법조차 지키지 않고 있으며 민주적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있다. 2008년 11월 캐나다 현지조사보고서 등 수입위험분석의 구체적 내용을 국회에 제출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2009년 12월 민간전문가 캐나다 현지조사마저도 “조사단 구성은 조사단장에게 일임”하겠다고 문서로까지 약속해놓고 일방적인 인선으로 무산시켰다.
결국 촛불항쟁을 통해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 개정된 가축전염병예방법 마저 마음대로 개악하려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뜻을 전면으로 거스르겠다는 것이다.
넷째 정부가 할 일은 캐나다 쇠고기 수입이 아니라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조건 재협상이다.
한나라당, 민주당 등 여야 원내 대표는 2008년 8월 “향후 일본․대만 등 주변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상 결과가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상결과보다 개방 폭이 축소되면, 동일 수준으로 정부가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재협상하도록 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일본은 현재까지 2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 또한 대만정부는 최근 한국의 수입조건과 비슷한 조건으로 협상을 했으나 야당과 시민들의 격렬한 반대시위에 직면하여 대만정부 스스로 민간업자의 자율결의로 내장의 수입을 금지하는 추가 조치를 내놓았다. 그리고 대만의 시민단체는 미국산 뼈있는 쇠고기 수입반대 국민투표 1차 발의에 성공했다. 대만 양지량 위생서장은 입법원(국회)에서 “한국은 5개 로트에서 위해식품이 발견되지 않으면 수입을 재개하지만 대만은 15개 로트를 검사하여 합격해야만 정상 검사절차 및 비율을 회복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20개월 미만의 수입조건 고수, 그리고 대만의 내장 수입금지 및 검사비율 확대는 2008년 여야가 합의한 “수입국의 입장에서 개방의 폭이 축소”된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대로 즉각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재협상을 시작하여야 한다.
미국과의 재협상은 캐나다 정부의 WTO 제소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한국보다 매우 엄격한 조건으로 쇠고기를 수입하는 다른 국가들이 미국이나 캐나다로부터 WTO에 제소당한 사례가 없는 것을 볼 때 결국 캐나다의 WTO제소의 이유는 정부가 졸속으로 추진한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협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재개가 된다면 국제수역사무국으로부터 광우병 통제국가 등급을 받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32개국에 이르는 광우병 본산지인 유럽을 포함한 광우병 발생국가들로 부터 쇠고기 수입은 시간 문제일수 밖에 없다.
작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촛불운동은 왜 시작되었던가? 자유무역협정의 선결조건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또 다시 한․캐나다 FTA를 위해 광우병 발생국 캐나다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경고한다. 국민들의 뜻을 받든다는 것이 고작 1년도 지나지 않아 동일한 일을 반복한다는 것인가?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음을 다시한번 강조하면서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방침을 즉시 철회하고 한미 쇠고기 수입조건 재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끝)
2009년 12월 22일
광우병 국민대책위 / 민생민주국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