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복건복지 개혁정책 실종을 규탄하며

기자회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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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 개혁정책 실종을 규탄하며,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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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가 출범한지 9개월이 지나고 있다. 참여정부는 출범과 함께 정부의 보건복지정책의 성격을 참여복지로 명명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참여복지를 구성하는 정책의 구체적 방향과 정체성이 어떤 것인지 공감대조차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참여’라는 수식에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반개혁적, 퇴행적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하는가 하면 포괄수가제 같은 개혁정책은 이익집단의 압력에 못 이겨 결국 공약(空約)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였다. 반면 과거의 관성에서 탈피한 적극적 접근이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답보상황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더하여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와 논의를 필요로 하는 정책에 있어 돌출적으로 정책구상이 발표되고 정부부처 간 조정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정책적 혼선마저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이 같은 상황에 대면하여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문제지점을 지적하는 한편 노무현 정부에 대한 우리의 요구를 밝히고자 한다.

1. 노무현 정부가 보건복지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정하고 있는 문제들.

1) 반 개혁, 퇴행적 정부정책의 추진

보건복지정책에 있어서 도저히 개혁지향적이라고 볼 수 없는 정부의 퇴행적 행보는 사회보장제도의 개편 등 정책추진과정에서 너무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 국민연금제도에 있어서 가입자의 참여와 운영에 관한 권리를 형식화하고 배제⋅박탈하는 반면 국민연금정책협의회라는 권위적이고 정부주도적인 기구를 신설하여 국민연금제도를 정부, 특히 경제부처의 주도로 운영해가겠다고 하는 최근의 국민연금법 정부안 제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에 있어서도 과잉진료를 억제하고 국민의 불필요한 의료비 부담을 방지할 수 있도록 비용절감이 가능한 지불보상방식으로의 개혁을 통해 건강보험제도를 급여확대의 기반을 조성하고 급여수준을 획기적으로 내실화하겠다는 공약(公約)은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계 압력에 굴복한 결과 포괄수가제 당연적용이 철회됨으로써 공약(空約)이 되어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

2) 관성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답보를 거듭하고 있는 개혁과제

반면, 보건복지부의 강력한 의지와 범 정부적 차원의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도 요구되는 정책들은 여전히 과거의 관성과 답보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전 국민의 10%에 달하는 정도의 광범위한 빈곤계층 중 고작 3%를 조금 상회하는 계층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예산제약과 제도의 불합리한 기준으로 인하여 적극적 보호와 지원에서 배제되어 가족동반자살과 같은 안타까운 현실이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긴급대책이라고 하는 것도 매우 형식적 수준에서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과중한 진료비 부담으로 인한 가계파탄을 막기 위해 ‘본인부담상한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은 장관의 취임사에서부터 이유도 없이 삭제되고 이후 적극적 추진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어 이 또한 실망을 크게 하고 있다. 공공의료를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컸던 기대와는 달리 보건복지부와 정부부처 간의 서로 다른 정책이해, 소요예산의 삭감으로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3) 돌출적 정책결정과 조정기능 부재로 인한 정책의 혼선

노무현 정부의 개악도 서슴치 않는 퇴행적 행보와 과거의 관성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미약한 의지에 더하여 사회적 합의와 충분한 논의를 필요로 하는 사안에 대한 섣부른 입장표명과 정부부처 간 조정기능의 부재로 인해 보건복지정책의 혼선은 그 정도를 더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내에 외국인 전용병원을 동북아 중심병원으로 만들고 내국인진료 허용도 검토해야 한다거나 민간의료보험을 허용, 확대해야한다는 일부 부처의 주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의 “민간의료보험 상품의 적극적 개발을 보험사에 주문했다”는 발언은 그간의 논의를 통해 형성된 공적보험의 내실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전면 부인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혼선은 담배값 인상방안에 둘러싼 정부부처 간 갈등, 보육업무 이관을 둘러싼 논란, 수가/보험료의 계약과 심의과정을 도외시한 장관의 월권적 발언 등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우선 노무현 정부 보건복지정책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임을 정부가 깊이 인식하기를 촉구하며 아래와 같이 우리 시민사회단체, 노동단체, 보건의료단체의 요구를 밝힌다.

2. 우리의 요구

1) 국민연금정책협의회 신설 등 국민연금법 개악, 포괄수가제 당연적용 철회, 의료기관 평가제도 병협위탁 등 정부의 당초 개혁지향과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퇴행하고 있는 중요 정책들의 철회와 재검토를 요구한다.

2) 공공의료의 대폭적인 확충,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 도입 및 급여확대를 통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불합리한 수급자 선정기준 완화와 재원확보를 통한 빈곤계층 보호대책 강화 등 시급한 정책, 제도개혁과 관련된 공약이행계획의 수립과 구체적인 실천의지로써의 예산확보를 요구한다.

3) 이익집단의 압력에 굴복해 개혁적 정책을 좌절시키는가 하면 정책혼선을 자초하는 등 개혁에의 의지, 실질적인 개혁추동력, 그리고 신뢰의 측면에서 극복할 수 없는 한계를 보이고 있는 현 보건복지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한다.

4) 우리는 현재의 상황, 즉 정부의 보건복지정책의 정체성과 구체적 정책방향이 퇴행과 답보, 혼선으로 점철되고 있는 상황에 대하여 전면적, 전반적인 재점검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지금껏 추진해온 보건복지정책 전반에 대한 재점검을 통해 우리는 노무현 정부가 국민적 기대에 부합되는 개혁성과 일관성을 갖추기를 촉구한다.

2003. 11. 12.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노총,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한국노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