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수신 : 각 언론사 사회부, 노동부, 보건복지부 담당
발신 :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 유가족대책위 자문의사단
(담당 이상윤 016-221-4471)
제목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발병 역학 조사에 대한 의견서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발병 역학 조사에 대한
노동자 사망 유가족대책위 자문의사단 의견서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사망이 ‘집단 발병’에 해당한다는 역학조사팀의 발표가 있은 이후, 집단 발병의 원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역학조사팀의 조사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학조사팀의 노력과 상관없이 역학조사팀의 최종 조사 결과에 대해 벌써부터 불신의 벽이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몇 가지 이유 때문인 듯합니다.
첫째, 이와 같이 사회적 대립이 심각한 조사의 경우 조사의 객관성, 엄밀성과 더불어 조사 과정의 투명성과 소통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역학조사는 이해 당사자의 중요한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유족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습니다. 유족과의 정보 교류나 소통 구조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입니다.
둘째, 역학조사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몇 가지 정해진 틀 안에서 주어진 가능성을 확인하는 수순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지금까지 알려진 요인 외에 다른 요인이 집단 발병에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포함하여 광범위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심장질환뿐 아니라 암에 대해서도 동일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발표된 바에 의하면 역학조사팀은 몇 가지 잘 알려진 가능성을 중심으로 현실을 조사에 끼워 맞추려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셋째, 사업주의 개입과 방해로부터 벗어나 있다는 확신을 주고 있지 못합니다. 유족대책위가 주되게 문제 제기하고 있는 것은 사업주가 현재 문제 은폐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기록과 현장을 조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단순한 의혹에 불과하다면 역학조사팀은 그것이 의혹에 불과하다는 증명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의혹이 실제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역학조사팀은 이러한 사업주의 개입과 방해를 고려하면서 객관적이고 엄밀한 조사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합니다.
이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까지 발표된 자료에 근거하여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합니다. 이에 대하여 긍정적인 검토가 있기를 바랍니다.
1. 집단 발병 조사 대상자의 범위를 확대해 주십시오.
역학조사팀이 지난 11월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역학 조사의 대상을 지난 2006년 5월부터 2007년 9월 사이에 발병한 심장질환자 7명과 암 환자 5명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환자들은 그간 유족대책위 등이 자체적으로 조사하여 확인된 환자들입니다. 그러므로 퇴직자나 현재 근무 중인 노동자 중에서 같은 질환이 발병한 환례들이 더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역학조사팀은 퇴직자 및 이직자 명부, 현재 노동자의 명부 등을 활용하여 심장질환, 암 등 관련 질환자가 더 있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후향적 코호트 방식을 원용하여 그간 한국타이어를 거쳐 갔던 모든 노동자의 심장질환자 및 암 환자 발생례를 찾아내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합니다.
2. 폐암이외의 암에 대해서도 역학적 인과관계를 평가해 주십시오.
역시 역학조사팀의 발표에 따르면 폐암 이외에 식도암, 뇌수막종양, 간세포암 환자 등에 대해서는 확실한 직업성 발암인자가 보고된 바 없어 조사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직업성 발암인자가 없다고 하여 조사대상에 제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암의 경우 ‘확실한’ 직업성 발암인자는 매우 보수적으로 확증된 요인들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많은 연구자들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요인들조차 제외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역학조사는 이미 알려진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고, 그러할 개연성이 충분한 새로운 요인들을 발견하는 의미도 있으므로, 처음부터 기타 암의 직업 관련성을 배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연구소 직원의 심장질환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합니다.
역학조사팀은 연구소를 제외한 공장에서 발생한 심장질환 사례만을 집단 발병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원인 조사를 수행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사망한 연구소 직원 2인의 사망을 우연에 의한 사망으로 설명하기에는 그 확률이 너무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연구소 직원의 심장 질환에 대해서도 동일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4. 작업환경, 직무 관련 요인 등 심근경색증 유발 요인 조사시 사업주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합니다.
역학조사팀은 심근경색증 유발요인을 찾기 위한 작업환경 평가를 현재의 작업환경 평가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이 문제가 터진 이후 현재는 많은 시간이 지난 후입니다. 그러다보니 사업주의 은폐와 조작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므로 작업환경 평가는 과거의 작업환경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업무량, 직무 스트레스 등 직무 관련 요인 평가 역시 사업주의 개입과 상관없이 평가할 수 있는 지표 중심으로 평가를 진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직무 스트레스 및 작업으로 인한 부하 등을 설문지나 작업 대장 기록으로 파악하는 방식이 아니라, 심박동변이검사(Heart Rate Variability Test)나 혈중 호모시스테인 수치 등으로 평가하는 방식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5. 유족대책위가 추천하는 전문가의 역학조사팀 합류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주십시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역학조사는 조사의 객관성과 엄밀성도 중요하지만, 조사 과정의 투명성과 소통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서는 조사 결과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역학조사팀은 지금이라도 유족대책위가 추천하는 전문가의 조사팀 합류를 받아들여 정보와 공유와 소통, 그리고 참여가 이루어지는 구조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2007. 12. 11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 유족대책위 자문의사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