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브라질 정부는 에이즈치료제에 대한 강제실시를 발동하라

[성명서]
브라질 정부는 에이즈치료제에 대한 강제실시를 발동하라!

브라질은 에이즈 위기를 극복하기위해 90년대 초반 에이즈 치료정책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졌다. 그 핵심은 초국적제약회사에 의해 생산되는 비싼 에이즈치료제를 브라질내에서 생산하도록 한 것이다. 브라질의 에이즈치료정책은 국영연구소와 국영제약회사를 통해 에이즈 치료제 생산을 안정화시키고 획기적인 가격인하를 가져옴으로써 1997년부터 무상공급을 가능하게 했을 뿐 아니라, 국영연구소가 보건국, 주, 지방정부의 요구에 부응하게 함으로써 수익성이 아닌 “브라질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현재 브라질에 공급되고 있는 16개의 에이즈치료제중 7개를 자체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전체 에이즈프로그램 예산 중 수입의약품에 지출하는 비용이 1999년에 50%, 2004년에 80%로 급속히 증가했다. 특히 애보트, 길리어드, 머크, 로슈사에서 생산하는 에이즈치료제 lopinavir/ritonavir, tenofovir, efavirenz, Nelfinavir가 전체예산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2001년과 2004년, 제약사들에게 파격적인 약가인하를 하지 않을 시 강제실시를 통해 브라질 내에서 생산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의약품 강제실시는 국가 비상사태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 정부의 승인을 얻은 특허권자외의 제3자가 특허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결국 2001년에 로슈사는 Nelfinavir의 가격을 40%이상 떨어뜨렸고, 2004년에 로슈, 애보트, 머크, 길리어드, 브리스톨마이어스사는 에이즈 치료제 가격을 37%이상 인하하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2004년 11월 29일, 브라질 에이즈프로그램 책임자 Pedro Chequer는 “가격이 아니라 에이즈프로그램의 지속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며 약가인하협상을 넘어서 특허파괴나 강제실시를 통한 국내생산이 에이즈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2005년에 5~6개의 에이즈치료제를 추가적으로 브라질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05년 3월 15일, 브라질 보건장관은 애보트, 길리어드, 머크사에 한달내에 브라질 공공연구소에 자발적으로 lopinavir/ritonavir, tenofovir, efavirenz에 대한 기술이전을 하겠다는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실시를 발동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지금까지 제약사들은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전 세계 200여개의 운동단체들은 2001년 WTO각료회의에서 “각 회원국은 강제실시를 허여할 권리가 있고, 강제실시가 허여되는 조건을 결정할 자유가 있다”고 발표한 ‘TRIPS협정과 공중보건에 관한 도하 선언’에 따라 브라질 정부에게 강제실시를 발동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편 미국의 가장 큰 보수단체인 미국보수연합(American Conservative Union)은 미국정부에게 브라질 정부가 미국의 3개 제약사의 특허권을 ‘도둑질’하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요구했다.

브라질은 인도, 태국과 함께 에이즈치료제를 자체생산하는 국가로서 무상에이즈프로그램을 지속시키고 강제실시를 발동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WTO.TRIPS협정이 보장하는 20년간의 특허권 독점은 치료제가 있어도 비싸서 먹지 못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기술이전과 기술발전을 촉진시키고자했던 특허제도의 취지와도 대립된다. 이로 인해 각 국의 환자와 활동가들이 초국적제약자본에 맞서 의약품접근권을 확대하기위해 특허무효투쟁, 특허법개정투쟁, 약가인하투쟁 등을 벌여왔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과 초국적제약사가 바라는 바는 카피약 생산을 봉쇄하고 전 세계 민중들의 의약품접근권투쟁을 막음으로써 신약의 특허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WTO를 넘어 FTA를 통해 혹은 각 국 정부에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도하선언’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한국정부도 환자의 건강권보다 제약자본의 이윤을 우선시하고, 도하선언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노바티스가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에 대해 한국의 환자들이 사먹을 수 없는 약가를 요구하자 1년이 넘는 환자들의 투쟁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노바티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그리고 작년 11월 발의되었던 ‘의약품접근권 향상과 강제실시제도 개선을 위한 특허법 개정안’은 미국의 통상압력과 초국적제약사에 대한 특허청의 눈치보기로 애초의 취지가 훼손된 채 5월 3일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이번 특허법 개정안은 제조능력이 없거나 불충분한 수입국에서 공중보건상 필요하다고 요청한 경우 한국제약회사가 특허의약품의 카피의약품을 생산하여 그 국가에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정부는 초국적제약자본과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전 세계 민중의 생명을 경시한 결과를 낳았다. 이렇듯 제약자본의 이윤만을 대변하는 미국과 미국의 패권적 질서에 편승하고자하는 각국정부에게 브라질의 결단은 일침을 가할 것이다. 그리고 인도의 물질특허도입으로 인한 카피약 생산중단, FTA를 통한 특허권강화, 특허기간확대 등으로 인하여 점차 봉쇄되어가는 의약품접근권을 확대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얼마 전 브라질 정부가 순결을 통한 에이즈예방을 조건으로 하는 부시정부의 에이즈구호금을 거부하고 부시의 에이즈정책을 비판한 것처럼 에이즈환자의 치료권 확대를 위해 강제실시를 발동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TRIPS협정 중 그 어떠한 것도 WTO회원국들이 각국의 공중보건과 관련된 조치들을 채택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한 도하선언을 지지하며 전 세계 민중의 건강권을 확보하기위한 노력과 투쟁을 방해하는 제약자본과 선진국의 어떤 시도에도 저항할 것이다.

2004년 5월 23일

HIV/AIDS인권모임 나누리+(동성애자인권연대/ 평등사회를위한민중의료연합/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행동하는 의사회)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인권운동사랑방/ 정보공유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민중복지연대/ 문화연대/ 전국학생연대회의/ 전국공무원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