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식량과 물을 지키는 마음으로 우리는 전기를 지켜야 합니다.

[발전노조 파업 지지 시민단체 기자회견문]

식량과 물을 지키는 마음으로 우리의 전기를 지켜야 합니다
- 발전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을 지지합니다 -

오늘 발전노동자들은 9월 4일 01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발전노조는 성실하게 교섭에 응하고자 노력하였지만 9월 3일 22시경 회사 측은 노동부 근로감독관의 권유를 묵살한 채 마지막 교섭에 불참하였고, 심지어 근로감독관들의 전화조차 받지 않는 등 교섭 해태로 일관하였다. 결국 23시 10분 직권중재에 회부되었고, 발전노동자들을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파업으로 내몰리고 말았다.

발전노조의 파업에 대해 정부와 회사 측은 전력대란이 우려된다고 호도하고 있지만 정작 전력대란을 걱정하고 마음 졸이는 것은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발전노동자이다. 산간벽지와 오지, 머나먼 섬에서도 오로지 전력을 생산하는 노동자로서 국민들에게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소명만으로 살아온 것이 바로 발전 노동자들이다.

그런데 99년 정부는 IMF 구조조정 이후 국내 재벌과 외국계 에너지 자본의 요구에 따라 발전소 사유화 방침을 확정했다. 발전소 매각 등 전력산업 구조조정이 얼마나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것인지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발전노동자들은 끊임없이 발전소 매각 저지, 사유화 저지 투쟁에 앞장서 왔다.
발전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에 대한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아직까지 발전소가 국내외 재벌에게 매각되는 파국적 상황만은 막아낼 수 있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발전소 매각을 막아낸 일은 전 세계 초유의 일로 발전 노동자들과 국민들이 함께 일구어낸 크나큰 성과라는 점을 우리는 확신하고 있다.

발전소 매각이 진행된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영국, 호주, 아르헨티나 등 남미의 경우 열흘이 넘는 전력대란, 엄청난 요금 인상을 경험해야 했고 국민들은 고통에 시달려야만 하였다. 이들 국가들은 현재 발전소를 다시 국유화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지만, 발전소 매각과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피해를 모두 다 되돌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한국정부는 FTA 협상 체결, 시장개방을 주장하면서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아집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상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전력공급의 안정성은 지금 이 시간도 촌각을 다투며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단기적인 이윤 추구에 급급한 발전소 경영으로 인해 그 어느 순간 전력대란이 시작될 지 전전긍긍하면서 발전 노동자들은 전력 생산 현장을 지켜왔던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의 파국을 막기 위해, 전력산업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발전노동자들은 발전5개사 통합과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해 지금 투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또한 법에도 보장되고 있는 주5일제 근무에 따른 정당한 노동시간 단축과 인력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발전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와 투쟁에 노무현 정부조차 노동악법으로 규정하고 스스로 폐지를 언급하고 있는 ‘직권중재’제도를 통해 발전노동자들의 투쟁을 불법파업으로 내몰았다. 직권중재제도는 노동자들의 권리인 파업권을 제한하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탄압하는 구시대 악법이다. 이런 악법을 통해 발전노동자들의 파업을 탄압하는 정부를 우리는 규탄한다.

그 누구보다 전력산업의 공공성을 염원하고, 전력대란을 걱정하는 발전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국민 여러분이 이전처럼 함께 하실 것임을 우리는 굳건히 믿고 있다. 식량과 공기, 물과 같이 단 한시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바로 전기다. 식량과 공기와 물을 지키는 마음으로 우리 시민사회단체는 발전노동자들과 함께 전기를 지키는 투쟁에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전기를 지키는 투쟁은 우리의 인권을 지키는 투쟁이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초석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교섭을 해태하는 무책임하고 악랄한 회사 측과 정부에 의해 발전노동자들은 파업에 내몰리고 말았지만, 우리 시민사회단체는 향후 발전노조에 대한 그 어떠한 탄압도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2006년 9월 4일

- 발전노조 파업을 지지하며 전력산업 공공성 사수를 함께 투쟁하는 시민사회단체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