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급 성 명
노골적인 병원 및 보험회사 종합선물세트, 노정권은 기어이 한국의료를 ‘시장판’으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 정부 의료분야 서비스산업종합대책은 의료공공성의 마지막 보루를 파괴하는 망국적 조치 -
노무현 정권은 기어이 의료분야의 공공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들을 송두리째 파괴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12월 14일 정부가 발표한 서비스산업경쟁력강화종합대책 중 의료분야대책(이하 12.14 의료대책)은 한마디로 병원과 보험회사가 돈벌이를 위해 요구하던 사안을 모두 들어주겠다는 ‘병원 및 보험회사지원 종합선물세트’로 병원과 보험회사의 돈벌이를 중심으로 한국의 의료제도를 재편하겠다는 대책이다. 이 의료분야대책이 시행되면 공적 건강보험과 병원의 비영리법인 제도로 간신히 공공성을 유지하던 한국의 의료제도는 붕괴될 것이다.
첫째 ‘12.14 의료대책’은 병원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로서의 ‘비영리법인’ 규정을 포기하고 사실상의 영리병원 체인 설립을 허용하는 것이다. 12,14 의료대책은 의료기관 부대사업으로 병원경영지원사업을 허용하고 이의 영리기업화를 허용하고 있다. 마치 병원자체의 영리병원 허용은 아닌 것처럼 포장하지만 이것은 누가보아도 눈속임일 뿐 사실상의 체인화된 영리병원의 설립허용이다. 지금까지 의료기관 바깥으로 이윤배분행위는 지나친 수익추구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금지되어 있었으나 이를 채권발행으로 허용하고, 의료기관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금지되었던 병원을 사고파는 행위도 허용된 것을 보면 12.14 대책이 시행되면 병원의 비영리법인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된다.
의료기관을 비영리법인으로 규정하는 현재 제도는 의료기관이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고 또 국민의 보험료와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민건강보험에 의존하여 운영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여 지나친 영리추구행위를 제한하려는 제도이다. 이윤의 외부배분이나 M&A가 허용되는 영리병원의 경우 병원의 이윤추구가 극심해져 환자의 사망률이 훨씬 높고 의료의 질은 떨어지는 반면 의료비용은 비싸지고 노동자들의 과소고용이 심각해지는 등 그 폐해가 국민건강을 심각히 침해한다는 것이 전세계적인 경험이다.
따라서 공립의료기관이 전체 의료기관의 70-80%가 넘는 나라에서도 영리병원은 매우 신중한 접근과 철저한 제한아래 조심스럽게 허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공립의료기관이 10%도 되지 않는 우리사회에서 사실상의 영리병원을 아무런 제한조치도 없이 덜컥 허용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나을지 정부는 도대체 생각이나 해보았는가?
더욱 큰 문제는 민영의료보험회사에 대한 12.14 의료대책의 내용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보험회사들에 병원 알선행위를 허용하고있고 병원과의 직접계약 및 심사의 허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것은 민영의료보험회사가 특정병원체인과 직접 계약을 맺고 이들에 대한 이용을 보험가입자에게 알선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다. 바로 이 제도가 미국에서 민간보험회사가 병원을 통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여 미국의 의료비용을 GDP의 14% 이상으로 폭등하게 만들고 공적 건강보험제도를 망친 그 제도이다. 의료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영의료보험사들이 특정병원체인과 계약을 맺게 되고 알선이 가능해지면 특정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에 대한 병원에서의 특별대우가 가능해지고 결국 특정보험상품에 가입한 환자들은 1류고객, 미가입자들을 2류환자로 취급되는 사태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 대책에의 내용에는 보험회사에 병원과 건강보험공단의 개인질병정보를 통째로 넘겨주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치까지 포함된다. 민영의료보험회사들이 보험사기 방지를 위해 건강보험공단의 질병정보를 넘겨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은 공단의 개인질병정보 전체를 보험회사에 넘겨주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보험회사들이 말하는 ‘보험사기’ 행위란 자신의 모든 개인질병정보를 보험회사에 알리지 않는 가입자들의 행위로, 보험회사에게 모든 가입자는 잠재적인 보험사기범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미 FTA에서 병원이 영리병원화된다는 것은 괴담이고 한미 FTA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의료의 공공성을 해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제 노무현 정권 스스로가 병원의 영리병원화를 허용한다고 나섰다. 이것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민영의료보험의 규모는 이미 10조원을 넘어서서 공적 건강보험을 위협하고 있는 수준이다. 정부가 민영의료보험에 대해 규제를 해도 모자랄 판에 아예 팔을 걷어붙이고 삼성생명을 비롯한 보험회사 돈벌이에 앞장서는 사태를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한단 말인가?
병원들이 영리병원체인이 되고 채권을 발행하여 본격적으로 돈벌이에 나서고, 보험회사는 이 영리병원체인과 알선계약을 맺어 특정보험에 가입해야만 병원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 의료제도, 그리고 그 보험회사가 국가가 모은 개인질병정보를 가지고 가입자들을 마음대로 선별하는 의료제도. 바로 이 악몽과 같은 의료체계가 노무현 정부가 제시하는 한국 의료체계의 미래상이다. 이는 한국의 의료제도를 완전히 장사판으로 만드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부의 대책대로 시행된다면 한국의 공적건강보험제도를 중심으로 한 현재의 의료체계는 고가의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하여 고급 고비용의 영리병원체인을 이용할 수 있는 ‘부자의료’와 공적건강보험이 주된 건강보험일 수밖에 없는 대다수 국민들을 위한 ‘2등 국민의료’의 두 체계로 양분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남미나 미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결국 국민건강보험제도 자체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병원과 보험회사들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 국민들을 장사판 의료체계 속으로 몰아넣겠다는 것인가? 노무현 정권은 건강보험보장성 강화공약과 의료의 공공성 강화공약을 완전히 팽개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병원자본과 보험자본의 주구 노릇을 하겠다는 것인가?
우리는 노무현 정부에게 준엄히 경고한다. 전면적인 의료시장화를 통해 한국의 의료제도를 붕괴시킬 망국적인 12.14 의료대책을 즉각 철회하라. 우리는 이 대책이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며 이 대책이 철회되지 않으면 노무현 정부는 정부로서 집권을 유지할 자격이 없음을 분명히 밝혀둔다.(끝)
2006.12.15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