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다국적 제약사 압력에 의해 왜곡된 신약약가산정제도는 당장 개정되어야 한다.
— 한국이 주권국가라면 한국의 약값은 한국정부가 정해야 한다. –
최근 밝혀진 미국과 다국적 제약사들의 압력에 의해 한국의 의약품정책이 왜곡되어 온 상황은과연 한국이 주권국가인지를 의심하게 하고 있다. 특히 99년 초에 외교통상부장관과 미국상무부간에 오고간 서한에서 밝혀진대로 미국정부의 압력에 의해 신설된 이른바 ‘혁신적 신약약가산정제도’는 외압에 의한 의약품정책의 왜곡을 극명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
99년 4월 12일 당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한덕수는 미 무역대표부대표 Richard Fischer에게 보내는 답신을 통해 미국정부의 의향을 반영하는 새로운 약가산정제도를 도입하게 되어 고무적이라는 서한을 보냈다. 이 신약약가산정제도가 혁신적 신약의 경우 한국의 약값이 자동적으로 미국, 영국, 스위스등 최부국 7개국 평균약값으로 산정되게 만든 문제의 그 제도였다.
한국의 약값을 무조건 국민소득이 3-4배가 차이가 나는 부국 7개 나라의 약값평균으로 책정을 하겠다는 것은 국민소득이 낮은 우리나라 환자들에게는 3-4배의 약값을 강요하는 것이다. 환자본인부담률이 가뜩이나 높은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제도는 글리벡 환자에서 보는 것처럼 환자에게 약을 빼앗는 것 이상이 아니다. 나아가 이러한 신약약가제도는 우리나라의 보험재정을 외국기업에 퍼주는 것을 제도화하는 것이며 한국의 약값은 한국정부가 정한다는 최소한의 주권마저 포기한 행위이다.
이러한 약가산정기준은 노바티스가 글리벡 약값이 1알당 24000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으며, 한국정부의 약값고시를 무려 1년 가까이 거부하고 있게 만들고 있다. 바로 이 제도가 ‘기적의 약’ 글리벡이 월 300-600만원짜리 ‘죽음의 약’이 된 원인 중에 하나이다.
우리는 외국정부와 외국기업의 압력에 의해 한국의 환자들의 생존권이 이처럼 짓밟히는 현실 앞에 우리는 경악할 수 밖에 없다. 식민지를 벗어 난지 수 십년이 더 지난 현재 주권포기행위가 백주대낮에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현실 앞에서 우리가 분노한다.
우리는 주권국가로서의 한국 정부가 최소한 다음의 것들을 집행해야만 한 국민의 정부가 될 자격이 있다고 판단한다.
첫째 대한민국 정부는 외국정부와 외국기업의 압력으로 이루어진 ‘혁신적신약 약가산정제도’를 즉각 개정하여야 한다. 보건복지부장관의 고시로 되어 있는 이 제도는 장관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고칠 수 있다. 한국의 약값을 국민소득이 훨씬 높은 선진국 7개국 약값 평균을 자동적으로 따르도록 만든 현재 규정은 한마디로 의약품주권을 완전히 포기한 굴욕적 제도 이상이 아니다. 우리는 현재의 혁신적 신약약가산정제도가 한국정부가 국민소득을 고려하여 자주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즉각 개정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둘째 외국의 압력의 실체와 그로 인한 의약품정책의 결과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현재 밝혀진 의약품정책에 대한 다국적제약협회, 미정부, EU의 압력을 보면 그 범위가 정책에 대한 일반적인 영향력행사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정책의 입안과 저지, 상시적인 압력을 위한 정부내 조직구성, 공무원들에 대한 협박, 인사정책에 대한 영향력행사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이며, 그들의 이해가 관철되지 않은 정책이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과시해온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차제에 우리는 미정부와 다국적 제약회사가 압력을 가한 내용과 그 결과가 어떤지 한점의 의혹없이 밝혀져야 한다고 본다. 이 과정을 통해 미정부와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영향력을 확실히 제거해내지 못하면 대한민국정부가 주권국가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는다해도 아무런 변명의 소지가 없을 것이다.
셋째 글리벡문제와 관련하여 이유없이 대한민국정부의 보험고시약값을 9개월간 거부해온 노바티스사의 횡포에 대해 즉각 강제실시를 집행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다국적 제약협회에 휘둘리는 정부는 결국 1개 다국적 제약회사에도 아무런 힘이 없음을 만천하에 드러내 보이고 있다. 현재 글리벡 공대위와 환자들은 인도에서 글리벡의 카피품목을 생산하고자 하는 인도 제약회사와의 협의를 위해 이달 26일 인도에 대표를 파견할 예정이다. 공공적 목적을 위한 약품에 대한 강제실시가 엄연히 TRIPs에 의해 보장되는 주권국가의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왜 시민사회단체와 환자들이 강제실시를 위해 외국 제약회사와 구체적인 협의를 하는 단계에 와서도 아무런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는가? 대한민국정부가 자신의 주권에 대해 조금이라도 인식을 하고 있는 최소한의 자존심을 가지고 있는 정부라면 노바티스의 글리벡에 대한 강제실시를 집행하거나, 최소한 현재 시민사회단체들이 추진중인 강제실시청구를 방해하지 말고 즉각 허용하여야 한다.
우리의 요구
- 정부는 의약품주권 포기, 국민살인 혁신적신약 약가산정제도 즉각 개정하라!
- 정부는 초국적제약자본과 미국정부의 압력과 정책변경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라!
- 정부는 글리벡문제해결을 위해 강제실시를 즉각 허용하라!
- 정부는 만성백혈병환자들의 환자 본인부담금 인하하고 하라!
- 미국과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주권침해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
- 노바티스는 생명에 앞선 이윤추구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글리벡 약값을 즉각 인하하라!
2002. 8. 13
글리벡문제해결과 의약품공공성확대를 위한 공동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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