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서비스 시장화와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에 대한 각계 3000인 반대 선언>
전국민건강보험제도가 성장하고 정착해 온 지난 30년 동안 한국의료는 발전하여 국민 평균수명은 증가하였고, 의료접근성도 향상되었다. 동시에 한국의료는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지속적인 보험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은 60% 수준에 머물러있으며 높은 국민의료비 증가율은 건강보험제도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 의료기관의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역별 필수의료의 공백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료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민건강의 교두보인 안정적 건강보험재정 확충방안을 마련하고,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정책 추진이 절실히 요구된다. 동시에 대학병원, 지역거점병원을 중심으로 의료기관의 공공성을 높임으로써 지역별 필수의료 공백을 메워나가야 한다.
하지만 지난 3년간 현 정부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려는 등 의료비를 상승시키고, 수익성 있는 의료만을 발전시킬 의료민영화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이에 전 국민 각 계 각 층이 의료민영화정책을 반대해왔었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3년간 의료민영화정책을 폐기하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다시금 무시하고 있다.
소득수준의 차이가 건강 수준의 차이를 낳는다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다른 선진국에서는 소득수준에 따른 건강수준의 차이를 줄임으로써 국민 간 건강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전 세계적 보건정책 흐름에 역행하여 의료서비스 중 예방서비스의 일부를 ‘건강관리서비스’라 이름 짓고 이를 의료기관과 국가보건당국이 아닌 영리회사가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을 제정하려 하고 있다. 오히려 소득수준에 따른 건강수준의 차이를 더 조장할 뿐만 아니라 민간보험사, 의료기회사가 건강관리제공 영리회사를 통해 환자의 질병정보를 확보할 길을 열어주려고 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료인과 환자 사이 직접적인 원격의료를 허용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같은 법 개정을 통해 우리 국민의 10%에 육박하는 446만명이 원격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방문간호’ 대상의 200만명을 모두 포함했을 뿐만 아니라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 3등급 이상의 모두를 포함한 것이며, 산간오지, 벽지의 중요한 공공보건의료시설인 ‘보건진료소’ 이용자 전원을 대상으로 한 과도한 추계이다.
정부는 원격지 환자의 편의를 그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오히려 원격지환자들에 대한 국가의 책임 회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도서벽지, 산간지방에 응급환자를 수송하기 위한 헬기를 도입하거나,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시설)을 설치하려는 국가의 동기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가 이에 대한 예산을 줄일 명분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의 권리, 환자의 권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국가의 일방적 정책일 뿐이다.
원격의료에서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을 누가 맡는가에 대한 문제는 핵심적인 논쟁점 중 하나이다. 그런데 정부의 법안에서는 ‘환자가 원격지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경우’와 ‘환자가 갖춘 장비의 결함으로 인한 경우’ 책임을 환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는 원격의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로 인한 의사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하여 환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의사 – 환자’의 직접적인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사회적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 사회적인 의견수렴과 합의 과정이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이와 같은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보건의료서비스의 이용에 상당한 영향과 변화가 예상되는 문제인데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 없이 추진하고 있다.
국민건강에 어떤 이로움이 있는가, 이것이 보건정책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이어야 한다. 경제 활성화 논리가 보건정책의 핵심근거일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의료민영화를 반대해 온 국민의 뜻이다. 이에 오늘 각계 2010인은 국민의 뜻을 모아 정부와 국회의원에게 호소한다.
현 정부는 국민건강의 양극화를 조장하고, 의료비를 상승시킬 건강관리서비스법안 제정과 원격의료허용방침을 철회해야 함으로써 의료민영화정책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끝내야 한다. 오히려 정부는 필수의료공백을 해결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일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만일 국민의 뜻과 반하는 정책을 정부가 계속 추진한다면 국민의 대변자가 되어야 할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정부의 법안 추진을 막아야 할 것이다. 우리 2010인 역시 건강관리서비스 시장화 및 원격의료 허용을 막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이다.
2010.12.
각계 3000인 일동