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공정거래위의 민간의료보험 도입에 대한 입장에 대한 규탄 성명서

무조건적인 시장옹호, 경쟁도입만 외치는 공정위를 규탄한다!!

-의료, 교육의 공공성과 문화정체성은 경쟁의 대상이 아니다!
지난 8월 1일, 연합뉴스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스크린쿼터를 경쟁 제한적 규제로 규정”하고 “교육이나 의료부문에서도 경쟁원리를 도입할 필요성을 지적”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공정위가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교육자료로 제시된 <경쟁정책과 공정거래제도>책자를 통해서였다. 이 책자에서 공정위는 특히 ‘경쟁 제한적 규제의 경우 행정적 편의, 혜택집단의 요구에 의해 발생한 경우가 많다’고 비판한 뒤 ‘구체적 사례로 스크린쿼터제를 들었’으며 “의료나 교육 등도 모두 하나의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공정위는 “많은 사람은 자기 책임하에 시장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아 스스로 대처할 능력과 의사가 있다”며 “민영 의료보험제를 도입해 국민 대다수의 건강을 시장에서 해결하고 스스로 건강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공영보험을 통해 해결하는 쪽으로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에게 국민의 기본권은 안중에도 없는가?
우리는 공정위의 ‘경쟁=선’이라는 입장이 지방공무원 교육자료로 제시되고, 국가운영의 중요지침으로 읽혀지고 있다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번 공정위의 책자는 교육과 의료, 그리고 마땅히 지켜져야 할 문화주권에 대한 현 정부의 마인드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이다. 한국영화의 정체성을 사수하기 위한 스크린쿼터제를 시장의 걸림돌로 비판하고, 공교육의 성격을 `획일적이고 하향 평준화를 지향하는 방식’이라고 비난하는 공정위는 도대체 어느 나라를 대표하는 정부이며 국민의 기본적인 교육권을 고려해보기는 한 것인가? 더구나, 당연히 국가에서 책임져야 할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접근권을 방기한 채, “자기책임하에” “스스로 대처할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문구에 이르면, 이것이 과연 정부기관으로서 할 말인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누구를 위한 경쟁이며 무엇을 위한 시장인가
최근 WTO 서비스협상과 각종 투자협정,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통해 진행되는 시장개방의 흐름 속에서 이를 빌미로 보건의료의 전면적인 상업화를 가속화시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법을 통해 이미 외국인의료시설과 약국이 개설가능해졌고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의료법개정의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공정위가 책자에서 언급한 ‘민영건강보험’의 도입은 보험업법개정안을 통해서 더욱 용이해졌고, 각종 관련단체들이 의료기관 영리법인화, 요양기관강제지정폐지 등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부실화를 이유로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그 논리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궤변에 불과하다. 정부는 민간의료보험 도입 이전에, 오히려 근본적인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직시해야 한다.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공공의료기관의 현실을 부끄러워해야 하며, 건강보험으로 포괄되지 못하는 국민들이 생겨나는 현상 자체를 근본적으로 진단해야 한다. 국민 누구든 아플 때, 경제력에 상관없이 치료받고 재활할 수 있는 보건의료체계가 고민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정위는 이러한 국민의 보편적인 권리조차 이분화하여 ‘스스로 능력이 되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시키고 “스스로 건강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공영보험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민간의료보험이 건강보험을 보충하는 형태로 도입되면, 당연히도 국민의료비는 두배로 증가할 수밖에 없고 그나마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당연히도 의료접근권조차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과연 이것이 누구를 위한 경쟁인가? 무엇을 위한 시장인가? 그들이 말하는 ‘시장’과 ‘경쟁’은 바로, 국민의 목숨과 건강을 담보로 보험회사의 이익을 보장하고 의료자본의 상업성을 더욱 키우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저소득층을 비롯한 빈곤계층까지 포괄하는 보편적인 의료접근권은 시장원리에 내던져버릴 사안이 아니며, 그 맥락에서 민간의료보험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건강보험의 강화와 공공의료기관의 확충은 당연히 진행되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시장화, 자유화흐름에 맞서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사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이를 보장해야 할 정부기관이, 오히려 경쟁원리를 무조건 도입하고 절대선인양 숭배하는 것은 도저히 국민으로서 인정할 수 없는 처사다.

교육, 의료의 공공성을 지키고 문화다양성을 지키는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당연히 공적부문으로서 지켜져야 하는 것은 의료뿐만이 아니다. 누구나 경제력에 관계없이교육받아야 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미국의 문화독점현상 속에서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찾고 영화산업의 독립성을 유지하려는 스크린쿼터제 또한 경쟁제한규정으로 간주될 수 없다. 각종 ‘인센티브’의 부여를 통한 경쟁활성화 자체가 국민의 ‘선택자율권’이라고 호도하며 은근슬쩍 정부의 책임을 방기하지 말라.하기에 공정위의 입장은 즉각 철회되어야 마땅하며 책자 또한 즉시 회수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 의료, 그리고 문화의 다양성과 정체성은 공공영역으로 간주되고 반드시 사수되어야 한다. 우리는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보편적인 국민의 권리를 끝까지 지켜낼 것이며 이를 위한 싸움을 전국민과 함께 진행할 것이다.

경제자유구역법 폐기와 의료시장개방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참된의료실현을위한청년한의사회/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평등사회를위한민중의료연합/전국한의과대학학생회연합/경인지역의학과학생회협의회/전국약학대학학생회협의회/약국노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